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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망하는 기업

입력 2023-10-18 06:07 | 신문게재 2023-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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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을 남겨 살아남고 사회와 함께 지속 성장 발전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업의 생리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우리 주변에 이른바 망하는 기업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졌던 수많은 이들의 실직과 눈물, 멍까지….

한 때, ‘탱크주의’를 내세워 거침없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던 대우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1999년 대우가 좌초하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고, 무려 다섯 번(2002년 대우일렉트로닉스→2013년 동부대우전자→2018년 대우전자→2019년 위니아대우→2020년 위니아전자) 이나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그 사이 세계를 주름 잡던 ‘대우’란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그 명맥을 잇던 위니아마저 이달, 부도 처리돼 법정관리 상태다. 회생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기업이 된 것이다.

90년대 중후반 컴퓨터 전문매장으로 가격 파괴를 주도했던 세진컴퓨터랜드를 비롯해서 팬택, 신세기통신, 한솔PCS, 국제그룹, 해태그룹, 버디버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라성 같던 기업들도 비운에 사라지기는 매 한가지다.

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어떻게 망하는가(How the Mighty fall)’라는 책을 통해 기업 몰락을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첫 단계로 ‘성공에 도취된 자만’을 꼽았고, 이어 △‘원칙없는 확장’ △‘리스크 무시’ △‘외부 구원에 매달림’ △‘기업 존재 가치의 소멸’ 과정을 거친다고 적시했다. 불황이란 단어를 늘상 끼고 사는 요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은 가자지구 전쟁까지 국제 정세는 매일 요동친다. 그래서 일까. 학자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노멀(Normal)’로 정의했고, 코로나 시대까지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칭하고 있다. 요즘은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불확실성 최고조기란 의미에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이라고 한다.

불확실과 격변의 시대,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이 생기고 사라진다. 어쩌면 요즘 기업들은 장수보다 하루하루 살아 남는 것을 더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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