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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누구도 이들에게 '돌멩이'를 던질 수 없다

[Culture Board] 영화 '돌멩이'로 뭉친 김대명X김의성X송윤아의 묵직함
믿음의 옳고 그름에 대한 관객의 선택 되물어

입력 2020-10-14 18:30 | 신문게재 2020-10-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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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멩이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야말로 ‘돌멩이’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극중 감정선의 끝으로 내달리는 이 신은 두 배우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이다.(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아침에 일어나서 김추자의 ‘꽃잎’을 튼다. 트레이드 마크인 멜빵 바지를 입고 얼굴에 로션을 듬뿍 바른다. 갓 낳은 달걀은 출근(?)길에 마을 회관 어르신들에게 가져다 드린다. 자전거를 타고 정미소로 향하는 석구(김대명)의 모닝 루틴이다. 영화 ‘돌멩이’는 한적한 마을에서 8살 지능을 가진 30대 석구에 대한 이야기다. 좁고 폐쇄적인 동네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마을사람들은 지능이 낮아도 선량한 석구를 가족처럼 챙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물려준 정미소를 운영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석구에게 또 다른 친구가 생긴 건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가 우연히 마을 청소년 쉼터에 들어오면서다. 도벽이 있는 소녀를 모두 꺼려했지만 유일하게 석구만이 그를 믿어준다.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두 사람. 쉼터 소장인 김선생(송윤아)만이 그들의 우정을 걱정스럽게 바라 볼 뿐이다.

‘돌멩이’는 사회적 약자, 그 중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다룬 영화다. 온 마을 사람들이 감싸고 배려했던 석구가 10대 가출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의 온도는 뒤바뀐다. 쏟아지는 비난과 싸늘한 시선은 흡사 비수와 같다. 그를 자식처럼 아꼈던 노신부(김의성)조차 “정말 네가 그랬어?”라고 묻지만 이미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구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 돌멩이1
15일 개봉한 영화 ‘돌멩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증인이 있고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진실은 이렇다. 비가 쏟아지는 날 정미소 전기 시설을 만진 은지가 감전이 됐고 때마침 석구가 나타난 것. 숨을 쉬지 않는 은지의 겉옷을 벗기고 있는 모습을 김 선생이 발견하면서 석구는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된다. 영화는 석구에 대한 진실보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충실히 따른다. 은지가 증인으로 나설 법도 한데 감전으로 인해 당시의 기억을 상실한 터라 쉽지 않다. 여론은 드끓고 나몰라라 했던 은지의 부모는 합의금에만 눈에 불을 켠다.

 

이렇게 ‘돌멩이’는 잔잔했던 시작과 달리 여러 모로 불편한 영화다. 동네 사람들을 만나 탄원서를 작성하려던 노신부는 “그래도 한 건 사실이죠?”라는 죽마고우들에게 좌절감을 느낀다. 동시에 김 선생은 석구를 구하려는 노신부를 이해할 수 없다. 한때 사회의 약한 자를 돕던 동지였던 노신부와 김 선생의 대립도 ‘돌멩이’의 중요한 갈등구조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진정성은 영화에 흡입력을 더한다. 김대명이 사실상 원톱으로 나선 첫 영화로서의 진중함을 내뿜을 때 김의성과 송윤아가 보여주는 확신에 찬 리액션은 ‘돌멩이’를 보는 즐거움이다.

연출을 맡은 김정식 감독은 “믿음의 옳고 그름이 아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며 “진실을 찾고 약자를 위해 연대해야 하는데 자신이 보고 있는 단편으로만 속단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돌멩이’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보여주는 대신 그에게 닥친 가시밭길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마을로 돌아온 석구는 이후 매일 반겨주던 읍내 슈퍼에서 맞다시피하며 쫓겨난다. 매주 모이던 단골 치킨집은 그가 오는 걸 알고 문을 잠근다. 마을 회관 역시 석구의 달걀을 대놓고 깨버린다. 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석구는 여전히 은지와의 우정을 기억한다. 왜 경찰서에 갇혔는지 그리고 왜 은지를 못 만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돌멩이’는 가진 건 없지만 모두가 따랐던 석구의 곁에 결국 강가의 돌멩이만 남겨진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처음과 똑같이 흐르는 ‘꽃잎’이 이렇게 스산한 곡이었는지를 깨닫는 순간 ‘돌멩이’는 올 가을 가장 의미있는 영화가 된다. 15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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