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볼 수만 있다면 꼭 영화관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OTT] 시대를 앞서간 SF 바이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탠리 큐브릭을 스타 감독의 대열에 올린 수작
웨이브 통해 서비스, CGV에서 기획전으로 진행중

입력 2023-05-24 18:30 | 신문게재 2023-05-25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3052452
 

두 눈을 의심했다. 과연 이 영화가 인간이 달의 표면을 밟지 않았던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이 맞을까.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우주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무려 1968년에 개봉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우주에 대한 인간의 탐험욕구를 증명한 시기보다 1년이나 앞선 예술의 극치랄까.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6
지금봐도 촌스러움이라고는 없는 세트와 연출법이 시선을 잡아끈다. 촬영이 끝나면 모든 세트를 부숴버리기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사진작가 출신인 독특한 이력을 발휘해 이 영화만큼은 미국 라이프지에 사진으로 남겨놓는 것을 허락했다고 전해진다.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지금처럼 특수효과나 CG가 거의 개발되지 않았던 때 NASA의 보고서를 뒤져가면서 과학 기술을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병적인 꼼꼼함’을 보이며 완성한 수작이다. 우주 공간의 느릿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장면을 위해 장시간 노출로 한 장면 한 장면 mm 단위로 피사체를 옮기며 찍은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대상을 움직이는 장면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그런 수고로움에 몇 백배 더 긴 시간을 들여 중력의 느낌을 살렸다. 오죽하면 미국의 달 착륙이 음모론에 휩싸였을 때 아서 C. 클라크와 스탠리 큐브릭이 각본을 쓰고 촬영했다는 ‘~카더라’가 돌 정도였다.


이 ‘카더라’에 작가이자 미래주의자인 아서 C 클라크는 “그렇다면 각본비와 흥행 보너스는 언제 주냐?”고 응수했다는 후문. 그만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지금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SF영화의 지존이다.

 

포문은 서로의 털 속에 득실거리는 이를 잡고 포식자인 하이에나에게 잡혀먹는 유인원이 연다. 인간이 채 되기 전의 이들은 무리지어 살지만 늘 배고픔에 허덕이고 맹수들의 공격으로 물 조차 마음대로 마시지 못한다. 들에 사는 돼지들과 어울려 바닥의 곤충을 먹거나 풀을 뿌리 채 씹어먹는 게 고작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5
뼈다귀를 든 유인원에서 목성을 탐사하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속 한 장면.(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유인원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검은 기둥인 ‘모노리스’를 발견한다. 어제까지 없었던 들판에 갑자기 등장한 돌에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하지만 되려 이 기둥을 만진 유인원들에게 지능이 생긴다. 이들은 동물의 뼈로 공격을 하고 사냥이 가능하게됨으로써 육식을 하게 된다. 이들이 정강이 뼈를 하늘로 던진 순간 그 유명한 ‘시공간의 변화’가 등장한다. 

뼈다귀는 하늘로 치솟아 광활한 우주를 비행하는 탐사선으로 바뀐다. 수백만년간 이뤄진 진화를 단 한컷으로 치환시킨 스탠리 큐브릭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모노리스로 진화를 시작한 인간은 첨단사회에서 과학의 발전을 만끽 중이다. 달의 뒷면에 나오는 특이 신호를 감지한 인류는 그 전차가 목성으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탐사를 위해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한 승무원과 인공지능 로봇 HAL(할)은 평온하고 지루한 시간을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우주선과 로봇이어도 에러와 고장은 있는 법. 우주선의 오작동을 알게 된 승무원은 수치상으로나 확률적으로나 단 한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는 할을 초기화시키기로 결정한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4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서 C.클라크는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A. 하인라인 등과 함께 SF 3대 작가로 불린다. (사진제공=웨이브)

 

기계를 리셋하고 인간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계산한 할은 미리 손을 써 대원들을 제거한다. 생명유지 장치를 끄고 우주선 밖에 대원들을 고립시킨다. 사실 데이브(케어 둘리)는 인간보다 더 합리적인 할을 누구보다 의지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할 일을 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생각하고 결정하는 기계에 대한 공포는 동료들의 죽음으로 더욱 확실시된다. 그저 컴퓨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할 역시 인간의 타고난 치밀함을 발휘해 생명을 걸고 우주선 안으로 돌아온 데이브를 통해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여분이 지나서야 첫 대사가 나올 정도로 진입장벽도 높다.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에 이르는데 관람보다 체험이라 불릴 정도로 아날로그 시대의 기술을 응축한 재미가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OTT로는 웨이브에서 서비스되지만 CGV의 기획전으로 큰 화면에서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국내에 마련돼 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3
폭력으로 쌓아 올린 인류의 발전사를 대놓고 조롱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미장센 만큼은 여전히 찬사받고 있는 영화 속 한 장면.(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모든 해석을 관객에게 맡긴다. 목성에 도착한 데이브가 정작 당도한 것은 유럽의 호텔 같은 세련된 침실이다. 그곳에서 그는  또다시 검은 기둥을 만진다. 모든 빛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은 ‘비운의 천재’라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 미장센의 극치를 보여주는 신이기도 하다. 당대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이 배경으로 맞물리는 것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를 증명한다. 일부 관객들은 여전히 이 영화가 2001년에 찍은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SF영화의 바이블’로 불리지만 고전 음악을 전면으로 내세워 작품이 지닌 모호함을 상쇄시킨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아람 하차투리안, 죄르지 리게티의 음악이 지닌 철학까지 곱씹어 본다면 ‘왜 이 음악이 저 장면에 나왔지?’라는 궁금증이 완벽하게 풀린다. 특히 큐브릭은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의 팬으로 이 영화에 네곡이나 삽입했다. 이후 무단 도용이 밝혀져 소송으로 이어졌지만 당시 ‘실험적인 작곡가’로 치부되던 리게티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할이 자신의 죽음을 읍소하며 부르는 노래도 꽤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생각을 하게 된 인공지능이 과연 이렇게 고분고분 사라질것인가.(사진제공=웨이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그 해 가장 많은 돈을 번 메가 히트작이 됐고 20세기 영화와 음악을 대표하는 두 거장은 화해의 악수를 나누며 평생 우정을 나눴다. 큐브릭은 이후 톰 크루즈 주연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도 리게티의 피아노 모음곡 ‘무지카 리체르카타’를 삽입했고 리게티는 이 영화의ㅏ 시사회에 참석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지구에 남긴 딸과 화상전화를 하는 신에 등장하는 아역 배우가 실제 감독의 딸이라고 하니 알고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