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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 기억의 삭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끝까지 끝은 아니야”

입력 2021-09-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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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사진제공=CJ ENM)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악’이 격돌하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금요일 밤을 평정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에서 천서진(김소연)과 하윤철(윤조훈)의 딸 하은별(최예빈)은 ‘조기치매’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뒤따르는 기억을 지우는 약에 집착했다.

그 속내는 자신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엄마의 기억을 지워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비록 누구도 약을 복용하지는 않았지만 약을 복용해 ‘기억’을 지운다고 그간의 악행이나 불행도 사라질까.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들의 사랑이야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마지막에서 올리버(정욱진·신성민·임준혁,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클레어(한재아·해나·홍지희)는 서로를 만나고 사랑했던 기억을 리셋하는 선택을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사진제공=CJ ENM)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낡고 소멸돼 가는 헬퍼봇들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돼 버린 올리버와 클레어, 지직거리며 플레이되는 오래된 레코드 사운드, 빈티지스러운 스탠다드 재즈 선율, 인공적인 요소라고는 없는 어쿠스틱 음향 등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무장한 작품은 지극히 인간답고 서정적이기도 하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기획·개발, 2015년 내부리딩 및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6년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던 당시의 ‘새로움’과 ‘설렘’은 제작사와 출연진들을 바꿔가며 2017년 앙코르 공연, 2018년 재연, 2020년 삼연, 2021년 네 번째 시즌으로 이어지면서 다소 퇴색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미래에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사랑’이다.

너무 사랑하는 상대가 자신의 소멸에 아파할 것을 걱정해 내린 ‘결정’ 역시 지극히 인간답고 감정적인 엔딩이다. 그 결정을 실제로 실행했는지는 배우마다의 해석과 표현 그리고 보는 이들의 받아들임과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이 작품의 제목이 ‘어쩌면 해피엔딩’인 이유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사진제공=CJ ENM)


‘우린 왜 사랑했을까’라는 넘버 가사처럼 “흐르는 시간 속 결국 모든 게 흩어질 걸 알면서”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은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에서 “다 잊기엔 너무 아까운 눈부시게 예쁜 기억들” “우리가 얼마나 서롤 아끼고 사랑했는지”는 잊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노래한다.

 

극 초반 주인에게 상처받고 버림받았음에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클레어가 부르는 넘버 ‘끝까지 끝은 아니야’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문구들로 ‘어쩌면 해피엔딩’을 꿈꾸게 한다. 정말 마지막 순간이 오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일분일초 매 순간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거나 “괜한 걱정 따윈 말아, 어차피 똑같은 결말, 그저 지금에 집중해” “끝이라 생각한 순간 항상 찾아왔던 시작” 등까지.

사랑했던 기억의 리셋과 유지 중 어떤 선택을 했든 지극히 ‘나다운’ 것이었다면 끝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면 그대로, 그렇지 못했더라도 그대로 ‘어쩌면 해피엔딩’일테니….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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