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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백년 기업, 천년 기업

입력 2024-01-10 07:59 | 신문게재 2024-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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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은 14곳에 불과하고, 30년을 넘은 기업은 3% 미만, 50년 이상은 아예 소수점이라고 한다. 반면, 가까운 일본은 1000년을 넘긴 초장수 기업이 7곳이라고 한다. 200년(3000곳)과 100년(5만곳)을 넘긴 기업도 수두룩하다. 전 세계 장수기업의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이라고 하니, 장수기업 천국이다.

그 중 최장수 기업은 578년 쇼도쿠(聖德)태자가 초청한 백제 목수 금강중광(金剛重光)이 세운 곤고구미(金剛組)다. 올해로 1446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장수 기업인 곤고구미는 1955년 주식회사 전환과 2006년 다카마쓰(高松)건설의 전액출자을 통해 아직도 활동 중이다. 705년에 창업한 게온칸(慶雲館·야마나시현)은 현재 52대째 영업 중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1319년 동안 증축과 수리를 거쳐 아직도 창업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 대를 잇는 장인정신과 고객과 소비자, 종업원 간 상호 신뢰관계에서 찾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왜 장수기업이 없는 걸까.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6.25로 인한 수탈 및 파괴로 민족자본 형성이 늦어졌다는 부분과 뿌리 깊은 사농공상의 유교적 기업인 홀대를 지목한다.

장수기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재계가 끊임없이 지적해온 상속·증여세율과 까다로운 사후요건들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 문제로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특히 정부는 기업 승계의 핵심을 세금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 경제의 영속성에서 찾아야 한다. 새해가 밝았다. 창업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다시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고민해 볼 때다.

- 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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