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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연주’를 꿈꾸는 조성진 “가장 싫어하는 단어 ‘선입견’ 그리고 지금의 베토벤과 30대의 브람스”

입력 2018-01-07 18:30 | 신문게재 2018-01-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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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중인 조성진(사진제공=크레디아)

 

“새해 첫 연주를 한국에서 하게 돼 기뻐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해에 이어 2018년 첫 연주도 한국에서 하게 된 데 대한 기쁨과 설렘을 전했다. 4일 예술의전당 IBK쳄버홀에서 열린 팬미팅 겸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드뷔시 영상 2집(C.Debussy Image Book2) 중 ‘황폐한 사원에 걸린 달’(Et la Luna Descend Sur le Temple Qui Fut)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L. V. Beethoven Piano Sonata 8 in C Minor, Op. 13) ‘비창’(Pathetique) 2, 3악장을 연주했다.
 

“항상 한국에서 연주하는 게 가장 떨리기도 해요.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고 그래서 항상 긴장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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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사진제공=크레디아)

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10·11일 서울, 13일 전주, 14일 대전에서 연주하게 될 조성진은 한국에서 갖는 첫 전국투어이자 리사이틀을 앞둔 심정을 ‘떨림’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한국인 최초 우승자가 되면서 전세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는 “쇼팽 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자로 기억되는 걸 경계한다”고 말하곤 했다.

“언젠가는 그 타이틀을 벗고 싶은 마음이에요. 피아니스트로 몇십년은 활동할텐데 쇼팽만 치기에는 너무 아깝고 세상에 너무 좋은 곡들이 많거든요.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조성진의 음악으로서 사람들 기억에 남고 싶어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 중이죠.”

이에 이번 리사이틀은 베토벤과 드뷔시 그리고 쇼팽의 곡들로 세트리스트를 꾸렸다. 베토벤의 초기와 후기 작품인 ‘소나타 8번과 30번’, 지난해 11월 발매한 새 앨범 수록곡인 ‘드뷔시 영상 2권’ 그리고 공식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Piano Sonata No. 3 in B Minor, Op.58)을 연주한다.

 

“드뷔시는 (앨범발매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쇼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세트리스트에) 넣었다”고 설명한 조성진은 특히 베토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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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사진제공=크레디아)

 

“예상 밖의 화성이나 음악적 아이디어를 악보에서 발견할 때가 많아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작곡가죠. 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선입견’이에요. 베토벤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맞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닐 수도 있죠. 그래서 오랫동안 연주하고 싶은 작곡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이어 “베토벤은 초기와 후기 작품이 완전 다르다. 초기는 하이든의 영향을 받아 클래식하고 고전적이라면 후기 작품, 소나타 30번은 같은 사람이 썼다는 사실이 의심될 정도로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라며 “‘운명’에 맞서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점도 있는 것 같다. 그에 맞춰 저도 연주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레퍼토리마다, 다른 작곡가의 곡을 칠 때마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옷을 입듯이 아예 다른 음악적 해석을 해야한다는 생각이죠. 집중력은 꽤 좋은 편이라 작곡가 마다 느낌을 내는 건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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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사진제공=크레디아)

20대 초반의 그는 30대의 브람스, 클래식의 대중화 그리고 올해의 소망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평소 30대가 되면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곤 했다. 

 

“브람스는 너무 좋아하는 작곡가인데 연주를 해본 적이 없어요. 굳이 30대를 얘기한 이유는 좀 더 연구해 제 것으로 만들어 연주하고 싶어서죠. 브람스를 치려면 몸무게가 좀더 나가야할 것 같기도 해요.”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해서는 “클래식이 대중화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본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중들이 클래식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화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앞으로 계속 연주를 건강하게 하고 싶어요. 또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는 걸 해보고 싶어요. 외국 연주활동을 하면서 인종차별을 당해본적은 없지만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은 있더라고요.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는 (후배들이) 선입견을 안느끼면서 활동하면 좋겠어요.”

첫 한국 리사이틀 전국 투어로 2018년을 시작한 조성진은 9월 정경화와의 협연, 11월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12월 모차르트 콘체르토와 함께 할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공연 등 이미 바쁜 한해를 예약했다.

“정경화 선생님을 처음 뵌 2011년 초부터 저의 멘토였고 선생님도 저를 가족처럼 생각해주세요. 2012년 한국에서 두 번의 연주를 함께 했었는데 선생님은 완벽주의자여서 리허설도 꼼꼼하게 하시죠. 굉장히 힘들면서도 너무 많은 걸 배웠어요. 이번에도 많을 걸 배울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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