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금융 > 은행

카펫에 샹들리에… 화상전화 ATM으로 무인업무

[금융생태계가 변한다] ②진화하는 해외은행 점포

입력 2015-01-22 18:11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국내 금융권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점포를 찾지 않는다. 이에 적자점포가 속출함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점포는 전쟁터의 진지로 비유되는 만큼 없어선 안될 존재다. 점포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보다 다양한 고객 친화적인 모습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주요 글로벌 은행들의 점포는 어떻게 변화했고, 이를 통해 국내은행의 점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알아본다.<편집자주>
 

US-FINANCE-BANKING-BOA
BOA는 화상전화 ATM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시에 있는 BOA ATM branch. (AFP)

 

 미국 등 선진국은 온라인뱅킹과 모바일뱅킹이 확산되는 다이렉트 전성시대를 맞음에 따라 기존 점포들은 감소했다. BOA(Bank Of America), 씨티은행, 웰스파고(Wellspargo), HSBC, RBS 등 글로벌 은행들의 2013년 말 점포 수는 각각 5151개, 3729개, 6300개, 3580개로 지난 2007년대비 16.2%, 54.8%, 37%, 14.3% 줄였다. 이에 점포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이 요구됐다. 맞춤형 고객서비스로 모바일을 포함한 디지털 채널과의 융화로, 저비용으로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금융니즈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했다.

 

◇고객 친화적 점포 속속 등장
 

선진국의 은행들은 다양한 형태의 점포를 개설했다. 고객·지역 특성에 맞추고 비대면채널과 융합한 점포를 만들었다. 은행업무가 주가 아닌 휴식을 취하고 즐길 수 있는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점포를 선보였다.

 

그 중 대표적인 은행이 미국 오리건주의 작은 은행이었던 움푸쿠아(Umpqua)은행이다. 이 은행은 점포를 ‘스토어’로 부르며 ‘위로는 호텔, 아래로는 지역상점같은 은행’을 꾀했다. 고객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토어 안에 카페를 만들고 호텔처럼 안내데스크를 설치했으며, 은행 한 구석에 위치한 ‘그린 스페이스(Green Space)’에서 은행 로고가 들어간 상품을 판매했다.

 

고객에게는 카페처럼 커피를 마시며 와이파이를 이용하거나 회의실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것을 장려했다. 은행 직원은 1명의 책임자를 제외하고는 같은 계급의 만능직원을 배치했다. 만능직원은 계좌개설, 대출, 금융상품 판매 등 고객의 모든 수요에 대해 대응했다. 고객의 지점 이용시간이 길수록 투자금액도 상승한다는 방침에서다. 이 같은 전략은 맞아떨어져 이후 여러 은행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라운지 형태의 신개념 점포인 ‘2 Opera’를 2009년 개설했다. 오페라 극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은행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점포다. 샹들리에와 카펫으로 장식된 복도와 푹신한 의자와 아이패드가 비치된 흰색 벤치, 커다란 스크린 텔레비전으로 가득한 라운지로 꾸몄으며 누구나 들어와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즐기도록 했다.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여 편안한 분위기에서의 고객과의 상담으로 접근성과 인간적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씨티은행의 ‘애플 스토어 버전’은 미래의 글로벌 소매금융 점포의 새로운 전형 창조를 목적으로 설치됐다. 미디워 월, 터치스크린 형태의 플레닝 테이블(Planning Table), 워크벤치(work benches),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브라우저(Service Browser)로 꾸몄다. 직원들은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면서 고객의 상담에 응하며, 전문가와 화상상담 선택도 가능케 했다. 2008년 싱가폴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일본과 홍콩, 뉴욕으로 100여개가 개설되는 등 확대됐다.

 

 

26

 

◇미니·전문화로 고객 수요 해결

 

미국 남동부에 소재한 지방은행 PNC은행은 2013년부터 팝업점포, 솔루션센터, 미니 E-점포 등 세종류의 신형점포를 설치했다.

 

팝업점포는 철제 컨테이너에 점포기능을 구비한 이동식 점포로 출납계원은 상주하지 않고 2명의 판매 담당자와 ATM기로만 구성돼 있다. 태블릿 PC를 보유한 상담원들은 내점 고객에게 온라인 및 모바일뱅킹 기능을 설명해주고 신규 예금계좌 개설과 소비자대출 접수 등을 처리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투자 등은 전문부서로 안내해준다.

 

솔루션센터는 개방식 점포로 출납계원이 상주하지 않는다. 점내에는 전문가 직함의 행원이 고객 상담에 응하고, 복잡한 문제는 화상회의 형태로 개별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해준다. 일상적인 거래는 최신형 ATM을 통해 이뤄진다. 미니 E-점포는 구글의 사무소 등 첨단 지향성이 높은 고객이 있는 환경에 설치하는 점포다. 

 

일본의 MUFG(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는 은행, 신탁, 증권 복합점포인 ‘MUFG플라자’를 개설했다. 은행, 신탁, 증권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배치돼 있어 고객은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동일한 장소에서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또 2005년 ACM(Automated Consulting & contract Machine)이라는 채널을 도입, 영업점에 설치된 텔레뱅킹 서비스 단말기를 이용해 영상을 보고 말을 하면서 오퍼레이터와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의 Bankinter은행은 적은 점포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점포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고객이 상품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점포가 바쁠 경우 타 점포 상담원과 영상통화로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고객이 지점 방문이 어려울 때 물리적으로 대면거래의 물리적 접촉을 가능하게 했다.  

 

특화된 점포도 나왔다. 일본 지방은행 중 혁신적인 경영전략으로 유명한 쇼나이은행은 가계 대출고객 확보를 위해 ‘대출 특화점’을 운영한다. 대출특화점은 Q’s Shop, 주택론 스퀘어, 론 숍 등 3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Q’s Shop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풀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택론 스퀘어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론 숍은 무담보대출을 취급한다. 가계대출에 중점을 둔 기능특화형 점포로 영업시간을 고객 니즈에 맞춰 우수한 실적을 냈다.

 

직원 없는 점포도 있다. BOA는 화상전화 ATM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출납계원 담당자는 원격지에 있는 센터에서 근무하며 평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화상전화 ATM에는 통상적인 ATM보다 복잡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령 수표를 입금할 경우 일부는 복수의 계좌에 예치하고 나머지는 대출상환에 충당하도록 해준다. 

 

이밖에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에 소재한 신용조합 Lake State Credit Union은 출납계원이 없는 점포를 운영중이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