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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신원호PD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좋은 사람 바라는 판타지”

입력 2021-10-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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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PD (사진제공=tvN)

 

“드라마를 만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의식이 전혀 없었어요. 그럼에도 장기기증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보며 놀라고 감사했죠.”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급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심장이식수술을 앞둔 어린이 환자 보호자의 심경을 다룬 3회 방송과 뇌사 추정 모친의 장기기증을 결심하는 아들의 결심을 그린 7회 방송 이후 약 6주동안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사람이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7회 뒤에는 무려 7,042명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1배 높은 수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한 신원호PD는 본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상에 “목표한 바는 아니지만 좋은 마음으로 만든 우리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좋은 마음과 만나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참 신기하고 감사하고 기적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시즌 2 방송 중 장기 기증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장기 기증은 어떤 식으로든 강요되어선 안 될 어려운 결정이에요. 그 어려운 일에 좋은 마음들이 모이도록 힘이 됐다는 게 놀라웠죠. 콘텐츠가 이렇게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 더 부담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던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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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진 (사진제공=tvN)

 

시즌1이 ‘99즈’의 캐릭터와 이들의 사적인 관계에 집중했다면 시즌2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차원을 넘어 환자와 보호자들로 이야기의 경계를 넓힌다. 모친의 병구완을 두고 네 탓, 내 탓을 하며 싸우는 중년 남매나 구내식당 밥이 물린다며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는 실제 병원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상까지 안긴다. 

 

신PD는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며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며 향후를 기약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병원이란 공간을 놓고 여러 메시지를 전하려다 보니 전개가 산만하고 작위적이며 지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전국 병의원이 비상사태인 상황에서 드라마 속 병원은 여전히 평화롭고 금수저 엘리트 의사들의 선행만 감동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신PD는 이에 대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판타지”라고 해명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판타지이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 좋은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사실 공유같은 ‘도깨비’도,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도 없어요. 어차피 모든 드라마가 판타지라면 좋은 사람들의 세상은 그나마 더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아닐까 싶어요. 웬만한 설정으로는 일말의 화제성도 얻지 못하는 시대이다 보니 드라마는 점점 독해지고 잔인해지는데 이런 착한 판타지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서 시즌2는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려는 듯 여러 커플들이 결실을 맺는다. 시즌1에서 연인이 된 정원(유연석)-겨울(신현빈)에 이어 오랜 친구사이였던 익준(조정석)과 송화(전미도), 교수와 레지던트인 석형(김대명)-민하(안은진), 그리고 오해가 쌓였던 준한(정경호)-익순(곽선영)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신PD는 “시즌2에서는 커플들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며 “두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이 기댈 때 얼마나 따듯하고 아름다운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개인적으로 12회에서 겨울이 고민하는 정원의 등을 토닥여주는 장면이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주인공 격인 이익준-채송화 커플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가장 잘했던 색이지만 조금 더 연하게 보여주고자 했다”며 “오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속 절절하고 애타는 스토리를 은근하게 밀도를 지켜야 해서 신경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칭찬과 비판이 혼재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2에서 당분간 멈춘다. 신PD는 “추후 우연한 계기로 시즌3가 탄생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 계획이 없다”며 “기대하는 시청자, 배우와 스태프들이 계속하기를 원하는 점에 감동받고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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