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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부질없는 경제 예측과 고장난 시계

입력 2024-01-03 06:40 | 신문게재 2024-0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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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석 산업IT국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 커지나보다. 새해, 쏟아지는 뉴스나 유튜브나 신간들은 이런 욕구에 불이라도 지를 듯 러시다. 이른바 ‘천기누설(天機漏洩)’성 수요는 올해도 각종 예측과 분석, 전망들을 유인해 냈다. 하지만 이런 예측들은 대부분 무의미할 확률이 높다. 누군가 현물이나 가치의 폭락을 설파한다면, 분명 누군가는 여기에 대비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예측이라도 시점에 따라 결과 치는 달라는 법이다. 경제를 생물이라고 치는 이유다.


흔히 요즘을 ‘뉴노멀(New Normal)을 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 라고 한다. ‘신 혼돈’ 또는 ‘새로운 비정상’쯤 으로 해석되는 시사금융용어다.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이런 시기, 어떤 이는 주식을 사라고, 또 어떤 이는 채권을 사라고, 혹은 아파트를 사라고 부추긴다. 물론, 예측이 많으면 분명 ‘신기(神氣)’도 나온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히 맞는 것 처럼….

대표적 사례로 1984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실험이 꼽힌다. 매체는 다국적기업 회장과 전직 재무장관,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대학원생, 런던 환경미화원 각 4명씩 총 16명에게 향후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율, 환율, 유가 등을 예측해달라고 했다. 얼마 후 적중률의 평균값은 환경미화원과 회장 그룹이 1위였다. 반면, 최고 정보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인 전직 재무장관 그룹이 꼴찌였다고 한다.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란 이름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이들의 혜안(慧眼)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앵글(angle)을 좀 더 망원(望遠)으로 놓고 보면 더 그렇다.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인구학자인 폴 에를리히(1968년)가 펴낸 ‘인구폭탄’. 그는 인구 폭발로 곧 수억 명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 결론 냈다. 또 전 세계 학계와 정·재계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미래예측 모임 ‘로마클럽’이 1972년 발표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는 2000년대 석유 고갈을 단언 했다. 지금쯤 인류는 다른 연료를 쓰고 있어야 옳다.

20세기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놓고 보자. 1920년대 미국 대공황이나 1970년대 석유파동, 1990년대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내다 본 전문가는 없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가 혼쭐난 폴 크루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시립대 교수인 그는 “코로나19 이후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과거에 기반한)추론은 안전한 베팅이 아니었다”면서 “나는 틀렸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지난해부터 정부와 한국은행, 민간 경제전문기관을 비롯한 각종 단체는 습관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대략 1.8%에서 2.2% 사이다. LG경제연구원(1.8%)이 가장 낮게, 한국은행(2.1%)·한국개발연구원(KDI 2.2%)이 높게 봤다. 정부는 통상 이번 주 중 숟가락을 얹게 될거다. 하지만 올해는 전 세계가 선거의 해이고,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쟁과 공급망 불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요동칠 소재들도 넘쳐난다.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시기, 우리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부질없는 부적(符籍)을 탐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예측은 예측일 뿐, 미래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스 신화에 유명한 ‘피그말리온 효과’도 있지 않은가. 무작정 걱정만하기보다 도전정신이 더 필요한 때다. 희망을 품고 똘똘 뭉친다면 기회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영웅은 난세에 나고, 국제질서가 바뀌는 격변기 일수록 기회의 창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송남석 산업IT국장 songn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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