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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의 경영산책] YS 평가, 무드셀라 증후군

입력 2015-12-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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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5년 11월 22일, 대한민국 제 14대 대통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 치료를 받던 중 서거했다. 전 국민적 슬픔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재임 말기는 엄혹했다. 임기 말년인 1997년 대한민국은 사상 유례없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다. IMF의 고통을 여전히 몸으로 기억하는 국민들이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금융실명제 등 각종 개혁 정책을 추진한 YS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보다는 IMF 위기를 초래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임기 말 YS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6%를 기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다시했다. YS의 정치적 업적에 대해 ‘공이 많다’(50.5%)는 평가가 ‘과가 많다’(23.8%) 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모든 연령대에서 ‘공이 많다’는 응답이 높았는데 특히 60세 이상(60.5%)에서 가장 높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과거를 회고한다는 뜻을 지닌 ‘레트로(Retrospective)’라는 말이 있다. 레트로는 과거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트로는 현재를 팔기 위해 과거를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일환으로 한 시절 유행했던 브랜드를 재출시하거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약간의 새로움을 더해 출시하기도 한다.

며칠 전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집 앞 가게에 들렀다가 어릴 적 먹었던 부라보콘이 옛날 모습 그대로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럽게 울다가도 울음을 뚝 그치게 했던 부라보콘은 비교 불가능한 ‘꿀맛’으로 기억된다. 입안에 넣으면 스르륵 녹아버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세상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느낌이랄까.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둘이서 만납시다, 부라보콘. 살짝쿵 데이트~” 지금도 기억나는 CM송을 흥얼거리며 얼른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었다.

단종된 제품을 부활시키거나 상품 겉면 디자인을 바꿔 추억을 되살린 식품도 많다. 롯데푸드는 60년대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삼강하드를 52년 만에 재출시했다. 삼강하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여름철 어린이들이 즐겨 먹던 빙과류는 색소와 설탕 또는 사카린을 섞은 물에 막대기를 꽂아 얼린 아이스께끼였다. 자칫 배탈을 부르기도 하는 불량식품이었다. 62년 식품위생법이 시행되면서 아이스께끼는 설 자리를 잃었고 삼강하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번에 다시 출시된 삼강하드는 패키지도 전체적으로 복고풍의 폰트와 디자인으로 구성해 포장지만으로도 옛날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이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억만 남아있을 뿐 불편했던 부분들은 기억에서 상당수 사라진다.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무드셀라라는 인물에서 유래했다. 무드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는 최장수 인물로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다.

따라서 YS의 정치적 업적에 대해 ‘공이 많다’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레트로와 무드셀라 증후군이 심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추억이 항상 아름답고 진한 향수를 남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외부기고의 일부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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