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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상하고 어렵기만한 것들과 거리 좁히기! ‘오페라 아는 척하기’ ‘다니엘의 명품도서 해설’

입력 2019-11-20 07:00 | 신문게재 2019-11-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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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그 시작조차 쉽지 않은 것들이 있다. 오페라, 고전, 신화, 문학, 과학서적, 철학서, 역사서…. 가볍고 쉽게, 언제 어디서나 부담없이 과자처럼 즐기는 문화 콘텐츠가 각광받는 스낵컬처(Snack Culture) 시대에 이들은 이상하게 고상하고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것들이다.

거의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는가 하면 기본 지식이 없으면 도무지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서사구조,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알토·테너·바리톤·베이스·테너바리톤 등의 구분, 오페레타·오페라부파(Opera Buffa)·징슈필(Singspiel), 아리아와 레치타티보(Recitativo) 등 낯선 용어들…그저 오페라는 어렵기만한 장르였다.

고전, 문학, 철학서, 과학서적 등 인문서는 어떤가. 지나친 함축과 은유로 완독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한 고전이 있다. 그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신화, 이름조차 헷갈리는 철학가들이 풀어내는 이치와 사상들,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힌 역사들 등은 한장을 넘기기도 어려운 내용들로 즐비하다.

사실 이들은 마냥 어려운데다 몰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것들로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게 되곤 한다. 하지만 고전, 클래식 등은 음악이든, 문학이든 현재를 이루는 모든 것들의 원형이 되곤 한다. 어럽다고만 느껴 저 멀리 밀쳐두었던 오페라와 고전들의 시작을 도울 책  ‘오페라 아는 척하기’ ‘다니엘의 명품도서 해설 I’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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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아는 척하기 | 론 데이비드 지음(사진제공=팬덤북스)

한국 제목은 ‘오페라 아는 척하기’지만 원제는 ‘입문자들을 위한 오페라의 역사’(The History of Opera For Beginners)다. 

 

저자는 라이터스 앤드 리더스 퍼블리싱(Writers and Readers Publishing)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고 조각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론 데이비드(Ron David)다. 


책은 영화 ‘쇼생크탈출’에 등장하는 3분 49초짜리 오페라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내와 그녀의 애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은 앤디(팀 로빈슨)의 교도소 생활을 돕는 엘리스 보이드 레드 레딩(모건 프리먼)의 장면으로 “나는 지금까지도 그때 그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로 시작하는 독백이다. 가사는 이해하지 못해도 음악으로 감동받고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다.

그렇게 책은 영화의 한 장면과 왜 오페라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오페라는 고상한 척하고 거만한 음악이 아닌 댄스, 락앤롤, R&B 등처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음악”이라는 극단적인 가정으로 시작한다.

 

이어 그대 그리스 연극, 이집트인들의 ‘가짜 살인’ 의식 헤브세드(Heb-sed),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리스 비극, 로마의 희극 등까지 거슬러 오르는 오페라의 기원을 아우르고 몬테베르디, 헨델, 글루크, 모차르트 등 초기 오페라 작곡가들에 대해 서술한다. 더불어 로시니·도니체티·벨리니 등 벨칸토 작곡가, 베르디와 바그너, 프아스 오페라, 20세기 오페라를 이끈 푸치니와 슈트라우스, 카스트라토, 성악가 카루소와 마리아 칼라스 등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 설명들은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사라 울리(Sara Woolley)의 그림들이 곁들여지며 보다 친숙하게 표현된다. 아리아부터 베리스모까지 아우르는 오페라 용어, 중간 중간 배치된 ‘오페라 아는 척하기’ 팁 그리고 유튜브로 즐길 수 있는 오페라 목록을 실은 ‘부록’까지 꽤 알차게 구성됐다.

“오페라 생각보다 재밌네! 한국에서도 한번 보고 싶어졌다.”

거의 50을 바라보는 M씨는 러시아의 그 유명한 마린스키극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오페라 ‘리골레토’를 관람하곤 이렇게 결심하며 말했다. “그저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음악일 뿐이잖아!.” 결국 시작이 중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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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명품도서 해설 I | 다니엘 최 지음(사진제공=행복우물)

‘다니엘의 명품도서 해설 I’은 신화와 고고학, 종교, 철학, 한국사, 동양사, 세계사, 심리학-문화학, 성장소설, 세계명작, 영화도서, 노벨문학상, 한국문학, 단편문학, 라이트 노벨, 젠더문학, 추리소설 경제경영, 정치외교-북한학, 전기-자서전, 기초과학, 생명공학-진화론, 첨단과학-미래학까지 25개 분야에서 꼭 읽어야할 책들을 소개하고 논한다. 


‘다니엘의 명품도서 해설 I’은 해외 서적 파트 책임자를 역임했고 출판사 행복우물 현직 대표로 글을 쓰는 등 30년간의 도서·출판 경력을 지닌 저자 다니엘 최가 3권으로 기획한 ‘명품도서 해설’ 시리즈의 첫 권이다.

 

스스로 “2030년 노벨문학상을 꿈꾸는 소설가”라고 소개하는 60대 끝자락에 선 다니엘 최는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위대한 고전 읽기 프로젝트’ 운동에서 이 책을 착안해 냈다.

1890년 석유재벌 존 록펠러를 중심으로 설립한 시카고대학교는 폴 새뮤얼슨, 밀턴 프리드먼, DNA구조 발견자 제임스 왓슨,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 천문학자 칼 세이건 등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했다. 설립 후 40여년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시카고대학교의 진화가 그 ‘위대한 고전 읽기’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저자 스스로 유발 하라리가 주장한 ‘분야 횡단적 공부’의 지침서라고 소개한 책 안에는 나름 익숙한 책부터 잘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 세세한 내용이나 구성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책, 제목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책들도 있다. 그 리스트에서 자신이 읽은 책, 읽다가 만 책, 생전 처음 접하는 책, 제목이 낯설었을 뿐 이미 알고 있던 책 등을 꼽아보고 그 내용을 가늠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굳이 목차대로 읽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룹별, 책 제목별로 훑어보고 다시 읽고 싶은 혹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있으면 읽으면 된다.

AI(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등 기술이 최첨단화될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인문학이자 인간적인 요소들이라고 한다. 1990년대 유행곡들을 접할 수 있는, 일명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유튜브의 ‘SBS 케이팝클래식 채널’ 등 뉴트로(New-tro, New+Retro) 열풍도, 최근 ‘인문학’에 대한 고찰과 탐구, 인간의 감정에 보다 주목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결국 ‘고전’ 혹은 ‘양서’라 일컫는 책들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초연결되는 최첨단화 시대의 지혜로운 생존 전략 중 하나인 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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