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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세종실록’ 400쪽 악보, 현대 작곡가를 만나다…‘세종문화기행-작곡가 세종’

김광보 연출 세종음악기행 ’작곡가 세종‘ 음악, 21세기 작곡가 강상구·강은구·김백찬·박일훈·황호준이 변주
‘치화평’ ‘여민락’ ‘신 용비어천가’ ‘대왕, 민에게 오시다’ ‘여민동락하라’
서울시극단 강신구 세종대왕, 연수단원 장석환, 박진호, 뮤지컬 '1446' 소헌왕후 박소연, '적로' 하윤주, 솔리스트 한상희 등 출연

입력 2019-05-1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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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O[세종] 세종음악기행 간담회 01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세종문회기행-작곡가 세종’(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그간 세종문화회관의 브랜드공연 ‘세종음악기행’이 세종대왕 당시의 음악을 다시 살펴보는 전통에 중심을 뒀다면 이번엔 과감하게 현대로 모셔왔습니다. 만약 세종대왕이 2019년에 살았다면 어떻게 표현했을지 강남역이나 홍대 앞에서도 만날 수 있는 세종의 모습을 그려봤어요.”

10일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세종문회기행-작곡가 세종’(5월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하 작곡가 세종) 공개시연 및 기자간담회에서 박호성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이자 상임지휘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다섯 명의 작곡가들이 600년 전 세종대왕이 작곡한 ‘용비어찬가’ ‘종묘제례악’ 등을 현대의 시각으로 써주셨다”며 “세종대왕의 웅대한 뜻을 펼칠 수 있고 장엄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곡들을 초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의 설명처럼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맞아 국악방송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곡가 세종을 만나다’와 공동 기획된 ‘작곡가 세종’에서는 ‘세종실록’에 수록된 400쪽 악보가 강상구·강은구·김백찬·박일훈·황호준(이상 가나다 순)에 의해 변주된다.  

 

[세종] 세종음악기행 포스터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세종문회기행-작곡가 세종’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안숙선 명창의 창극 ‘두 사랑’ 음악감독이자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작곡가 김백찬은 ‘치화평’과 ‘여민락을’, 평창 패럴림픽 개·폐막식 음악감독 강상구는 ‘신 용비어천가’, 창극 ‘메디아’·오페라 ‘아랑’ ‘당신이야기’ 등의 황호준은 ‘율화-대왕, 세종을 위한 서곡’(이하 율화),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 박일훈은 ‘대왕, 민에게 오시다’, 서양악과 국악 관현악을 넘나드는 강은구는 ‘여민동락하라’를 선사한다.

김광보 서울시극단장 연출한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극단원 강신구가 세종대왕, 연수단원 장석환, 박진호가 장영실, 박연으로 분하며 극적 재미를 더하는가 하면 세종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1446’에서 소헌왕후를 연기했던 성악가 출신의 배우 박소연,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자 음악극 ‘적로’에 출연했던 하윤주, 솔리스트 한상희, 정가앙상블 SOUL지기 대표이자 소리꾼 김나리, 박진희, 안정아, 김영근, 장명서 등이 힘을 보탠다.

현장에서는 김백찬의 ‘여민락’, 박일훈의 ‘대왕, 민에게 오시다’, 황호준의 ‘율화’가 부분 시연됐다. ‘여민락’은 ‘세종실록’, ‘대왕, 민에게 오시다’는 ‘세종장헌대왕실록’ 138~146에 수록된 악보를 바탕으로 한다. ‘여민락’에서는 김나리·안정아·박진희가, ‘대왕, 민에게 오시다’는 하윤주·김영근이 가창으로 참여했다.

‘율화’는 한글창제·국토확장·과학 및 천문학 혁신·인쇄술 발전 등을 이끈 것은 물론 궁증음악 집대성, 음 체계의 기본이 되는 율관 제정, 악기 개조 및 재정비, 악보 창안 등 음악적 업적을 남긴 세종의 치적과 이를 위해 고민했을 내면을 국악관현악 음향으로 표현한 창작곡이다. 기개가 넘치면서도 서정적이며 치열한가 하면 비통하다. 강약조절과 기묘한 속도감을 살린 ‘율화’의 황호준 작곡가는 “악기 편성은 기본에 충실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SHAO[세종] 세종음악기행 간담회 04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세종문회기행-작곡가 세종’(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처음엔 세종대왕이 만든 음악들을 변주할까 고민하다가 생각이 깊어졌어요. 어린시절부터 궁중에서 성장한 사람이 추상적으로 백성을 위해야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일들을 많이 했잖아요. 아버지처럼 민초들과 어울린 것도 아닌데 일관되게 백성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는 게 불가사의하게 느껴졌죠.”

이에 황호준 작곡가는 “세종대왕이 율을 다룬 음악들을 기술에 의존해 변주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며 “기법적 실험이 아닌 세종대왕이 느꼈을 고독감과 해내야한다는 책임감,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음악적으로 담아내고 싶어 헌정음악을 만들겠다 마음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국악관현악의 대편성 음악에서 확장된 음향을 만들어가기 쉽지 않아요. 대편성 관현악이라는 형식이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음향적 확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했죠. 기존 국악관현악과는 달리 찰현악기(현을 활로 마찰해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의 총칭), 관악기(금속·나무·대 등의 관을 입으로 불어서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 발현악기(손톱, 손가락 또는 피크 같은 도구로 줄을 퉁겨 연주하는 악기) 등 각각 악기군의 역할들을 명확하게 부여하고 악기군 마다의 관현악을 따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완성한 음향들을 다시 합쳤죠.” 

 

곡의 구성에 대해서는 “세종대왕은 심정적으로 열정이 넘치던 분”이라며 “그 에너지와 열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외향적 음악들을 전반적으로 깔고 중간 중간 내면을 성찰하고 들여다보는 음악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3_황호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세종문회기행-작곡가 세종’에 참여하는 ‘율화-대왕, 세종을 위한 서곡’의 황호준 작곡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복잡하지 않게,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세종대왕의 음악이 그랬거든요. 세종대왕이 율을 펼칠 때의 계가 있는데 그 중 두 가지, 가장 기본이 되는 계면조와 평조를 차용해 그에 맞는 주제선율을 만들었어요. 그 선율을 가지고 악기군마다의 관현악을 완성하고 다시 합쳐 대편성을 했죠. 그 단순한 4마디짜리 선율을 총 401마디에 걸쳐 끊임없이 변주하고 확장시켰어요.”


그리곤 “유심히 들어보면 그 선율이 계속 들린다. 주제선율을 명확하게 해서 세종대왕의 존재를 부각시키려고 했다”며 “주제선율의 분위기에 따라 세종대왕이 밖으로 펼치는 정책이나 열정들이 드러내는가 하면 혼자 편전이나 침소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느꼈을 고독감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세상을 조화롭게 하려는 사람은 조화롭지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품어야 한다고 믿어요. 세종도 그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있을 때는 조화롭지 못한 것들을 품고 내적 갈등을 느끼면서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라는 상상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했죠.”

이어 “이 곡의 음악적 재료는 단순하다”며 “최근 국악관현악에 자주 쓰이는 현란한 특수악기는 오히려 빼고 딱 6개 국악기만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국악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현대적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을 황호준 작곡가는 그림 그리기에 비유했다.

“물감의 종류를 줄여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랄까요. 많이 비워내야했죠. 쓸 색을 최소화하면서 화려한 대형 걸개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어요.”

황 작곡가는 ‘율화’에 대해 “세종대왕 헌정곡이기도 하면서 대편성 국악관현악에 대한 저의 최근 고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대편성 악단으로서 편성을 특화시키기를 바라는 마음 등을 담았다”고 밝혔다.

“1964년 출범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지금의 국악관현악 편성방식을 출발시킨 단체예요. 대편성 악단 대부분이 실질적으로는 음향적 레이어들이 넓거나 깊지는 못해요. 중음역대에 몰려 있고 움직이는 형태도 이성부가 대부분이죠. 창단 50주년을 넘긴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한 단계 도약해서 대편성 국악관현악 양식과 소편성 양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하게 특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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