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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실업함정 중년 구하기

입력 2022-03-10 14:26 | 신문게재 2022-03-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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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5060세대가 실업의 함정에 내몰리고 있다. 숫자도 많아 사회문제화 될 확률이 높다. 베이비부머만 봐도 1700만명(1955~75년생)에 달한다. 꽃다발 주고받던 정년은퇴 이벤트는 샘플 자체가 급감했다. 쫓기듯 주섬주섬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명예퇴직이라 불리나 실은 구조조정이다. 가정경제를 이끌고, 한국사회를 떠받친 거대 인구가 대규모 실업위기 앞에 선 셈이다. 보살핌을 받을 정책대상도 아니다. 유소년·고령자와 달리 복지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곧 현실화 될 정년연장은 이들을 구해줄까. 기대난망이다. 정년연장의 수혜는 의외로 꽤 제한적이다. 공무원·대기업이 아닌 한 정년연장이 적용되기란 어렵다. 고임금인데다 정년연장 때 적정직무를 부여하기도 힘들다. 

 

국민연금 수급 연력 축소(65세 이상)와 맞물려 정년연장은 필요하지만,  취업쟁탈 등 세대간 불필요한 갈등의 소지를 키워낼 우려가 적잖다. 절대다수의 5060세대에게 ‘정년연장→계속고용’은 만만찮은 허들이다.  

 

중년세대의 실업관련 사각지대는 차별적이다. 기술직 등 특수한 인적자본을 갖춘 블루칼라는 실업걱정이 적지만, 화이트칼라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사실상 50세 전후면 구조조정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시대흐름도 고용 없는 성장을 통해 혁신경로에서 비켜선 전통형 중년 일자리를 위협한다. 창업만이 유력한 실업안전망이 된다. 한국사회가 경기불황과 무관한 창업대국이 된 배경이다. 당연히 성공은 어렵다. 

 

자영업자로의 변신은 최후카드다. 먼저는 재취업이나 전업이란 카드도 있지만 만만찮은 과제다. ‘구조조정→실업현실→구직활동→좌절반복→지출부담’이 더 현실적이다. 눈높이조차 낮아진다. 경력무관의 저임금·주변부 일자리라도 감사할 일이다. 창업선택 후 일상화될 폐업공포·무한경쟁보단 낫기 때문이다. 이때 일반적인 고용형태는 ‘정규직→비정규직’의 하향전환이다. 자연스레 ‘중산층→빈곤층’으로 미끄러진다. 뒷방 퇴물을 거부할지언정 불안·절망의 중년 채색은 불가피하다. 

 

중년 위기의 씨앗은 일자리로 요약된다. 절체절명의 무직공포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연령대란 점에서 해결책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1700만 명의 거대 중년이 사각지대에서 허우적대면 사회비용까지 급증한다. 중년 특유의 실업탈출을 위한 간절함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할 수밖에 없다. 부모봉양·자녀부양·본인노후의 ‘트릴레마’ 탓이다. 사실상 사회갈등의 공통분모로 귀결된다. 뒤치다꺼리는 늘고 곳간은 비어간다면 버텨낼 재간은 없다. 5060세대의 노후난민화는 무조건 막을 일이다. 

 

한국이 늙어가는 속도·범위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전체인구 20%가 넘는 것)로의 진입은 눈앞에 다가섰다. 다만 중년을 거치지 않은 노년이 없듯 초고령사회도 중년사회 그 다음의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이 중년사회란 뜻이다. 해서 고령 이슈에 초점을 맞추기 전에 중년의 화두부터 풀어낼 때 사상누각의 우를 피할 수 있다. 중년이슈를 면밀하고 확실히 장악해야 고령문제의 실마리도 찾아지는 법이다. 중년이 아픈 사회에 해맑은 노년은 찾아오지 않는다. 중년에 집중할 때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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