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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19가 빚은 영화계 이색 풍경…넷플릭스行 ‘사냥의 시간’, 다시 극장으로 ‘공수도’

[트렌드 Talk]입소문에 IPTV에서 다시 극장으로 '공수도', 넷플릭스行 '사냥의 시간' 이중계약 잡음

입력 2020-03-27 17:00 | 신문게재 2020-03-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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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시간 공수도
넷플릭스行에 이중계약 공방 중인 ‘사냥의 시간’(왼쪽)과 IPTV서 입소문을 타고 극장으로 간 ‘공수도’(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그노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상이 걸린 영화계에 이색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의 흑백버전을 비롯한 신작들이 앞 다퉈 개봉 연기를 발표하고 극장에서는 영화 수급이 어렵다 아우성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하루 3만명도 채 안되는가 하면 신작들 개봉이 연기되면서 4년만에 재개봉한 ‘라라랜드’가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감하게 개봉을 선택한 영화들도 홍보를 위한 시사회, 배우 및 감독 인터뷰, 관객과의 만남 등을 온라인으로 치르거나 취소하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급기야 26일에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가 28일부터 116개 직영점 중 35개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50여편이 넘는 작품들이 동시기에 한꺼번에 개봉관으로 쏟아지며 수요와 공급 불균형은 당연한 수순이 돼 버렸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영화 두편이 있다.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4월 10일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결정한 ‘사냥의 시간’과 IPTV에서 먼저 선보인 후 극장으로 역주행한 ‘공수도’다.  

 

영화 공수도
올레TV에서 상영되다 입소문을 타고 극장으로 간 영화 ‘공수도’(사진제공=그노스)

 

올레TV에 단독 공개돼 전체 다운로드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사랑받은 ‘공수도’는 4월 9일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IPTV 콘텐츠가 극장 개봉으로 이어지는 최초의 사례다. 영화 자체도 사랑받았지만 코로나19로 신작 개봉 시기가 늦춰지면서 극장의 개봉작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롭지만 나약한 종구(오승훈), 공수도 관장 아빠(정의욱)로부터 공수도를 배운 유단자 채영(다은), 일진 생활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하려는 해성(손우현)이 공수도를 매개로 만나 성장하는 청춘물이다.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 ‘시선 너머’ 후 10년만에 선보이는 윤성현 감독의 장편 신작이다.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 안재호, 박해수 등의 출연으로 기획 단계부터 주목받던 작품으로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애초 2월 26일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좀체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Talk20200327

 

넷플릭스行에 대해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권지원 대표는 ‘브릿지경제’에 “이대로 개봉을 할 경우 1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더불어 개봉을 미룬 수십편 영화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3월 초 단독 공개를 제안했다. 협의 끝에 4월 10일 전세계 190여개국 29개 언어 자막으로 단독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결정에 잡음도 잇따랐다. 지난해 1월 24일부터 ‘사냥의 시간’ 해외세일즈 해외 판매대행 업무를 이행한 NEW 자회사 콘텐츠판다가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따른 이중계약”을 주장하며 “국제적 소송 수준의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콘텐츠판다는 “해외 세일즈사임과 동시에 투자사”라며 “리틀빅픽처스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강행했음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리틀빅픽처스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넷플렉스 판매를 위한 계약 해지를 구두 통보했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완료된 해외 판매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며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고 당혹감을 표했다.  

 

사냥의 시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行을 선택한 ‘사냥의 시간’은 이중계약 공방 중이다.(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이중계약이라는 콘텐츠판다의 주장에 리틀빅픽처스는 “국내 개봉을 못하는 상황에서 (선판매된 해외 계약 건들을) 정리해달라고 협조요청을 했지만 (콘텐츠판다 측이) 계속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며 “충분한 사전협상을 거친 뒤 천재지변 등에 의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에 따라 법률검토를 거쳐 9일 해지했다.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그 이후에 체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의도적으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권지원 대표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넷플릭스에 제안하고 논의를 하던 3월 초부터 꾸준히 협조 요청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대표 및 임원들에게 수차례 부탁했다”며 “(콘텐츠판다 이외의) 투자사와 제작사의 동의를 얻은 후 넷플릭스 단독 공개로 발생하는 해외 선판매 관련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공문도, 내용증명도 보냈다”고 항변했다. 

 

이어 “해외수입사에 직접 계약불이행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는데 일부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며 “천재지변 외에 계약해지 사유가 더 있다”고 덧붙였다.

“1년 넘게 정산내역도 받아보지 못했고 하기로 돼 있던 월별 리포트도 없었어요. 얼마나 팔았는지 판매 금액도 공유되지 않았고 계약서도 본 적이 없는가 하면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죠. 계약해지 요청을 하기 전일인 8일까지도 앞서 말한 것들을 공유받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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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行을 선택한 ‘사냥의 시간’은 이중계약 공방 중이다.(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그리곤 “겨우 공유받은 것을 확인한 결과 판매금액(약 2억원)은 제작비의 2% 가량으로 예상실적보다 굉장히 낮은 수치였고 국가별로 묶여 있어 판매처도 14개국으로 많지 않다”며 “저희가 동의하거나 요청한 적도 없는 저가 판매, 묶어 팔기 등도 있었고 넷플릭스와의 단독공개 협상 기간 동안 (넷플릭스에 전화를 거는 등) 영업방해에 해당하는 일도 여러 가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법적 소송을 한다면 저희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양심적이고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며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상도 열어놓고 대응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저가 판매, 묶어 팔기 등 한국영화 해외 세일즈의 안좋은 관행들도 정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틀빅픽처스가 손해 배상 의지를 밝히면서 쟁점은 일방적 계약해지, 이중 계약 건에 집중된다. 그 판단기준은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천재지변에 준하는지 아닌지’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를 해지사유로 하는 해외판매대행계약 해지의 적법성이 쟁점”이라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 

 

이어 “현 상황을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라고 본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계약 해지를 인정할 여지가 발생한다. 하지만 콘텐츠판다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천재지변 수준의 사정 변경은 아니며 리틀빅픽처스 측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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