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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휴전, ‘AGAIN CHRISMAS 1914’

입력 2023-11-29 06:07 | 신문게재 2023-1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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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말 유럽 서부전선에 기적 같은 휴전이 찾아왔다. 치열하던 전투는 잦아들었고, 일순간 총성과 포성이 멎었다. 그리고 한 영국군 참전 병사가 어머니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내용은 이랬다. “어머니, 저는 지금 참호에서 독일 담배를 피우고 있어요. 어머니는 ‘죄수나 포로의 담배겠지’라고 하시겠지만, 아니에요. 독일 병사가 자신의 참호에서 직접 가져다 준 겁니다. 어제는 영국과 독일 병사들이 만나 악수하고 선물도 교환했어요. 성탄절 내내 말입니다. 정말 경이롭지 않습니까?”

이렇게 프랑스 동북부와 벨기에 등 서부전선 곳곳에서 비공식 정전이 이뤄졌다. 성탄절 자정까지 총을 쏘지 않겠다는 전장의 약속이었다. 성탄절이 다가오자 이들은 중간지대에서 서로 만나 대화하고 먹을 것과 담배, 술을 교환했다. 총부리를 겨누던 군인들은 거짓말처럼 친구가 됐다. 일부는 내기 축구를, 일부는 캐럴을 함께 불렀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어떻게 다시 싸울지 걱정하면서…. 교황 베네딕토 15세의 정전 요청에도 양측 지휘부가 거부했던 정전이지만, 참혹한 전쟁 중에도 인간애를 보여준 ‘크리스마스 정전’이었다. 사연은 언론을 통해 퍼졌고, 소설이나 영화, 책으로도 발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2개월째 ‘무관심의 전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3개월째 ‘피의 시가전’과 불안한 조건부 휴전 중이다. 그러는 새, 무고한 민초들의 희생만 걷잡을 수 없다. 이런 차에 다시 떠오른 문구가 ‘AGAIN CHRISMAS 1914’다. 이것은 종교의 다름이나 유무를 떠나, 인류가 소망하는 평화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채 1달도 남지 않았다.

- 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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