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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대신 60만명의 공부앱 '스터디헬퍼' 만든 대학생들

[나이를 잊은 사람들] 대학생 벤처법인 탐생 '스터디헬퍼' 앱 제작

입력 2015-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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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연구공원 SK텔레콤 연구동 1층에는 벤처법인 ‘탐생’ 사무실이 있다.

 

22일 일요일 오후, 두 평 남짓한 이 사무실에서는 두 사람의 열띤 회의가 끝날 줄 모른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앱 ‘스터디헬퍼’ 정식버전 출시를 앞두고 주말도 반납한 채 기획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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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영(오른쪽) 탐생 대표와 이준형 부대표가 자신들이 만든 앱 '스터디헬퍼'를 선보이고 있다.

 

스터디헬퍼는 사용자들에게 공부시간 측정 및 푸시알림 차단, 공부시간 통계, 스터디그룹 등 3개의 기능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혼자 하는’ 공부와 ‘함께 하는’ 공부 모두를 도와주는 앱이다. 

 

현재 안드로이드마켓 교육 카테고리에서 누적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고, 약 61만명이 이 앱을 다운받았다.

이 앱을 만든 장본인은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들이다. 

 

설태영(29, 고려대 국문) 대표와 이준형(27, 고려대 철학) 부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고려대학교 학보사에서 맺은 인연으로 공동사업까지 하게 됐다.

‘탐생’이라는 회사명에 대해서 이준형 부대표는 “탐생은 탐구생활의 준말인데, ‘생을 탐구하다’라는 의미로 짓게 됐다”며 “각자가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방향을 탐구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스터디헬퍼라는 앱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던 상황 전개에 그들의 진심어린 노력이 가미되며 현재의 법인설립 단계까지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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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중·고등학생들 입시 상담을 위해 ‘결심! 공부 도우미’라는 블로그를 운영했었는데, 블로그 방문자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아졌어요. 그러던 중 입시 준비생 공부를 도와주는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방문자들의 댓글에 영감을 얻어 앱을 만들었습니다. 앱 출시 이후 블로그 방문자 수와 앱 사용자 수가 함께 늘면서 더 좋은 콘텐츠를 앱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법인도 설립하게 되고 투자도 이끌어 내게 됐죠.”

서울의 명문 사립대 재학생인 이들이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왜곡된 공교육을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준형 부대표는 “저는 사교육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 등에 집중하며 학교 공부를 병행했죠”라며 “요즘 친구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사회에 휩쓸려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공부 과정 자체를 순수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라고 말했다.

이들의 현재 나이는 20대 후반이다. ‘보통’이라면 취업준비를 하거나 직장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야 할 나이다. 이들이 IT업계로 본격 진출하게 된 것은 그들의 철학과 관련이 있었다.

이 부대표는 “투자자와 마주 앉아 투자 계약서를 작성할 때 투자자가 저에게 ‘이제 너희 남들처럼 살기는 틀려먹었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기업 취업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제 꿈은 요리사”라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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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창업자는 우연과 마주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법인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노력이 수반됐다. 

 

이들은 정부 및 엔젤투자기관이 주관하는 투자적격 심사들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며 총 세 번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달 초에는 설태영 대표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 참가하며 교육열이 우리나라 못지 않은 중국과 인도, 이스라엘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올해 5~6월 스터디헬퍼 정식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UI와 세부 콘텐츠를 조율 중에 있다. 오는 7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MWC에 다시 한번 참가해 본격적인 법인 활동과 더불어 수익모델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중국과 인도, 이스라엘 등 국가에도 앱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에 관한 질문에 설태영 대표는 “앞으로 단순한 경쟁이 아닌 진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앱, 공부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앱으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이용하는 앱에 콘텐츠 사용료 명목으로 가격표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순수하게 염려하는 마음을 갖고 앱을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수익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형 부대표는 “우리가 만든 앱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없어져야 할 앱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스스로 공부를 할 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우리 앱이 필요할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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