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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에서,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건 '오징어 게임'이 아닌 'OOO'

[#OTT]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
망가짐 아닌 배우의 진정성 온 몸으로 표출한 차인표
"앞으로 주성치처럼 되고싶은, 나의 마중물 같은 작품"

입력 2024-05-15 18:00 | 신문게재 2024-05-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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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컷이 ‘차인표’의 모든 걸 압축해 준다. 영화를 다 보고 찾아보길 권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실 이건 이병헌과 최민식도 절대 못 할 일이다. 자신을 내세운 프로그램에 당당히 이름을 붙이는 것 만큼은, 감히 차인표가 아니라면 할 수 없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는 기획당시 본인의 간곡한 거절로 물거품이 ‘될 뻔한’ 영화다. 극 중 영화 침체기를 지나치게 코믹하게 그린 데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였지만 세월이 흘러서 변한 건 없었다. 사실 영화 ‘크로싱’ 이후 이렇게 극장 산업이 무너질 지 몰랐다. 극 중 여고 체육관이 무너져 갇히는 설정처럼 말이다.


‘차인표’는 혜성같이 나타나 안방을 사로잡고 극 중 호흡을 맞춘 배우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실제 그의 삶에서 시작한다. 당시 인기는 현재 변우석과 차은우급 팬덤을 합치고 100배쯤 더 될 정도.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MBC ‘사랑을 그대품안에’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재벌 2세로 의류매장 직원인 진주(신애라)의 캔디형 매력에 빠지며 사랑과 야망 모두를 잡는 인물이다. 틈만나면 클럽에서 색소폰을 불고 여심을 흔든다. 게다가 검지 손사락을 흔드는 특유의 버릇은 지금도 회자되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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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당시 190개 나라에서 개봉돼 인기를 모았던 ‘차인표’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어쨌거나 당시 만난 운명적인 사랑은 아내가 돼 가끔 잔소리도 하고 작품에 대한 타박도 하는 사이다. ‘차인표’에서는 목소리로 등장하는데 늘 반듯하고 깔끔한 남편의 평소 모습을 디스하며 혼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더한다. 제작보고회 당시 차인표는 “저 음성과 데시벨은 연기가 아니다. 실제 말투”라고 했을 정도. 그렇게 ‘차인표’는 배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재미 백배다. 하지만 몰라도 꽤 신선한 웃음을 가득담은 작품이다.

극 중 차인표는 여전히 열일 중이다. 매니저 아람(조달환)은 예전의 인기가 아닌 배우이자 형을 한편으로 안쓰럽게 생각하지만 티 내지 않는다. 사실 ‘스타병’에 걸린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차인표의 성격은 털털하다. 연기에 진심이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삶에 익숙하고 자신이 가진 걸 기꺼이 나누는 ‘선한 영향력’을 갖추며 나이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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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사람보다 구하는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를 실감나게 연기한 조달환. 서브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스핀오프가 나왔으면 할 정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리고 함께 나이든 팬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오른 등산길인데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들의 사진요청은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손가락을 흔들어 달라고 하고 가끔 근육에 감탄하며 터치도 일삼는다. 그의 굳건한 바디는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필 산 속 진흙탕에 빠져 온 몸이 흠뻑 젖은 차인표를 본 산악인(조상구)은 친절히 그에게 하산하는 길에 있는 체육관을 알려준다. 분위기로 봐서는 자신도 가끔 그곳을 이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차인표는 몰랐다. 그곳이 안전진단의 결격사유로 인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여고 샤워실이었단 사실을.

게다가 그곳은 언제부턴가 음흉한 시선과 끈끈한 점액질이 발견되면서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골치를 앓는 곳이다. 교장(박영규)은 아마도 몇몇 학생들이 덫(여성 팬티)을 놓고 범인을 잡으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차인표’는 교장의 모습에서 폐허 속에 혹시라도 있을 생명보다 “결격 사유없이 일을 처리했다”는 행정과정을 강조하는 ‘꼰대어른’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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븍별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깨알웃음을 주는 극장 한 장면. 사진을 통해 자신의 리즈 시절을 확인하는 차인표의 모습이 웃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의 중반부는 차인표의 망가짐이 8할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무너진 건물 속에 나체로 갇혔어도 손에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이다. ‘차인표’의 후반부는 배우 평소 차인표 본인이 흡사 주문처럼 외우는 “진정성있게”를 코믹하게 패러디한다. 데뷔 이래 베드신 한번 안 찍었던 몸이라 매니저를 불러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탈출(?)하는 게 관건인데 이 사연도 모르고 소방서와 경찰관들이 무너진 건물더미로 출동한다.

아람은 최대한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는 선에서 차인표를 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시멘트더미를 들어올릴 수도 없고 철근을 자를 수도 없으니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무하다. 그 와중에 배우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목은 마르고 외롭고 추운 밤이 이어져도 소리를 지를 수 없다. 자신이 알몸으로 폐쇄된 건물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이 우기고 있는 설경구, 송강호와 동급인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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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구출된다. 과연 뭐를 걸쳤을까. 모든 걸 체념한 표정이 차인표의 연기 내공을 가늠하게 만드는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차인표’는 제목도 연기도 주인공도 차인표인 상황이 폭소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20대에 벼락 스타가 된 만큼 30대를 안락하게 보낼 수 있을텐데 사실 차인표의 30대는 기부와 봉사, 작가의 삶에 충실했다. 그는 이 영화의 공개 직 후 브릿지경제와 화상인터뷰를 통해 “40대에 일을하려고 하니 정작 들어오는 게 없더라” 눙치면서 “역할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걸 찾게 됐다. ‘차인표’를 계기로 주성치처럼 웃음을 주는 작품에 출연하고 연출하는 삶을 꿈꾼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 작품을 통해 절친이 된 조달환이 ‘차인표’의 시나리오를 보고 웃겨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니 기대하고 봐도 좋다. 누가 뭐래도 배우 차인표는 영원히 우리의 ‘별’이니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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