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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리와 돈길

입력 2024-05-22 06:46 | 신문게재 2024-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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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석 산업IT부장
금리는 돈의 길이고, 돈길은 금리란 강력한 물리력을 등에 업은 현실 권력이다. 물길(자연)이 중력의 골을 타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라면, 금리와 돈길은 정 반대 결을 타고 났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돈길의 절대 영역이다. 두 길 간 공통점이 있다면 극도의 불안정과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을 싫어하는 천성을 타고 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돈길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이 없다고 하는가 보다. 그런 돈길이 최근 5년 안팎 ‘고금리’ 아래 요지부동, 정체돼 있다. 곳곳에서 불거진 금리인하 시그널이란 ‘희망고문’만 벌써 1년째다. 그러는 새 우리 생활 역시 상당부분 굴절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 우리는 예측불허의 불안정한 돈길 위,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시작은 코로나 팬테믹이란 돌연변이 등장이었고, 비틀어진 일상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낯선 한미 간 금리다. 양국 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까지 벌어진 지도 꽤 됐다. 팬데믹 때 0.5%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순식간에 3.5%까지 치솟은 뒤 11회 연속 동결 기조다. 반면 미국은 물가잡기란 미명 아래 2022년부터 11차례나 올렸다. 그 결과, 긴축 당시 0.00∼0.25%이던 미국의 기준 금리는 5.25∼5.50%까지 치솟았다. 돈길에 변화가 생기자 국내 자금이나 투자자들은 달러나 채권, 금 등 현물투자에서부터 미장이나 일장 참전 등 새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물론, 예상했던 것 만큼 자본 이탈이 심각하지 않아 다행일 수 있겠지만, 우리 경제와 산업에는 격랑이 몰아쳤다. 지난해 9월,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2.2원까지 폭등하는 등 요동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488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225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기업들의 달러 빚은 당장 ‘독’으로 돌아왔고, 수입기업은 지금도 후유증에 몸살 중이다. 물론,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서 11개월째 인위적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이면도 존재한다.

이런 돈길의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달 중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1%p 떨어지자 금리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란 역신호로 읽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 3년 풀려나온 달러만큼 거둬들여야 한다는 논리가 아직은 대세인 듯 싶다.

한은 금통위가 내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메시지다. 경제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가 절대 상수겠지만, 미국에 앞서 선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호전되고 있는 각종 지표와 시장 내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그 배경이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연내 금리인하론이 대세라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로 보인다. 전세계 경제가 올해 중 금리 변곡점, 혹은 전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물이나 돈이 한 곳에 오래 고여 있으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원리일까. 요즘처럼 환율이 뛰고 돈길이 밖을 향하면 고물가이고, 고물가는 다시 저금리의 물레방아를 돌려 순환하는 식이다. 그래서 경제가 지속적인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는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시대다. 이제 돈길은 언제쯤 또 다른 물꼬를 낼까. 바로 지금이 돈길 격변기 아닐까.

송남석 산업IT부장 songn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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