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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메디아 델라르테 귀재 몰리에르, 2020 대한민국 무대에 오르다…‘스카팽’ 지금 이 시대와 “연결해!”

[Culture Board] 몰리에르 원작 현대식으로 각색한 연극 '스카팽'

입력 2020-10-14 18:00 | 신문게재 2020-10-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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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 지난해 초연 중 몰리에르 성원(사진제공=국립극단)

 

기묘한 관계 전환, 신분의 전복, 엿듣기, 가면과 변신, 출생의 비밀 등 지금도 익숙한 극적 요소들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생겨나 유럽에서 유행했던 즉흥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정형화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이탈리아 전통극)의 전형이다. 


그 코메디아 델라르트 귀재 몰리에르(Moliere, Jean Baptiste Poquelin) 작품 ‘스카팽의 간계’(Les Fourberies de Scapin)가 변주돼 ‘스카팽’(10월 14~11월 15일 명동예술극장)이라는 제목으로 2020년 대한민국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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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 스카팽 역의 이중현(사진제공=국립극단)

부자인 제롱트와 아르강트, 그들의 아들 레앙드르와 옥타브, 그들과 사랑에 빠진 이집트 여인 제르비네트와 출신이 불분명한 이아생트. 두 부자 부모는 정략결혼을 약속하고 그 아들들은 출신도, 신분도 비루한 여인들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고 싶은 아들들과 그로 인해 습격을 당한 두 부자 노인들…. 이들이 어려울 때마다 찾는 이는 영특하고 장난기 넘치며 술책에 능한 제롱트의 하인 스카팽이다. 


지난해 초연 후 또 다시 무대에 오르는 국립극단 ‘스카팽’은 재능 넘치는 배우들의 애드리브, 그 가운데서도 질서정연한 정형, 천박함과 고습스러움의 경계를 오가는 고풍스러운 개그코드 등으로 무장한 소동극이자 난장극이다.

 

이 소동 혹은 난장처럼 보이는 유머 뒤에는 지배계층의 탐욕과 편견, 어리석음 등에 대한 조롱과 꽤 예리한 풍자가 도사리고 있다.

각색과 연출을 담당한 임도완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장은 ‘브릿지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코메디아 델라르트가 유행하던) 당시에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몰리에르 시대에는 (원작 그대로도) 재밌었을테지만 지금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를 변주와 시도했다”고 털어놓았다. 

 

원작에는 없는 작가 몰리에르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연결해!”(Keep On)를 외치고 친구 사이던 제롱트와 아르강트는 성별을 바꿔 재벌가 총수로 변주된다. 이에 대해 임도완 각색·연출가는 “지금이라면 몰리에르도 그리 했을 것”이라며 “웃음과 더불어 시대 반영이 중요한 장르이자 작품이다. 시대성이 반영되지 않으면 박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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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 지난해 초연 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

 

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트로트 열풍 등 시대반영을 위한 여러 시도들도 눈여겨볼 거리다. 

 

몰리에르식 코메디아 델라르트의 묘미이기도 한 배우들의 즉흥에 대해 임 연출은 “연기자들이 훨씬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가 다시 하게 되니 배우들이 쉬지도 않고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을 가져와 방어하고 정리하느라 죽을 지경”이라며 “난장판이 난장판으로 보이지 않도록, 어디로 튈지 모를 배우들을 진정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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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 몰리에르 역의 성원(사진제공=국립극단)

그렇게 시도와 정리를 거쳐 극에 반영된 것이 결혼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손도 못잡고 키스도 못하는데 결혼은 무슨! 마스크 없는 세상에 살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임도완 연출 전언에 따르면 “트로트 열풍을 반영해 ‘땡그랑 한푼’을 부르며 돈 얘기를 하는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못했다.” 

 

“몰리에르는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우리의 삶을 애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있는 자들에 대한 조롱, 풍자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속시원함을 웃음으로 선사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전부 우울한 시대에 ‘스카팽’은 제일 필요한 공연인 것 같아요. 관객들이 잠시나마 우울함과 걱정을 잊도록 즐겁게 해드려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준비 중이죠.”

 

초연의 스카팽 이중현, 몰리에르 성원, 옥타브 이호철, 실베스트르 박경주가 다시 돌아오며 아르강트 역에는 권은혜·문예주(가나다 순)가 더블캐스팅됐다. 이들은 아르강트를 연기하지 않는 회차에 유모 네린느도 번갈아 연기한다. 더불어 제롱트는 김명기, 이아생트 이유진, 레앙드르 홍승균, 제르비네트 윤세인 등이 함께 한다.

 

임도완 연출은 “총 6명의 캐스트가 바뀌었고 변화된 장면도 있다”며 “아르강트와 몰리에르가 춤추는 장면의 음악도 바뀌었고 (아르강트의 아들) 옥타브가 트럼팻을 직접 분다. 그 악기 연주 또한 시끄러울 정도로 폭주 중”이라고 귀띔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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