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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사지마세요#입양하세요...'시고르 자브'종을 아시나요?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견종,크기 구분해 입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되묻다
책임비 당연..."신은 모두에게 있을 수 없어 우리 옆에 반려동물을 보냈다"

입력 2021-07-27 18:30 | 신문게재 2021-07-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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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소중하개
생사를 넘나들었던 샤넬과 구찌의 최근 모습.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THE 소중하개 단톡방)

  

“사지마세요.입양하세요.”

 

10년 전 가수 이효리가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며 남긴 말이다. 이후 스타들과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의 파급력으로 인간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는 듯했다. 사실 장수 TV프로그램 ‘동물농장’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강아지 공장에 대한 반감과 진실을 알고 있다. 

 

작고 귀여운 유리창 안 강아지들이 사실은 강아지 공장에서 배란 주사를 맞은 어미들의 반복된 출산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생명임을. 이 어린 생명들은 어미들의 젖을 채 빨기도 전 브리더들의 손을 거쳐 가정에 팔렸고 이후 제대로 된 본능적인 종자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인간과의 생활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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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강아지들만 입양을 기다리는 건 아니다. 대체로 순하고 성격 좋은 아이들이 사람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사진제공=THE 소중하개 단톡방)

전문가들은 최소 3개월간 어미에게 받은 본능적인 행동들이 인간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후 예민한 성격의 강아지들이 성견이 되어 심한 분리불안을 겪으며 잘 짖고 무는 문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17년 2조3322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라는 뜻의 반려견이 일상화됐지만 ‘애견 인생 30년’사를 돌아보면 참 무지하기 그지없었다. 

 

마당 한쪽에 묶여있던 바둑이 혹은 누렁이들은 틈만 나면 집을 나갔다. 지금도 개고기를 안 드시는 친정아버지는 “당시에는 복날이면 개도둑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분개하신다. 집의 잔반을 처리하고 똥도 한 가득 싸놓는 똥개였지만 총명함은 남달랐던 내 어린시절 친구들은 그렇게 해마다 바뀌어갔다. 집 안에서 처음 키운 ‘쭈돌이’는 스무 살 남자친구에게 선물받은 요크셔테리어였다. 당시 대한극장이 있던 충무로는 대한민국 대표 애견거리로 영화사보다 애견샵이 더 많았다.

 

사랑의 증표로 받은 ‘쭈돌이’는 지식부족으로 지금은 당연한 예방접종이란 걸 하지 않아서 인지 고작  6년만에 홍역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이후 가정분양을 받은 슈나우저 ‘미르’가 가족이 됐다. 그 후 가족이 된 대형견 ‘루크’는 레자로 된 구두는 쳐다보지도 않는 천재견이었다. 양질의 소가죽과 양가죽으로 만든 명품 구두만 족족 껌처럼 씹어놓고 11살의 나이로 암에 걸려 내 곁을 떠났다.

 

한때 딩크족이었던 탓에 당시근무 중이던 신문사 국장이 “자식처럼 잘 키워줄 것 같다”며 선물로 준 꼬똥 드 뚤레아는 당시 국내에 300마리 밖에에 없는 개라고 들었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머리 큰 말티즈’라 불리는 나의 든든한 자식이다. 깨발랄하고 순둥이에 지금은 14살의 노견이 되어 방구도 뀌고 유난히 관절이 약해졌지만 루크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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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와 전기가 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봉사자들이 직접 사비를 털어 개들의 식수를 주고 있다. 빈 페트병은 근처의 농장에서 지하수를 받아오는 용이다. 바닥과 견사 청소에 쓰인다. 요즘같은 더위에 물부족은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지자체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사진=THE 소중하개 단톡방 캡처)

 

나의 첫 봉사는 루크가 떠난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간 반려견을 키우며 쌓아온 견종의 차이와 경험이 당시 루크를 잃은 허무함으로 슬픈 나를 봉사로 이끌었다. 무작정 찾아간 곳은 일산에 위치한 대형견 전용 휴식처(?)였다. 

 

소형견은 그나마 입양과 보호가 수월하지만 그 곳에 있는 개들은 말라뮤트, 허스키, 진도견과 리트리버 등 35kg이 넘는 개들이 대부분이었다. 식용으로 키워진 개들도 부지기수. 대부분 지방 어딘가의 사육장에서 구출한 개들이었다. 그곳에서 산책봉사를 맡았는데 같은 방향으로 봉사자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걷 는게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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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봉사자들의 후원으로 쉼터가 마련되는 순간.(사진제공=THE 소중하개)

마냥 풀어놓기에는 개들끼리의 서열정리와 갑작스런 싸움으로 그야말로 ‘X판’이 된다는 게 고참 봉사자들의 말이었다. 

 

고작 일주일에 한번이었지만 견사가 아닌 뚫린 하늘을 바라보는 개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중에는 유독 한 사람만을 따르는 허스키가 있었다. ‘숙희’라 불리는 그 아이는 당뇨로 두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냄새로 사람을 구분하고 자신을 구해준 봉사자가 아니면 이빨을 드러냈다. 

 

꾸준히 주사를 맞아야 하고 안 보이는 눈으로 여기저기 부딪히며 걸어야 하는 숙희의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봉사를 전담하시는 분이 “내가 개를 키울 형편이 아닌 게 한”이라고 흘리던 눈물이 기억난다. 

 

이후 내 봉사활동은 네이버 혹은 공인된 유기견 단체를 통한 기부금이었다. 사는 게 바쁘기도 했지만 감당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솔직히 괴로웠다. 이후 당근마켓 체험기사를 쓰며 우연히 동네생활 코너에 들어가 버려진 개들을 위한 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톡방을 통해 가능한 봉사일을 체크하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료와 물, 청소를 하는 구조였다. 

 

가입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이 허름한 컨테이너에서 모여 새끼를 낳고 열악한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몇몇 기부자와 시의 지원이 시초인 건 금방 눈치챘다. 암수구분 없이 지내던 개들의 대부분은 새끼를 갖거나 낳았지만 영양상태가 별로였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직업 혹은 생업이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이었지만 돌아가며 임보(임시보호)를 하고 재능 기부로 키링 제작과 사진 보정 등 홍보를 통해 후원금을 모아 아이들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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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후 만나는 일몰.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소소한 봉사 후 자연의 기쁨까지 얻을 수 있다. 서울에서 차와 공항철도로 50분 거리. 한 봉사자가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단톡방에 올린 귀가 사진.(사진=THE 소중하개 단톡방 캡쳐)

 

금손인 사람들은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the_sojung)에 입양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들어간 지 얼마되지 않아 새끼들과 유기견들의 이름이 투표로 진행됐다. 얼굴에 번개모양 상처가 있는 아이에게는 ‘볼트’, 보슬거리는 흰털을 가진 아이에게는 ‘백곰’이란 새 이름이 생겼다. 

몇 주간 살펴본 단톡방의 느낌은 확고하다. ‘아직 세상은 따듯하다.’ 누구 하나 강요하는 사람은 없지만 돌아가며 자신의 시간을 내 기꺼이 얼음물을 얼려 더운 개들의 물통에 넣어두고 폭우가 쏟아지는 개 집 위에 비닐 천막을 친다. 누구 하나가 총대를 메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다.

부끄럽지만 난 이곳에서 ‘시고르 자브’종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견종인 이 고급진 언어는 풀이하면 ‘시골잡종’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혈통있는 견들의 인기가 높지만 시고르 자브종은 혈통견이 지닌, 특유의 유전병이 없고 유난히 똑똑한 지능을 자랑한다. 나는 실제로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돼 다른 개에게 물려 죽을 뻔한 개 두 마리를 임보했다. 3형제 중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어미가, 또 다른 한 마리는 봉사자들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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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방에 참여한 인원은 100명 가까이 되지만 봉사자는 평균 3명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강요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꾸준한 활동이 이 봉사단의 무기다.(사진제공=더소중하개)
최초 구출자인 김민정씨는 데려간 동물병원에서 “상처가 깊고 소독을 매시간 해야 해서 살 확률이 높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한다는 걸 단톡방에 올린 뒤 임보자를 구한 것.  

 

나는 제대로 된 현장봉사를 못하는 죄책감에 ‘애들이 어려 잠만 잘텐데 얼마나 힘들겠어?’란 생각에 두 마리를 하루만 맡기도 했다. 하지만 눈도 안 뜬 새끼 두 마리에게 두 시간마다 분유 40cc를 타 먹이는 순간 출산 후 젖을 물린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미젖을 못 먹는 탓에 고무 튜브로 먹이는 우유는 아이들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줄줄 샜다. 처음엔 너무 진하게 탄 분유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흐리게 탄 분유는 아예 입을 안댔다.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되는 생명체인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온도와 농도를 맞춘 마지막 식사에서 힘차게 고무 젖을 빠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숙연함이 몰려왔다. 한뼘이 채 되지않는 애들의 이름은 ‘구찌’와 ‘샤넬’. 이름만큼 사람들에게 명품으로 대우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민정씨가 지은 이름이었다. 

 

비록 눈팅이지만 임보와 정식 입양처에 대한 정보도 생겼다. 먼저 ‘입양=무료’가 아니다. 각 유기견 쉼터마다 정해진 책임비는 입양되지 못한 다른 개들의 치료비와 사료비로 들어가니 아까워하지 말자.

 

가족들의 동의와 방치하지 않는 환경도 중요하다. 생각보다 입양의 문턱에서 ‘가족들이 반대해서’ 혹은 ‘많이 커질 것 같아’라는 이유로 가정입양이 무산된다. 입양 결정은 나눠야 할 공간과 책임이 생기는 일이다. 이런 명언이 있다. “신은 모든 가정에 존재 할 수 없어 당신 옆에 반려견을 남겼다”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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