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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시장확보… 인터넷 전문은행, 준비없인 성공없다

[금융생태계가 변한다] ⑧인터넷전문은행<끝>

입력 2015-02-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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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 등 좀 더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본방안을 마련하겠다.”

 

올해 4대 구조개혁 중 하나인 ‘핀테크’는 정부가 금융권에 던진 화두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융합산업으로 그 핵심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있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아래 2001년과 2008년에도 있었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논의가 최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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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

 

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은행 지점)가 아닌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예금, 대출, 송금 등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온라인은행이다.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을 없애 고정비용이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수수료가 무기다.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은 이미 두번이나 좌초되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졌을 뿐 아니라 은행들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며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 미국·일본 등 지속적인 성장세

2000년대 중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금융거래에 대한 고객 인지도 및 신뢰도 제고와 사업모형 차별화 노력 등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각 나라별로 설립 조건이나 형태, 서비스 방식이 다소 상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의 경우 비 금융기업 주도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보편화돼있다. 1995년 세계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SFNB가 설립된 이후 현재 20여개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GE·BMW·GM 등 제조사들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미국 은행 전체 총자산의 3.9%, 순익의 6.9%를 차지한다.

일본은 2014년 현재 6개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 중으로 은행과 비은행 기업 간 합작회사 형태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2000년 비금융기관이 은행지분을 20% 이상 소유할 수 있게 하면서 통신사 소프트뱅크, 전자회사 소니 등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한 바 있다.

한국 역시 인터넷 전문은행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5년 전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은행 설립 논의가 나왔다.

2001년 신한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인터넷 전문은행 ‘이모든’을 만들었지만 2005년 수익 부진으로 폐쇄했다. 2002년 SK텔레콤·다음·안철수연구소 등 20여개 기업들이 ‘브이뱅크(V-Bank)’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려 했지만 역시 최소자본금요건·금융실명제 등 장벽에 막혀 무산됐다. 2008년에도 공론화가 됐지만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와 금융 전업주의, 금융실명제 등에 부딪혀 흐지부지 됐다.

2008년 10월 금융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정의와 함께 최저 자본금 요건 등을 시행령으로 포괄 규정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은행 산업이 부실해질 수 있고 수익 모델도 취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실패 부담과 필요성 못 느껴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성공을 장담하긴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선 기술과 시장이 없어 투자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라는 기술 발전소와 월스트리트라는 테스트베드가 있지만 한국은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제도적인 문제도 아직 난관이 많다. 인터넷은행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되려면 금산분리와 금융실명제라는 커다란 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하는 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계좌개설시 반드시 대면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금융실명제법도 개정이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여기에 실제 소비자들은 지금도 인터넷뱅킹 자체가 워낙 발달돼 있고 은행 지점도 많아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자체가 워낙 발달돼 있고 은행 지점도 많아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실명제 등 제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시중은행도 보안이 뚫리는 마당에 규모가 훨씬 작은 인터넷은행이 얼마나 방어벽을 철저히 쌓아 고객 재산과 정보를 해킹 등에서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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