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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카데미도 '다 계획이 있구나'… '기생충'에 밀렸지만 '명작' 영화 2편!

넷플릭스, 올해 8개 작품 총 4개 후보에 노미네이트
'아이리시맨 '무관임에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대한 존경에 기립박수
'두 교황'의 인간애 비신자들의 이해 도와

입력 2020-02-13 07:00 | 신문게재 2020-02-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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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위)과 '아이리시맨'(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섭렵했지만 올해 최대 이슈는 총 2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넷플릭스의 선전이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를 포함해 ‘내 몸이 사라졌다’ ‘클라우스’ ‘아메리칸 팩토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8개 작품이 총 24개 후보에 오르며 주요 부문의 수상까지 이어졌다.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도 쓰지 못한 기록이었다. 그 중 한국에서 200만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의 ‘두 교황’과 ‘아이리시맨’은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작은 역사상 두 번째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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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사진제공=넷플릭스)

전·현직 교황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뛰어난 연기, 바티칸을 실제로 재현한 세트까지 비신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고뇌가 담겨있다.

2005년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16세는 교회가 숱한 스캔들에 휩싸이기 시작하면서 건강 악화를 이유로 2013년 사임했다. ‘전임교황’(Pope Emeritus)이라는 드문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게 ‘두 교황’은 2005년 교황 선출의 성스러운 탄생에 본격적인 초점을 맞춘다. 

 

변화의 물결이 감지되기 시작한 교회는 전통의 길을 따르는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를 지지하고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조너선 프라이스)은 진보의 흐름에 저항하는 교회는 쇠락할 것이라며 교향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간다. 


흡사 조선시대의 양반과 천민이 한 길을 걸을 수 없었듯 두 사람의 믿음은 하나였지만 방향은 달랐던 것. 클래식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전직 교황과 탱고 추는 걸 즐기는 추기경의 날선 대립은 결국 ‘용서와 화합’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교회 내의 고질적인 문제에 침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전 교황은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프란치스코에 의해 용서받는다. 

 

600년 역사상 두 교황이 나란히 TV로 중계되는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2014년 월드컵 결승전에 오른 모국팀들을 응원하고 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배우들의 연기는 귀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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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말미, 각자의 방식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모습. 현재 교황 역할로 열연한 조너선 프라이스는 이 역할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무엇보다 ‘아이리시맨’의 아카데미 무관은 두고 두고 회자될 뼈아픈 실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만남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 ‘아이리시맨’은 20세기 미국의 정치 이면에 존재했던 한 남자(로버트 드 니로) 의 시선으로 무려 3시간 30분을 내달린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장기 미제 사건의 대명사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알 파치노가 연기한 지미 호파(알 파치노)는 1950년대 미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국제 트럭 운전자 조합의 수장으로 당시 ‘정치계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렸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다. ‘아이리시맨’은 세 인물의 이야기 안에 냉전기를 거치는 동안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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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한 마틴 스코세지의 모습.(AP)

 

마틴 스코세이지는 로버트 드 니로와 이미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등을 함께 했고 조 페시와는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그리고 ‘카지노’를 완성시켰다. 알 파치노는 로버트 드 니로와는 이미 함께 한 바 있으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현재의 나이보다 20~30년은 젊은 시절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시각효과를 위해 소형 카메라가 달린 모션 캡처 헬멧을 썼을 거라고 하면 오산이다.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LM)의 시각효과 감독인 파블로 헬만은 배우들의 얼굴 변화를 포착해 이를 디에이징(De-aging)하는 3D 컴퓨터 기술을 새로 개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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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사진제공=넷플릭스)

 

명배우들은 디 에이징 과정을 위해 직접 물리치료사를 고용해 젊은 시절의 활동적인 모습을 구현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후문이다. 층계를 내달리는 모습 혹은 강연대에 선 40대의 활기를 살리기 위해 몸 전체로 세월을 거슬러 올랐다.  


비록 무관에 거쳤지만 4관왕이란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라는 소감으로 그에게 예우를 표했다. 

 

이 모습에 오스카를 꽉 채운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모두 기립박수로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존경을 표했다. 나이와 종교, 인종을 뛰어넘은 진정한 ‘화합’의 자리였다. 극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이들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카데미는 어쩌면 다 ‘계획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기생충’의 한 대사처럼.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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