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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만두, 햄버거 그리고 서민금융

입력 2019-11-06 14:22 | 신문게재 2019-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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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만두소에 불량 무말랭이가 들어갔다는 보도로 만두업계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일부 만두업체의 비양심이 모든 만두를 혐오하게 만들었다. 한 만두 제조업체 사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했다. 특급호텔 중식당 만두에서 길거리 만두까지 모든 만두가 도매금으로 불량으로 내몰렸다.


근데 햄버거는 다르다. 곰팡이 토마토와 설익은 패티 사진이 보도됐어도 햄버거가 아니라 제조업체에 대한 비난에 초점이 맞춰진다. 불매운동도 햄버거가 아니라 그 제조업체에 관한 것이다.

만두와 햄버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이다. 일반 서민들이 자주 먹는 음식인 만두와 어쩌다 먹는 햄버거의 차이에서 차별적 반응을 보이는 것일 게다.

금융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만두와 햄버거처럼 차별성이 존재한다. 은행이 DLS(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와 같은 위험성이 큰 상품을 판매해 거액의 원금을 날리는 손해를 끼쳤어도 은행 전체를 매도하지 않는다. A은행, B은행을 특정해 비난하고 만다. 은행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 혐오까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회사 중 서민들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몇몇 저축은행의 비리나 부실은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낳는다.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도 마찬가지다.

제도화한지 20년 가까이 되는 대부업은 더 심하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있지만 불법사금융과 구별해서 인식하지 않고 싸잡아 매도당한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제도화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소액 급전을 빠르게 융통할 수 있는 대부업의 긍정적 역할은 외면하면서도 연 24%의 최고금리가 높다는 비판에는 열을 올린다. 조달금리와 부실률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은 없다. 최고금리를 맞추기 위해 회사채 공모와 같은 자금조달 방법을 열어달라는 업계의 건의에는 귀를 막는다.

현재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10% 미만이다. 열에 아홉은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대부업체에서 외면당해 불법 사채로 내 몰리는 사람이 한 해 50만 명이 넘는다. 고금리 해소를 위해 최고 이자율을 낮췄지만, 역설적이게도 살인적 고금리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은행을 정리하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2011년 부실저축은행 정리를 위해 투입된 자금은 업계가 타업권보다 몇 배 높은 예보료를 통해서 부담하고 있다. 이 부담은 궁극적으로는 서민금융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서민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제도화된 다양한 금융업체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에게 내줬던 사치·향락업종 등 여신취급금지업종에 대한 대출시장을 서민금융기관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도적 규제가 힘들다면 서민금융사들보다 공적성향이 더 큰 은행들 스스로 자율규제할 필요가 있다.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방법 완화도 필요하다. 서민금융업체가 만두 대접을 받지 않고 최소한 햄버거 정도로는 취급받아야 한다. 사고의 대전환 없이는 서민금융사들이 서민지원을 위한 기관으로 자리 잡기는 힘들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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