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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마음먹기 달렸다

입력 2023-11-16 14:17 | 신문게재 2023-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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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라틴어로 마음에 든다는 뜻을 가진 플라시보(placebo)는 소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는 위약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플라시보(placebo, 僞藥) 효과는 실제로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환자들에게 진짜 효험이 있는 약이라고 믿게 하는 경우, 환자들이 약에 대한 심리적 믿음과 기대 때문에 병세가 호전되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2차세계대전 중에 전쟁터에서 치료에 필요한 약이 아주 부족해서 궁여지책으로 사용했던 방법인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위약효과를 이용한 의료 행위의 경우 병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근간이 되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연유로 플라시보는 의학계에서 잘 사용되지 않을뿐더러 플라시보 효과가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도 많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치료가 될 것이고, 되었으면 하는 환자의 강력한 열망이 병세 호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신라의 유명한 고승 원효(元曉)대사의 일화도 있다.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깨달음을 얻으려고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 바가지에 고인 물을 마시고 난 후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먼 유학길에 힘들고 지친 몸으로, 동굴에서 잠을 자다가 깬 원효대사가 갈증에 시원하게 들이켰던 물이, 알고 보니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구토를 했다고 한다. 원효대사는 이 일을 계기로 큰 깨달음을 얻어 중국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속에 달렸음을 말한다.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라인홀드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의 유명한 기도문이 있다. 바로 평온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이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저에게 허락해 주소서.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저에게 허락해 주소서.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저에게 허락하소서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참으로 멋진 기도문이다. 읽을 때마다 새삼 감탄하게 된다. 살다 보면 종종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욕심과 고집을 부리느라 힘든 시간을 겪게 된다. 분명히 바꿀 수 있음을 알지만 차마 용기가 없고 생각이 많아 어쩌지 못하는 내 모습에 매우 부끄러워질 때도 많다. 아직은 충분히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는가 하는 나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데, 정작 나는 충분히 지혜롭지 못해 이렇게 고난의 바다를 힘들게 헤매이고 있는 것 같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겸허하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나를 둘러싼 세상과 마주한다면, 어쩌면 생활 속에서 늘 찾고자 하던 바로 그 평온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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