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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놓고 대충돌…맨큐의 '창'보다 피케티의 '방패'가 더 화려했다

美경제학회 연례총회 개막포럼

입력 2015-01-0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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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으로 진보 경제학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마 피케티(43)가 미국 보스턴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 개막 포럼에서 미국 주류 경제학자들과 한판 붙었다. 

 

미국 내 보수 주류경제학자들과 계속해서 충돌해오다 소득 불평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두고 제대로 맞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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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게티(좌)와 그레고리 맨큐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3일 “주류 학자 3명이 피케티 한 사람을 불러놓고 연이은 비판을 가했다”며 피케티와 그레고리 맨큐의 설전에 주목했다.

피케티는 책 한권으로 “경제학의 흐름을 바꿔놨다”는 평을 받는 젊은 경제학자다. 이 책을 통해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소득과 부가 상위 소수계층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해 전세계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세습적 자본주의가 부와 소득의 ‘끔찍한’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고갱이다.

이날 피케티 교수에 대한 비판은 좌장인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주도했다. 맨큐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 저자다. 그동안 보수 경제학의 거물로서 세계를 이끄는 경제이론을 주도해 왔다.

맨큐는 “그래.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크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며 시작부터 피케티를 도발했다. “피케티 교수와 저서를 존중하지만 결론만큼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자본수익률이 성장률보다 높더라도 재산의 분배와 소비, 세금 등으로 부유층의 재산이 결코 그대로 축적될 수 없어 피케티 교수의 이론은 지나친 추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만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으면 자본가들은 위험을 안고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첫 토론자였던 데이비드 웨일 미 브라운대 교수는 “피케티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며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부의 이동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앨런 아우어바흐 UC 버클리대 교수도 “피케티는 미국의 상위 1% 수익률과 경제 성장률의 연관성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피케티가 주장한 글로벌 부유세 도입과 글로벌 정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인 대안”이라고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주장에 맞서 피케티는 “미국 석유 재벌 코흐 형제가 정치 캠페인에 기부하면 소비세를 어떻게 부과하냐”며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소비세 인상이 비현실적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피케티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와 부유세를 둘러싸고 ‘헤비급 타이틀매치’를 벌였다. 게이츠는 과거 “‘21세기 자본’이 지적하는 소득불평등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자본이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를 이어 물려받은 자본이 세금이나 사회적 기부, 인플레이션 등 사회 불안 요소들로 인해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이날 맨큐 교수는 피케티 교수를 ‘떠오르는 슈퍼 스타’라고 소개했다. 피케티의 반박이 이어질 때마다 청중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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