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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치어리딩'을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

[Culture Board] 할리우드의 맏언니 다이앤 키튼,기획과 주연배우로 참여한 '치어리딩 클럽' 감동과 재미 탑재
평균 연령 70대인 할머니들의 고군분투 도전기 러닝타임 가득 채워

입력 2020-09-09 19:00 | 신문게재 2020-09-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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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어리딩 클럽’의 한 장면.(사진제공=찬란)

 

무려 다이앤 키튼이다. 1970년대 아메리칸 스윗하트이자 영화 ‘애니 홀’의 캐릭터로 패션역사를 새로 쓴 이 배우는 74세의 나이에도 작가, 프로듀서, 감독을 겸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치어리딩 클럽’에서는 기획자이자 주연으로 나섰다. 암에 걸려 실버타운에 들어간 마사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10대 시절 대회를 코 앞에 두고 어머니가 쓰러져 치어리더로 데뷔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영화는 자식도 없고 직장도 은퇴한 마사가 신변잡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비추며 쓸쓸히 시작한다. 여러 가지 잡동사니를 고작 30불 혹은 15불로 정리하는 그는 “자식이 있다면 알아서 정리했겠지만 없는 나는 스스로 할 수밖에”라며 쿨하게 실버타운에 입성한다.
 

치어리딩클럽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이들의 무대는 역동적이진 않지만 클래식한 동작에 칼군무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사진제공=찬란)

늘 세련된 정장차림을 고수하고 누가 봐도 깐깐한 외모의 그는 낙천적인 살가운 주변 이웃들이 영 부담스럽다. 게다가 옆집 여자는 수다스럽고 극성맞아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이곳의 제1규칙은 100개가 넘는 동아리를 기본적으로 한개 이상 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이에 마사는 잊고 있었던 치어리딩에 대한 열망을 깨닫고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기에 가세하는 다양한 노년층의 사연을 보여준다. 국적은 달라도 어딜 가나 보수적이고 문제적인 남자는 존재하는 것일까.

 

겉으로는 행여 다칠까 걱정이라지만 새로운 취미로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한푼이라도 쓸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들, 주 1회 바느질 모임도 “여자가 밖으로 돈다”고 단속하는 남편 등을 가진 이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하지만 ‘치어리딩 클럽’은 그저 그런(?) 평범한 영화가 아니다. 죽음 혹은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기 위한 고급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누가 봐도 안 어울리는 스포츠를 선택한 8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웃음을 더한다. 

 

예를 들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치어리딩은 안된다”던 남편은 다음날 진짜 흙 속에 묻히고(노인이 많은 곳이라 장례식이 다반사인 실버타운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배워야 하는 고등학교 학습시간에 ‘성병은 무엇인가’를 틀어주며 성교육을 시키는 일일교사 셰릴(재키 위버)의 선구안이 그렇다.

 

“다 늙어서 무슨 치어리딩이냐? 엉덩이 뼈 간수나 잘하셔라”고 당돌하게 비웃는 손자의 학교에서 “그런 너는 임신하던지”라고 되받아치는 이들의 촌철살인은 웃음의 정점이다. 엔딩도 심플하다. 시기나 질투심이 아닌 ‘스포츠’로 나이와 성별을 떠나 대동단결한다. 

 

치어리딩
극중 마사의 적은 또다른 이웃들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누구보다 ‘치어리딩 클럽’을 방해하는 여왕벌(?)과 그 수하 3인방의 견제도 쏠쏠한 재미다.(사진제공=찬란)

 

이 훈훈한 결말은 세대는 달라도 같은 여성으로 벌이는 기싸움과 죽음을 앞두고서야 명확히 보이는 인생의 묘미를 과하지 않게 교차시킨다. 초반 좌충우돌하는 이들의 영상이 유튜브에 퍼져 망신을 당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결국 ‘무대를 씹어먹는 노땅들’이란 제목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끌기도 한다.

결국 마사는 관절이 부딪히고 동작이 맞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평균 연령 70대’의 치어리더 팀을 만들고 함께 무대에 올라 인생의 마지막을 불꽃처럼 살아낸다. 이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격려, 변함없는 열정을 보노라면 우리나라에도 ‘치어리딩 클럽’ 같은 영화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영화를 보고 한국 배우들의 가상캐스팅을 고심하는 재미는 덤이다.12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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