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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배우 고아성이 보여주는 완벽한 환생… '항거:유관순이야기'

[人더컬처] 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 고아성

입력 2019-02-26 07:00 | 신문게재 2019-02-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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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의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현실은 흑백으로, 과거 회상은 컬러로 교차된다. 시간의 흐름상 대게 현재의 시간을 강조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이하 항거)는 우리가 알았던 독립투사의 모습이 아니다. 3.1 운동 이후 1년간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있던 17살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교과서나 위인전에서 봐왔던 유관순의 일생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이야기다.

극 중 유관순의 환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고아성 역시 “3.1 만세운동 이후 형무소 8호실에서 만난 실존했던 독립운동가들을 다룬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언론시사회 직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폭풍 눈물을 흘려 숙연한 분위기에 정점을 찍은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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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다행히 오늘은 별로 울지 않았어요.(웃음) 아마도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미지를 강인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그리는 영화였다면 제가 캐스팅되진 않았을 거예요. 감독님은 ‘항거’에서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눈물을 자주 보이는 유관순의 인간적인 면을 그리고자 하셨어요. 저 역시 책에서 본 사진이 다였는데 ‘그렇다면 실제 목소리는 어땠을까?’란 궁금증이 생겼죠. 국민이자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더라고요. 다양한 상상을 하며 찍었는데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울컥함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배우에게 모두 아는 사람을 연기하는 것만큼 큰 숙제는 없다. 피상적인 것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겪는 고민을 건드려야 하는 점이 특히 부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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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대사 한 줄조차 쉽게 읽히지가 않았어요. 그만큼 조심스러웠거든요. 다행히 촬영 순서가 영화의 시간상 순서대로 찍었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니 연기하기가 수월했죠. 지금도 만세를 부르던 장면을 찍었을 때의 전율이 남아있어요. ”

영화의 제작비는 고작 4억. 한국영화 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완성도가 30~40억 영화에 버금가는 이유는 김새벽, 정하담, 최무성 등 연기파 배우와 ‘덕혜옹주’ ‘신과함께’ 등에 참여했던 실력파 스태프들이 자처해 재능기부에 가까운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고아성 역시 어린시절 견학했던 서대문 형무소에서 촬영하며 동거동락했던 선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인터뷰 내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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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서대문 형무소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일단 무취의 공간이예요. 냄새가 전혀 없죠. 저는 그 공간이 주는 슬픔과 비극이 너무 와 닿았어요. 영화에 실리진 않았지만 구전으로 들리는 이야기로는 독립투사들이 이곳에서 고초를 겪고 있으면 사람들이 뒷산인 인왕산에 올라 그들의 이름을 불러줬다고 해요. ‘너희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당신을 기억한다’는 의미로요. 나라를 잃은 국민들이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이었데요. 사람들이 갇힌 이들의 이름을 불러 줬다는 게 감동적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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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의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철저한 역사 고증과 자문으로 탄생된 ‘항거’는 3평 공간에 30명이 갇혔던 사실에서 출발한다. ‘항거’에는 기생과 다방 종업원, 이화학당 선배, 아이를 가진 여자 등이 수감됐던 ‘여옥사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해 지금껏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실존인물들의 사연이 녹아있다.

고아성은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저도 그렇고 배우들 모두 연기전공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호텔관광학과, 시각디자인과부터 저는 심리학 전공이고 심지어 감독님은 역사학과였다”고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비전공자들이 모여 흠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하자 고아성은 ‘항거’의 마지막 면회를 베스트 컷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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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이야기’의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감옥에서는 말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 도리어 면회자가 수감자의 말을 듣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끼리의 감정으로 촬영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기도하는 그 장면을 찍었어요. 고아성에게 최초의 기억은 4살 때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거였어요. 저의 정체성은 배우를 빼고 설명할 수 없거든요. ‘항거’를 만나면서 진심이 전해지는 연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달까요. 부끄럽지만 저를 통해 유관순 열사의 목소리를 관객들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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