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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기자의 K엔터+] ‘학폭’ 겪은 MZ세대부터 가혹행위 겪은 중장년까지 ‘D.P’에 빠진 이유는

입력 2021-09-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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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조은별 기자의 K엔터+’는 시시콜콜한 연예계 현상부터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예능 등 다양한 ‘케이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군은 저 정도는 아니잖아?”

지난 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본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요즘도 저러나?”였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하고 생활관에서 침상 생활을 하는 MZ세대들, 심지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동기 생활관이라는 것까지 생겼다는데 ‘D.P’같은 가혹행위가 여전히 남아있을까 싶었습니다.

기자의 우문에 ‘D.P’의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적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일에는 공군에서 후임병에게 수개월동안 가혹행위를 한 병사 2명이 상병으로 강등전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죠.

작가는 실제 헌병대의 군무이탈체포조(D.P.)에서 복무한 경험을 토대로 2015년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와 한겨레에 웹툰 ‘D.P 개의 날’을 연재했습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처럼 군대 생활의 장점을 미화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시절, ‘D.P 개의 날’은 군필자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입소문을 모으기 시작했죠.  

 

D.P._캐릭터 포스터_01_안준호(정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당시 한 종합편성채널이 이 작품을 주목해 원작 판권을 사려고 시도했지만 당시만 해도 암울하고 칙칙하다는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기도 했죠.


 

◇ 원작 속 ‘1953 수통’ 메시지 주목...‘괴롭힘’ 소재에 남녀노소 국내 외 열광

한준희 감독이 ‘D.P 개의 날’에 주목한 것은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 연출 뒤입니다. 그는 원작에 등장하는 ‘1953년 수통’이라는 대사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이 대사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방관자들’에서 조석봉(조현철) 일병의 대사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렸습니다. 기자의 지인 중에는 군 복무 중 1944년 수통을 사용한 이도 있습니다. 

 

국방부 예산이 50조에 달하고 갖가지 신형무기를 사들이며 군 현대화 작업에 거침없지만 정작 군대라는 조직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원작의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 소재입니다.

원작판권을 구입한 뒤에도 한준희 감독의 고민은 이어졌습니다. 사실 ‘D.P’는 레거시 채널이 영상화할 경우 폭력성으로 인해 원작의 디테일을 살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OTT플랫폼인 넷플릭스가 ‘D.P’ 제작에 뛰어들면서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D.P’속 가혹행위는 말로만 듣던 군대의 실상을 직관적으로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못이 박힌 벽에 후임을 밀쳐 뒤통수에 피가 나게 하고 코골이가 심한 이등병에게 방독면을 씌웁니다. 보초 근무 중 후임병에게 음란행위를 강요하거나 음모를 라이터로 태우기도 합니다. 갓 들어온 이등병의 소지품을 뒤져 내부반 내 병사들 앞에서 편지를 읽고 조롱하며 수치심을 안깁니다. 국방부조차 난감하다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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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시청자들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D.P’는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한국에서 1위에 올랐고 징병제 국가인 베트남 1위, 태국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2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대체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시리즈물이 잘생기고 예쁜 청춘스타가 주연인 로맨스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장르물인 ‘D.P’의 인기는 예상 외의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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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남녀노소 국적 불문 ‘D.P’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뒤흔든 것은 누구나 ‘괴롭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 초 MZ세대를 중심으로 벌어진 연예계 학교폭력 사태, 스포츠계 만연한 폭력 문화, 직장 내 따돌림 사건 모두 ‘괴롭힘’의 크고 작은 변주입니다.  

 

극 중 “괴롭힘을 알면서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대사는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인 ‘방관자들’의 제목처럼 시청자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한준희 감독도 “군대든, 사회든 나는 누구를 방관한 적 없는지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예쁜 남자 탈 벗은 정해인, 구교환의 생생한 날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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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D.P’를 보는 또다른 재미는 연기자들의 호연입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예쁘장한 외모로 여심을 홀렸던 정해인은 복잡한 가정사로 어두운 면모를 지닌 이등병 안준호 역을 맞춤옷처럼 소화해냅니다. 정해인은 이번 작품으로 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이민호, 김수현의 뒤를 잇는 차세대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두움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 상병 한호열 역을 연기한 배우 구교환은 펄펄 뛰는 날생선같은 생생한 연기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한편의 유쾌한 버디 무비를 완성합니다.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과 영화 ‘모가디슈’에 이어 ‘D.P’까지 연이어 흥행하면서 구교환은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40대 남자배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히든카드는 조석봉 상병 역의 조현철입니다. 래퍼 매드클라운의 친동생이기도 한 조현철은 드라마 업계와 영화계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상대적으로 자기PR이 부족해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했죠. ‘D.P’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조현철이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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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촬영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깨알같은 재미 포인트는 천용덕 중령 역의 현봉식과 황장수 병장 역의 신승호입니다. 현봉식의 실제 나이가 1984년생으로 한호열 역의 구교환보다 2살 어립니다. 신승호는 1995년생으로 군 미필입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군 미필인데 저렇게 리얼한 가혹행위 연기를 할 수 있다니”라는 감탄이 쏟아졌습니다.

배우들의 군 복무경험을 살펴보니 정해인은 운전병으로, 구교환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했다고 하네요. 대신 구교환의 매니저가 실제 ‘D.P’ 출신입니다. 특별출연한 배우 손석구는 이라크 파병을 자원, 자이툰 부대에서 군생활을 마쳤습니다. 현봉식은 자신의 SNS에 육군 27사단 78연대에서 연대 목욕탕과 보일러실을 관리한 이력을 공개했습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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