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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가상현실을 사는 '강남 해바라기'

입력 2017-06-12 15:05 | 신문게재 2017-06-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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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을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40대 강남 서민이다. 내 선배는 강남구 도곡동 일반아파트에 12년째 살고 있다. 그는 ‘하우스 푸어’를 입에 달고 산다. 전세로 사는 건 아니지만 자기 집이 아니라 80%는 은행집(주택담보대출)이며 두 아이들의 학원비, 대출이자 및 원금, 생활비 때문에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적자가 없는 달이 없다. 예외적인 하소연일까?

월 평균 600만원을 버는 선배는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375만원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4인 가족의 경우 187만원이 중산층과 빈곤층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187만원보다 1만원이라도 더 벌면 중산층이고 1만원이라도 적게 벌면 빈곤층이 되는 셈이다. 중산층과 그 위의 고소득층을 나누는 기준은 중위소득의 150%다. 따라서 4인 가구 기준으로 563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고소득층이다. 따라서 600만원을 버는 선배는 고소득층이다. 그럼에도 선배는 왜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입대비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강남 서민은 왜 강남을 고집할까?

강남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핫한 이슈들을 소개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에서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을 꼽는다. 이 세 박자를 동시에 충족하는 주체가 강남이다. 그래서 일까. 강남의 교육 철학을 따라하기 위해 전국의 ‘맘’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의 교육철학을 받아들인다. 이런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강남 서민들이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들은 오기를 발동시킨다. ‘아이들만큼은 강남 서민으로 살게 할 수 없어!’라며 은행에 빚을 내서라도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으로 신분상승을 꿈꾼다. 이러한 피해의식이 가장 강한 사람이 강남 서민이다. 그래서 일까. 지역별 자녀 1인당 교육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 역시 강남이다.

강남 서민은 가상의 현실에 산다. 은연중에 그들은 즐긴다. ‘나 강남 살아!’라고. 가상현실(VR)은 사용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이다. 가상현실 서비스는 주로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고글 형태의 기기를 쓰고 이용한다. 강남서민들은 부자들의 공간에서 고글 기기를 쓰고 가상의 자신을 본다. 넓은 거실에 피카소의 그림이 보이고 곰돌이 인형과 대화를 하며 람보르기니를 타고 여행을 한다. 가상의 현실을 인식한 자신은 동일한 시선으로 현실을 본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고 가상의 나를 욕망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자기만족적 삶’을 산다. 주변에 읽을 책이 있고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로 친구나 연인들과 함께 즐길 사회관계자본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내면적으로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생산한다. 그들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산다.

정작 행복이란 타자의 삶이 아닌, 경제적 논리로 지배하는 삶이 아닌 내면의 진정성을 생산하는 삶이 아닐까.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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