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예술 혹은 B급 애로…'19금 영화' 전성시대

입력 2015-03-09 0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page
우아한 영국식 액션과 파격 로맨스, 폭력적 정사신이 난무하는 사극, 제목만으로 의도가 분명해지는 B급 애로까지 최근 극장가에는 19금 영화들이 넘쳐난다.왼쪽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오른쪽 위 '순수의 시대', 아래 '참을 수 없는 이미지 섹스'

 

최근 극장가는 유혈이 낭자하거나 맨살의 향연으로 빨간 딱지 천지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의 우아한 영국식 액션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의 파격 로맨스는 국내외 영화팬들을 두루 열광시키고 있다. 

 

신하균, 장혁 주연의 사극 ‘순수의 시대’는 궁중암투 속에 폭력적 정사신이 난무한다. 

 

news_still_06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받았지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가 반려된 ‘트라이브’.

 

칸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받았지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가 반려된 ‘트라이브’(The Tribe), 1980년대 섹시아이콘 ‘어우동’을 끄집어내 재해석한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은 같은 날인 1월 29일 개봉했다.

‘H컵 젊은 과부의 짜릿한 컴백’, ‘참을 수 없는 이미지 섹스’ 등 제목만으로도 달아오르는 ‘핑크무비’(ピンク映畵, 남녀의 정사를 주로 다룬 영화)도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거나 내걸 준비를 하고 있다. 그야 말로 19금 영화 봇물이다.


◇ ‘킹스맨’ 착시현상과 ‘남자’ 영화 열풍

19금 영화 봇물에 대해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흥행으로 인한 착시현상”라고 분석한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불가(이하 청불) 외화로는 유일하게 누적관객 300만명(399만6150명,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3월7일 집계기준)을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이다.  

 

02
청불 외화로는 유일하게 누적관객 300만명을 돌파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흥행에 의한 착시현상이다.

이는 전세계 극장가가 남자영화로 쏠리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극장가의 주요 타깃층은 2030 여성들이다. 

 

그녀들을 위해 멋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남자’ 영화 열풍이 거세진 지는 이미 오래다. 

 

한국 뿐 아니라 북미 역시 ‘테이큰3’(Taken 3),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2015년 박스오피스를 휩쓴 작품은 대부분 남자영화였다.

하지만 여성들을 위한 남자영화는 표현하기에 따라 로망이 되기도, 폭력이 되기도 한다. 이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이 최근 한주 간격으로 개봉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순수의 시대’다.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바라는 완벽한 남자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그의 상처까지 감싸 안으려는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의 심리가 섬세하고 신사적인 섹스신에 녹아든다.  

 

still_04
멋진 남자를 위해 성적 폭력을 강요 당하는 여성 캐릭터들. ‘순수의 시대’ 스틸컷

 

반면 ‘순수의 시대’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잔인하다. 김민재(신하균), 이방원(장혁), 진(강하늘) 등 거친 남자들의 권력다툼 속에서 복수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가희(강한나)는 성적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청불영화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들은 주 관객층인 2030여성들을 겨냥해 남성들을 멋지게 포장하기에만 급급한 느낌”이라며 “여성들을 남자들을 멋지게 보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며 무자비한 육체적 폭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취향이 두드러진 영화 보기가 힘들어진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2차 저작물 가격 높이기 위한 징검다리


최근 극장가에는 ‘H컵 젊은 과부의 짜릿한 컴백’, ‘참을 수 없는 이미지 섹스’, ‘울언니: 성상납의 비밀 무삭제판’ 등 제목만으로도 의도가 명확해지는 B급 애로 영화들이 넘쳐난다. 

 

H컵 젊은 과부의 짜릿한 컴백_포스터
제목만으로도 의도가 분명한 'H컵 젊은 과부의 짜릿한 컴백'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부 관계자는 “2012년 1002건, 2013년 1155건, 2014년 1453건으로 등급분류신청 편수가 늘고 있다. 

2015년도 3월 6일까지 259건으로 전년에 비해 늘어날 전망이다. 개봉 편수가 늘면서 청불 등급 판정 영화도 증가추세”라며 “정기적이진 않지만 일본 성애물 수입사가 한꺼번에 등급분류신청을 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B급 성애물’에 ‘극장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은 IPTV, 케이블, 웹하드 등 2차 판권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포장이다. 

 

2차 유통 가격을 올리기 위해 ‘극장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부터 늘 있어왔던 ‘극장개봉작’ 타이틀은 2015년에도 유효한 가격 상승 요인이다. 이에 극장은 여전히 2차 유통에 따른 판매료를 높이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19금 콘텐츠 열풍은 영화계 뿐 아니다. 출판소설, 웹툰, 공연 등 최근 각광받는 문화 콘텐츠 대부분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기 웹툰 중 ‘나쁜 상사’, ‘어린 그녀’, ‘몸에 좋은 남자’ 등 제목만으로도 19금인 작품들이 넘쳐난다. 

 

4월에는 전라의 인간군상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프랑스 무용 ‘Tragedie 비극’이 아시아 초연되기도 한다.

19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B급 영화 역시 꼭 피해야할 것만은 아니다. 균형감각을 발휘하면 오히려 콘텐츠와 취향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빨간 딱지가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은 더 이상 유효한 정서가 아니다. 다루기에 따라 ‘예술’이 되고 ‘취향의 다양화’가 가능해지는 청불 콘텐츠에 대한 균형적이고 감각적 활용이 절실한 시대다.


브릿지경제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