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한때는 장그래·안영이…'미생'은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Hot People] ④ 미생人

입력 2014-12-29 17:29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다 종합상사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간 고졸 출신 사원의 고군분투. 이 간단한 얼개에서 시작한 tvN 드라마 ‘미생’에 을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 직장인들이 열광했다. 

 

드라마는 “우리는 모두 미생”이고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다”고 위로한다. 

 

“취하지 말고 버텨라”, “직장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며 버티는 삶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어깨를 토닥거린다. 

 

현실의 척박함을 현미경처럼 미세하게 묘사한 이 드라마는 그래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만이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미생’을 ‘완생’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한 사람들. 그들에게 직접 물었다. ‘미생’은 어떤 의미인가? 

 

 

01. 그들이 말하는 미생이란

 


◇ "모두 다 힘들다.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해돋이해넘이6_06
김원석 PD

tvN이 정한 ‘미생’의 광고문구는 ‘그래도 살만한 인생’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김 PD는 “단순하게 인생이 살만하다고 위로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우리가 하려던 얘기는 ‘이 사람들도 힘들다, 너도 힘들지. 

 

그래도 살아야하지 않겠느냐’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미생’은 ‘버티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우리 애’에게 “내일 봅시다”라고 인사한다.

 

김 PD는 “개인적으로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단순히 내일 보자는 의미가 아니라 네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는 뜻”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한 케이블 채널의 PD로 일하다 육아를 위해 일을 쉬고 있는 아내는 김 PD의 멘토이자 영원한 지지자다. 

 

김 PD는 “아내 역시 소위 말하는 ‘을’로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워킹맘으로 출연하는 신은정씨 에피소드를 비롯해 을들이 겪는 여러 에피소드에 공감하곤 한다”고 말했다.


◇ “삼성 사보 대행사 시절 '을'의 입장 경험"

  

핫피플4_미생인_말해염2-02_02
정윤정 작가

‘별순검’, ‘아랑사또전’, ‘몬스터’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던 정윤정 작가에게도 탄탄한 원작이 있는 작품의 드라마 각색은 쉽지 않았다.

 

그는 “CJ에서 원작 판권을 산 뒤 작가들 사이에서 ‘미생’은 각색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말이 돌았다”며 “직접 각색을 해보니 남들이 말리면 안 하는 게 편한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생’ 각색을 위해 보조작가 두명을 촬영지인 대우인터내셔널에 한달간 출근시켜 출근일지를 쓰게 했다. ‘미생’의 세밀한 표현력은 정 작가와 보조작가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가가 되기 전 삼성 홍보팀 사보를 만들던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다는 정 작가는 “당시 직장인들이 일하던 대낮에 대행사인 ‘을’ 신입사원이 원고와 사진을 갖고 삼성 본관에 찾아가면 사원증을 목에 건 본사 직원이 맞아주곤 했다”며 “그때의 복잡한 감정을 잊지 않고 작품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 "과거 연극무대 시절'내가 이팀의 팀원일까' 낯설음 느껴"

 

 

해돋이해넘이6_03
이성민 (오 차장 역)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배우 이성민은 성경 욥기의 문구가 가장 잘 들어맞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대구에서 연기생활을 하다 이상우 연출을 따라 2002년 서울에 올라온 그는 극단 차이무에 몸담으며 ‘비언소’, ‘마르고 닳도록’, ‘양덕원 이야기’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2010년 드라마 ‘파스타’의 설 사장을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2012년 드라마 ‘골든타임’의 정의감 넘치는 의사 최인혁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긴데 이어 2014년 오 차장으로 모든 직장인들의 멘토로 자리잡았다. 

 

입으로는 똑 부러지는 안영이를 원하지만 ‘우리 애’ 장그래를 감싸고 이끄는 오 차장의 리더십에 대다수 직장 상사들이 “나도 이만하면 오 차장 같지 않을까?”라는 착각에 빠졌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이성민에게 ‘미생’은 자신의 초창기 극단 생활 같았다고. 그는 “과거 연극무대에 섰을 때 ‘내가 과연 이팀의 팀원일까’라는 낯설음이 있었다”며 “그래서 ‘우리 애’라는 대사가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정작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는 대기업 중역인 매제와 대화를 통해 오 차장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바이어 미팅을 앞두고 껌을 씹는 디테일 역시 이성민이 준비한 애드리브다.


◇ "연습생 시절 죽을만큼 노력…내 자신이 장그래" 

 

 

돌
임시완 (장그래 역)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이기도 한 임시완은 화려한 무대에서 조명을 받던 시기가 오히려 자신의 ‘미생’같았다고 털어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그룹이 쏟아지는 연예계에서 9명 멤버로 구성된 제국의 아이들 일원을 하나하나 기억할 팬들은 많지 않다. 

 

대중이 임시완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허염의 아역을 연기하면서다. 속살이 비칠 만큼 하얀 피부와 예쁜 외모를 지닌 임시완의 진가가 드라마를 통해 오롯이 드러나면서 관계자들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적도의 남자’, 영화 ‘변호인’ 등을 통해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가더니 ‘미생’으로 만루홈런을 쳤다. 

 

그는 “나 역시 연습생 시절 장그래처럼 죽을 만큼 연습하며 노력했다. 한 때는 전공(부산대 기계공학 자퇴)을 살려 직장생활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내 자신이 장그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 절대 다수가 장그래 같은 삶을 살고 있기에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장그래 같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 “원 인터내셔널 박차고 나온 김 대리, 행복을 찾았죠”

촌스러운 퍼머스타일, 튀어나온 배와 툭하면 향수냄새를 맡아보라고 종용하는 습관. 그러나 업무 지시는 냉철하고 위로는 따뜻하다. 

 

김 대리 역의 김대명은 보일 듯, 보이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존재를 현실감있게 연기했다.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해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실제로도 김 대리처럼 넉넉하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다.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냈기에 막막함이 적지 않았을텐데 “집이 서울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김 대리가 원인터내셔널을 그만두고 오 차장이 차린 회사에 합류하는 결말에 대해 “김 대리의 행복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돈보다 행복의 가치가 다른 데 있는 친구”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핫피플4_미생의기록5-01

 

03. 장그래, 안영이의 롤모델은 따로 있을까?


※ 브릿지경제 단독 꿀TIP: '미생'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정답은 YES다. 원작 웹툰을 그린 윤석호 작가는 여주인공 안영이를 그릴 때 한 경제지 기자로 재직 중인 김모씨를 염두에 뒀다. 

 

안영이의 똑부러지는 성격과 온화한 성품 등이 김 기자와 비슷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김 기자는 과거 만화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웹툰 심의에 반발할 때 힘없는 만화계의 목소리를 취재해 윤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극중 안영이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김 기자를 롤모델로 했기 때문에 나온 대사다. 

장그래는 롤모델이 여러 명이다. 원작 웹툰 중 요르단 사업 건을 재추진하자는 아이디어는 한 케이블 방송사 PD가 롤모델이다. 

 

방송사 입사 전 한 종합상사에서 근무했던 이 PD는 “요르단 건을 재추진하지 않으면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윤 작가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답해 사내 별명이 ‘영등포 장그래’라고 한다. 

 

 

04. 인턴 동기들의 못 다한 말

 


◇ 강소라(안영이 역) “시즌2에서는 회식과 승진했으면 좋겠어요”

1111
자원2팀 안영이 (강소라)

똑부러지는 성격,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타고난 부지런함과 근성. 강소라가 연기한 안영이는 대기업이 주목하는 21세기형 인재다. 그러나 드라마 속 안영이는 나름의 상처와 아픔이 있다.

 

대기업 사원으로 세후 36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월급을 받지만 학자금 대출과 집안 빚을 갚느라 순식간에 잔고는 0원이 되고 만다. 

 

강소라는 “촬영 전에 대우인터내셔널에서 O.T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대략적인 월급은 알고 있었다”며 “실제 직장인들을 보니 정말 월급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야근은 기본이고 밤샘도 종종한다”고 자신이 느낀 직장인의 감정을 설명했다. 영화 ‘써니’를 거쳐 ‘미생’으로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그는 “만약 ‘미생’ 시즌 2에 출연할 수 있다면 자원팀이 꼭 회식을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안영이가 승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 강하늘(장백기 역) “2대8 가르마는 제 아이디어였죠”  

2222
철강 1팀 장백기 (강하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몬스타’, ‘상속자들’로 배우계 아이돌이라고 불렸던 강하늘이 2대8 가르마와 무테 안경을 쓰고 나타났을 때 과연 저 배우가 ‘상속자들’의 효신 선배인가 반문했다. 강하늘은 ‘미생’에서 서울대 출신의 꽉 막힌 신입사원 장백기로 변신했다.

 

그는 “2대8 가르마는 내 아이디어”라며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다 그 헤어스타일과 안경을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안경과 머리 때문에 장백기가 부각된 것 같다”고 강조한다. 

 

그는 극중 자신의 사수인 강 대리 역의 오만식에 대해 “실제 내 인생의 강대리 같은 형”이라며 “남자들은 목욕을 같이 하면 친해진다고 하는데 진짜로 사우나 신 촬영 뒤 급속도로 친해졌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 변요한(한석률 역)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333
섬유 1팀 한석률 (변요한)

어디서 이런 배우가 튀어나왔을까. 사내 모든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는 오지랖,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사도 들이받는 박력, 5대5 앙증맞은 가르마까지, 변요한이 연기한 한석률은 직장에 꼭 있을 법한 캐릭터다.

 

한석률을 연기한 변요한은 ‘미생’을 통해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다. 2011년부터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했지만 드라마는 ‘미생’이 처음이다. 

 

변요한은 “실제 직장생활을 해봤다면 평범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장을 사랑했던 한석률의 대사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