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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트맨’의 아버지 마이클 유슬란, “변화는 기회, 늘 그렇듯 '가지 않은 길'로”

입력 2015-07-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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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아버지이자 스토리텔러 마이클 유슬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뉴욕 외곽의 뉴저지, 그의 집 차고는 3만여권의 만화책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정작 차를 주차할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만화책을 정리할 책장을 짜주었고 어머니는 먼 거리에서 열리는 코믹콘(Comic-con)에 기꺼이 동행했다. 

 

그의 부모는 밥 케인, 빌 핑거, 제리 로빈슨 등 배트맨 원작자들을 직접 만나 그의 친구가 되게 해주었고 그는 마냥 들뜨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런 어린 시절이 ‘배트맨의 아버지’이며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스토리텔러이자 제작자 마이클 유슬란(이하 유슬란)을 만들었다.

2016년 3월 25일 북미개봉을 확정한 슈퍼히어로의 대격돌 ‘배트맨 대 슈퍼맨: 던 오브 저스티스(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작업에 한창인 유슬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인간을 고민하게 만드는 슈퍼히어로,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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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나지 않는 5세부터 만화광이었던 마이클 유슬란은 ‘배트맨’을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사진제공=콘텐츠진흥원)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배트맨 이야기를 하다보면 관객들이 이런 말을 해요.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 위 장면을 어두운 영화관에 혼자 앉아서 볼 때면 도덕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고. 배 위에서 다른 배를 폭파시키고 살아남을 것인지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할 것인지. 그 어두운 데 앉아서 고민하는 사람들, 만화책 속 슈퍼히어로가 사람들에게 고민하도록 영향을 미친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죠.”

영화 ‘다크나이트’에는 폭탄이 설치됐다는 2척의 배가 떠있는 장면이 있다. 조커(히스 레저)는 기폭장치를 승선한 사람들 손에 쥐어주고 선택을 강요한다.

 

서로의 배를 폭파시키면 나는 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2시에 두 배 모두 폭발한다. 하지만 조커는 믿을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악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유슬란은 ‘인간’으로써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는 것이 배트맨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겨우 여덟 살의 그가 ‘배트맨’에 빠져든 이유 역시 브루스 웨인이 초능력이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브루스 웨인은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는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죠. 그런 사연을 가진 12세의 인간 브루스 웨인을 보며 저 역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배트맨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인간 영웅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1960년 겨울밤, 배트맨의 새로운 TV시리즈 첫 방영일을 잊지 못한다. 그 밤은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악몽으로 끝나버렸다.

“제가 알던 배트맨이 아니었어요. 장난치고 농담을 하는 모습이 다였죠. 화면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팍! 펑! 휘릭~ 뿐이었거든요.”

우스꽝스러운 조롱거리이자 웃음거리가 돼버린 배트맨에 가슴 아팠던 유슬란은 부모가 살해당했을 때 어떤 고난에도 악당을 물리치겠다고 결심하던 어린 브루스 웨인처럼 “언젠가는 배트맨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배트맨’까지 꼬박 10년,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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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인간적인 ‘배트맨’의 또 다른 매력은 악당들이다. 강력하지만 브루스웨인만큼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악당들 중 최고는 누가 뭐래도 조커다.

 

그리고 1979년 배트맨의 판권을 ‘드디어!’ 손에 넣었고 영화로 만드는 데 또다시 10년이 걸렸다. 만화책 속 슈퍼히어로를 진지하고 음울하며 사색하는 캐릭터로 영상화하겠다는 그에게 “미쳤다”고 한 이도 있었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만화는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했어요. 그래서 만화 캐릭터를 다크하고 진지하게 그린다는 건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했고 오래된 TV시리즈를 영화로 만드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라고 했죠.”

하지만 그는 10년을 꼬박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고 1989년 팀 버튼과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이 탄생했다.

“저는 ‘천재’라는 말을 잘 안씁니다. 하지만 팀 버튼과 안톤 퍼스트(Anton Furst),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꺼이 천재라고 생각해요. 1989년 ‘배트맨’을 만들면서 팀 버튼은 말했어요.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 배트맨이 아닌 ‘인간’ 브루스 웨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희생, 싸움, 헌신할 준비만 돼 있으면 누구라도 떨쳐 일어나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한다고요. 그리고 그가 우리 주변 실존인물임을 믿게 하려면 고담시의 존재를 믿게 해야 한다고 했죠.”

550만 달러를 들여 고담시티를 창조한 이가 안톤 퍼스트다. 프랭크 밀러가 쓴 그래픽 노블 속 음울한 도시, 안드레아스 파이닝거(Andreas Feininger) 사진의 도시 이미지, 다카마츠 신의 건축물 등에서 받은 영감이 고스란히 고담시티에 투영됐고 안톤 퍼스트는 1990년 제62회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팀 버튼은 제작비 3500만 달러로 전세계에서 4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인터넷 이전 시대 최고의 ‘배트맨’을 탄생시켰다.

911테러 이후 최고의 배트맨은 단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완성시킨 ‘배트맨 비긴ㅈ’(2005), ‘다크나이트’(2008),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3부작이다. 유슬란은 “배트맨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은 악당들마저도 사연이 있다는 것”이라며 “악당들이 강할수록 배트맨의 고난은 커지고 이를 극복했을 때 더욱 힘을 얻으니 ‘배트맨’ 매력의 핵심”이라고 털어놓는다.

음울한 조커는 물론 투페이스, 캣우먼, 펭귄맨 등 배트맨은 강력한 악당들과 대결한다. 그들의 사연은 아동학대와 왕따, 부모의 자살 및 알콜중독 등 이보다 더 불행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할리우드 명배우들은 ‘배트맨’ 시리즈 속 악당을 연기하고 싶어한다. 악당 중 최고는 역시 조커로 ‘배트맨’ 잭 니콜슨과 ‘다크나이트’ 히스 레저에 이어 비디오게임 ‘Batman Arkham of Silence’에서는 ‘NCIS’의 ‘보스’ 깁스 마크 하몬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시대의 변화, 전세계가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차세대 콘텐츠, 슈퍼히어로 물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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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전세계가 열광할 콘테츠와 캐릭터 개발에 동행하고 있다.(사진제공=콘텐츠진흥원)

 

“세상이 변하고 있어요.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전세계에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죠. 단순히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대도시 뿐 아니라 중부의 작은 도시들에서도 성공해야한다는 이야기이며 부산, 파리, 베이징에서도 성공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시대의 변화를 그는 ‘기회’라고 표현했다.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이 하나 될 수 있는 콘텐츠와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곤 해요. 하지만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예요. 저는 기회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슈퍼히어로는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어요. 대부분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기인한 것들이죠.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찾을 새로운 기회예요. 한국도 마찬가지죠. 전세계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야기와 테마 혹은 캐릭터를 찾아 세계에 알리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는 자신의 뒤를 잇고 있는 아들 데이비드 유슬란(35)을 ‘다음 세대’라고 표현한다. 최근 데이비드는 인도,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돌며 다양한 국제적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 중이다. 많은 것을 배우며 다음 세대를 이끌 토대를 다지는 중이다.

“오늘날은 공유하는 걸 좋아해요. 스크린, TV, 인터넷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도 다양해졌죠. (미국의) 카툰이든 (중국과 한국의) 만화든 (일본의) 망가든 상관이 없어졌어요. 매체, 국경을 뛰어넘어 공유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다음 세대 이야기죠. 그런 변화의 시작에 저 역시 같이하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슬란은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한다. 바로 최근까지도 주 7일, 하루 12~20시간 일을 한다. 비행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년들과 슈퍼히어로와 만화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스미소니언과 함께 무료온라인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뉴저지의 블루칼라 가정에서 성장하고 할리우드에 연고라는 없던 제가 배트맨으로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마이클 유슬란은 그렇게 세계 변화에 기꺼이 동행 중이다. 그가 늘 잊지 않고 있는 어머니의 가르침이자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로. 

 

그리고 그는 ‘300’, ‘맨 오브 스틸’의 잭 스나이너 감독과 함께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이끌고 있다. 그 대결은 내년 3월 만날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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