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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자기 앞의 생’ ‘어린왕자’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왕복서간’ 등…무대 위에 소설 꽃이 피었습니다!

이대웅 연출, 루이스 초이·정동화, 이우종·박정원 등의 생텍쥐페리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로렌스 안홀트의 그림동화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이준석·송용진·유제윤, 이지훈·이준영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양희경·이수미, 오정택 등 출연 연극으로, 미나토 가나에 ‘왕복서간’ 연극으로 에녹·주민진, 신의정·진소연 출연

입력 2019-03-06 11:00 | 신문게재 2019-03-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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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를 바라는 만큼이나 고금의 진리를 통해 다시 우리 삶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문학성이 깃든 공연에서 깊은 울림이 있다는 우리의 믿음 때문이 아닐까요?”

‘어린왕자’ ‘자기 앞의 생’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달과 6펜스’ ‘여명의 눈동자’ ‘왕복서간’ 등 최근 책으로 엮였던 소설, 고전작품, 동화 등이 연극, 뮤지컬 등으로 변주되는 현상에 대해 낭독뮤지컬 ‘어린왕자’(3월 8~4월 7일 예스24스테이지 1관)의 이대웅 연출은 이렇게 반문했다.

전통문법에 맞춰 기승전결로 꽉 짜여진 스토리, 유려하고 리듬감 넘치는가 하면 말맛을 살린 텍스트, 섬세한 감정표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적재적소에 배치된 상징성과 개연성 등은 스토리 개발에 골몰하는 공연계에 믿을 만한 밑 재료들이 된다. 더불어 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실제 사연이 극의 재미와 상징성을 더하거나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왕자
낭독뮤지컬로 변주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사진제공=HJ컬쳐, 더 스토리)

연극, 뮤지컬, 아동극 등 다양한 형태로 무대에 올려졌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의 동명 소설을 낭독뮤지컬로 변주한 ‘어린왕자’는 작가 생텍쥐페리(루이스초이·정동화,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가 극의 인물로 등장해 어린왕자(이우종·박정원), 여우와 장미 등의 의미를 되새긴다.

지난해 ‘라흐마니노프’ ‘1446’ ‘파가니니’ 등의 공연제작사 HJ컬쳐가 기존작인 ‘마리아 마리아’ ‘살리에르’ ‘파리넬리’와 함께 낭독뮤지컬로 선보인 연작 중 유일한 신작이다.

이대웅 연출은 “낭독뮤지컬 ‘어린왕자’가 텍스트의 엑기스와 창작진들이 봉합한 테마를 공연화한 것이라면 소설은 훨씬 방대하고 이야기의 관점이 다양하다”고 차이점을 전하며 “소설을 무대에 올릴 때는 관점을 잘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소설의 거리감이나 느껴지는 온도의 계산이 필요합니다. 공연과 소설은 다른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보탰다.

로렌스 안홀트(Laurence Anholt)의 그림동화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4월 24~5월 26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은 뮤지컬로 창작돼 무대에 오른다. 안홀트는 미술작품과 예술가의 삶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내가 만난 미술가 그림책’ 시리즈를 집필한 아동문학가다.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을 비롯해 ‘드가와 발레리나 소녀’ ‘피카소와 포니테일 소녀’ ‘레오나르도와 하늘을 나는 아이’ 등이 있다. 안홀트는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K.롤링도 수상했던 ‘네슬레 스마티스 금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던 작가로 그의 작품은 영국의 미술교과서로 쓰이기 했다.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사진제공=아이엠컬처)

 

동화의 특징을 살려 미술적 상상력과 판타지 그리고 고흐의 작품으로 무장한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은 17개국에 번역 출판된 안홀트의 60여권 중 하나로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에 머물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아를에서 만난 해바라기 소년과 나눈 우정과 위안을 담는다. 해바라기 소년은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던 편지를 전했던 우편배달부 조셉 룰랭(심재현·이한밀)의 아들 까미유로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2008년 김창완 작곡으로 초연됐던 작품으로 ‘도둑맞은 책’ ‘판’ ‘금란방’ 등의 변정주 연출, ‘러브레터’ ‘팔로우맨’ 등의 김아람 작곡가, ‘그날들’ ‘랭보’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이블데드’ 등의 신선호 안무가,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했다. 

 

고흐 역에는 ‘벙커 트릴로지’ ‘킬롤로지’ 등의 이석준, ‘더 데빌’ ‘록키호러쇼’ 등의 송용진, ‘트레이스유’ ‘에어포트 베이비’ ‘판’ 등의 유제윤이 번갈아 연기하며 해바라기 소년 까미유 룰랭은 ‘프랑켄슈타인’ ‘킹키부츠’ ‘벤허’ 등의 이지훈과 이준영이 더블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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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무대에 오르는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사진제공=벨라뮤즈, 비채)

‘고백’ ‘야행관람차’ 등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도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중학시절부터 함께 한 연인 준이치와 마리코, 어느날 갑자기 남태평양 섬나라로 자원봉사를 떠난 준이치와 마리코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과거의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다.

편지 형식으로 펼쳐지는 연작 미스터리로 요시나가 사유리, 마쓰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등의 출연으로 ‘북쪽의 카나리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를 무대에 올린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4월 2~21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은 ‘헤카베’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손’ 등의 이기쁨 연출작으로 ‘더 헬멧’ ‘줄리엣과 줄리엣’ 등의 배우이기도 한 한송희가 각색했다.

준이치 역에 ‘랭보’ ‘더 캐슬’ 등의 에녹과 ‘배니싱’ ‘달과 6펜스’ 등의 주민진이 더블캐스팅됐고 마리코는 ‘신인류의 백분토론’ ‘존 도우’ ‘이블데드’ 등의 신의정과 연극 ‘컨설턴트’, tvN 드라마 ‘진심이 닿다’ 등의 진소연이 번갈아 연기한다.

더불어 1일 개막한 뮤지컬 ‘달과 6펜스’(4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2관)과 ‘여명의 눈동자’(4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도 각각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김성종의 동명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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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자기 앞의 생’(사진제공=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지난 2월 22일 로맹 가리(Romain Gary, 필명 에밀 아자르 Eile Ajar)의 소설 ‘자기 앞의 생’(3월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을 연극으로 선보이고 있다. ‘자기 앞의 생’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콩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사한 로맹 가리의 소설로 파리 슬럼가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유태인 보모 로자(양희경·이수미, 이하 가나다 순)와 아랍계 소년 모모(오정택)의 이야기다.   

 

아우슈비치 유태인 강제수용소를 겪어내는 등 그 젊은 시절이 순탄했을 리 없는 로자가 그에게 자식을 버리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강요했던 아버지를 가진 모모에게 전하는 말과 조언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이념·종교 갈등, 편견 등의 경계에 선 이들 모두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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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의 작가 로맹 가리이자 에밀 아자르(사진제공=국립극단)

로맹 가리는 첫 소설 ‘유럽의 교육’(1945)으로 프랑스 비평가상을 수상하고 1956년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 콩쿠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소설가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걸었지만 발표하는 작품마다 비평가들의 비판 대상이 되곤 했다. 특히 1975년 ‘자기 앞의 생’으로 프랑스 콩쿠르상을 수상한 에밀 아자르와 비교되며 비평가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는데 1980년 권총으로 자살하며 남긴 그의 유서를 통해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의 필명이었음이 밝혀지며 프랑스 문학계를 뒤흔들었다.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작품 ‘성’, 조지 오웰의 ‘1984’ 등을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국립극단 관계자는 “익숙하게 소설로 알던 작품을 연극으로 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 연극화를 검토했는데 각색이 쉽지 않아 고민하다 배우인 자비에 제이야르(Xavier Jaillard)의 각색본을 발견해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고 소설의 무대화 어려움을 전했다.

텍스트 기반의 문학작품을 무대에 올린 또 다른 관계자는 “소설을 읽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이 낯선 이들에게는 무대예술을 접할 기회를,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대를 통해 소설의 매력을 전하는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소설에서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관계자들은 “소설에서 출발하지만 각색본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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