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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마크 부르니 연출과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 “화려하게! 섬세하게! 더 비극적으로!”

[人더컬처] in NY]

입력 2024-04-30 07:00 | 신문게재 2024-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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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지난 3월 29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개막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왼쪽)와 마크 브루니 연울(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왜 지금 이 작품을 하냐’였어요. ‘위대한 개츠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만들어졌어요.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사회를 살펴보면서 그들 역시 (1918년 시작된 스페인 독감) 팬데믹 직후였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게 1920대 상황과 지금이 겹쳐 보이면서 공통점이 굉장히 많다는 걸 발견했죠. 관객들도 두 시대를 비교하면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 올리게 됐습니다.”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는 ‘지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3월 29일~4월 24일 프리뷰, 4월 25일부터 본공연 브로드웨이 씨어터)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히며 “(관객들이 두 시대를 비교하면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음악을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위대한 개츠비
한국의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브로드웨이에 올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중 제이 개츠비 역의 제레미 조던(왼쪽)과 데이지 뷰케넌 에바 노블자다(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일 테노레’ ‘드라큘라’ ‘데스노트’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닥터 지바고’ 등의 한국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브로드웨이에 올린 작품이다.

2020년 작가진 구성을 시작으로 2021년 대본과 음악 초고 완성, 2022년 내부 리딩에 이은 두 차례의 29시간 리딩과 워크샵, 2023년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공연을 거쳐 2024년 3월 29일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마크 브루니(Marc Bruni) 연출의 설명처럼 “1925년 출간된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아주 유명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원작으로 한다.”

“큰 꿈을 가지고 있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죠. 이 원작을 뮤지컬화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이 상징적인 이야기와 결합할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신흥부자들의 웨스트 에그(West Egg)와 대물림해온 전통적인 부자들이 사는 이스트 에그(East Egg), 마주 보는 두개의 반도가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던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은 남의 부인이 된 전 연인 데이지 뷰케넌(에바 노블자다 Eva Noblezada)을 되찾기 위해 악착같이 부를 축적해 매주 화려한 파티를 열어 부를 과시하는 제이 개츠비(제레미 조던 Jeremy Jordan)의 이야기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의 삶을 통해 1차 세계대전 후 찾아온 물질적 풍요 속에 드러나는 미국 사회의 치부,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꿰뚫는다.

오디컴퍼니 대표인 신춘수 프로듀서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는 “프리뷰 첫주부터 ‘밀리언 클럽’(주당 매출 100만불 이상)을 달성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밀리언 클럽은 극장주와의 계약에서 작품의 폐막 여부를 결정짓는 상징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공연예술의 메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위대한 개츠비’에는 젊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29일까지(현지시간) 매회차 대부분 티켓이 팔려나갔다.

위대한 개츠비
지난 3월 29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개막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사진제공=오디컴퍼니)

 

“인물들의 내면을 음악으로 밖으로 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어요. 더불어 굉장히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1920년대 파티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 파티와 캐릭터들이 당시에 가지고 있었을 감정의 대비를 염두에 두면서 음악을 썼어요. 화려한 파티와 캐릭터들의 내면이 잘 융화되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음악이 필요했죠.”

제이슨 하울랜드가 전한 이 화려하고 신나는 파티 분위기는 2막 중반부까지 이어진다. 당시를 풍미했던 재즈, 스윙과 현대적인 팝 음악을 매시업해 19인조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음악, 규범을 거부하는 여성을 지칭하던 플래퍼(Flapper)들이 추는 찰스턴 댄스(Charleston Dance)와 현대적 요소들이 결합한 안무, 관객들의 흥까지 끌어올리는 탭댄스, 스타일리시한 의상 등으로 자아내는 파티 분위기는 브로드웨이의 그 어떤 작품보다 화려하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지난 3월 29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개막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마크 브루니 연출(사진제공=오디컴퍼니)
마크 브루니 연출은 “관객들이 1920년대 파티에 직접 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화려한 파티의 구현은 극 후반에 몰아치는 비극의 극대화를 위한 배치이기도 하다.

마크 브루니 연출은 “이 작품은 비극적인 사건의 연속이다. 어둡게 변하는 순간부터는 다시 밝아질 수가 없다”며 “그래서 가능할 때까지 등장인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행복했다가 더 이상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을 때부터가 비극의 시작이거든요. 개츠비는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를 꿈과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노력하는, 될 때까지 도전하는 인물입니다. 개츠비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 모두가 ‘나는 아직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능한 길게 끌어가다가 비극의 싹을 틔우는 거죠.”

이는 이 작품의 바탕에 깔린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함과도 궤를 같이 한다. 마크 부르니 연출의 말처럼 “실현이 안될 수 있음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따라붙는 비극은 “파티가 화려하게 구현될수록 극대화된다.” 이는 마크 브루니 연출이 꼽는 “한국의 신춘수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 제작자와는 남달랐던 차별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극 중 개츠비가 매주 주최하는 파티는 감히 누구도 베끼거나 재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볼거리가 많아요. 원작 소설에는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이 사람이 얼마나 부자인지를 가늠하게 하죠. 이 작품을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신 대표님이 늘 했던 말이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더 웅장하게, 더 압도적으로 만드세요’였어요. 그래서 저희 창작진들은 정말 원없이 할 수 있었죠.”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중 제이 개츠비와 데이지 뷰캐넌(사진제공=오디컴퍼니)

 

거대한 스케일의 파티 장면과 더불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비극, 그 비극을 풀어내는 섬세함”도 마크 브루니 연출이 꼽는, 한국 프로듀서가 이끄는 ‘위대한 개츠비’만의 차별점이다.

“2막에서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일들로 이 작품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관객들이 잘 느낄 수 있도록 끌고 가야 했죠. 그 비극의 느낌을 섬세하게 살리는 것 그리고 우리가 상상만하던 1920년대의 웅장함과 화려함의 구현이 차별점입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이에 동의를 표한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는 오디컴퍼니 ‘위대한 개츠비’의 차별점으로 “여성 캐릭터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작 소설의 화자가 닉 캐러웨이(노아 리케츠 Noah J. Riketts)다 보니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 사람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인물들을 이해하게 되죠.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희 작품에서는 여성들이 직접 노래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죠. 1920년대라는 시대의 범주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2021년 원작소설의 저작권 보호기간(사후 70년)이 만료되면서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프로덕션들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저희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서 오래오래, 상연할 수 있을 때까지 상연되기를 바랍니다. 원작소설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면서 보다 다양하게 각색된 ‘위대한 개츠비’가 이런 저런 형태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금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와 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저희 작품뿐입니다.”

뉴욕=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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