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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파리 오페라 발레의 가장 프랑스다운 ‘지젤’…호세 마르티네즈 감독 “전통 지키면서도 변화를 꾀하는!”

입력 2023-03-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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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지젤’ 중 알브레히트 역의 기욤 디옵(왼쪽부터), 지젤 도로테 질베르, 윌리 강호현, 파리 오페라 발레 예술감독 호세 마르티네즈(사진제공=LG아트센터)

 

“프랑스 발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지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특징은 발레가 가질 수 있는 아주 기술적인 요소 뿐 아니라 다양한 변형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감성의 표현이죠.”

30년만에 ‘지젤’(3월 8~11일 LG아트센터 시그니처 홀)로 내한한 파리 오페라 발레(Paris Opera Ballet)의 호세 마르티네즈(Jose Martinez) 예술감독은 7일 한국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지젤’ 기자간담회에서 마르티네즈 감독은 “프랑스 국립발레단이 해외 공연을 자주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서 프랑스 스타일을 해외에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리 오페라 발레 호세 마르티네즈
파리 오페라 발레의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는 발레에 심취했고 스스로도 스타 발레리노였던 루이 14세가 1669년 시인 피에르 페렝(Pierre Perrin)에게 프랑스어로 공연하는 오페라 아카데미 설립을 허가하면서 시작돼 350여년 간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전세계 최고(最高)이자 최고(最古) 타이틀에 걸맞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단체로 한국의 발레리나 박세은이 에투알(수석무용수), 강호현과 윤서후가 각각 쉬제(솔리스트)와 코리페(군무 리더)로 몸담고 있는 발레단이기도 하다.

조지 발란신, 케네스 맥밀란, 모리스 베자르, 윌리엄 포사이드, 피나 바우쉬, 앙쥴랭 프렐조카쥬, 웨인 맥그리거, 사샤 발츠 등 글로벌 무용계의 대표적인 안무가들과 작업해온 파리 오페라 발레에게는 물론 무용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예술감독이 된 호세 마르티네즈에게도 ‘지젤’은 특별한 작품이다.

장 코라이(Jean Coralli)와 쥘 페로(Jules Perrot) 안무, 아돌프 아당(Adolphe Adam) 음악의 ‘지젤’은 파리 오페라 발레가 1841년 6월 파리의 르펠르티에 극장(Salle Le Peletier)에서 전세계 최초로 선보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쉬제였던 마르티네즈 감독이 파드되를 추는 무용수로 30년 전 내한공연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지젤’은 원작을 바탕으로 파트리스 바르(Patrice Bart)와 외젠 폴리아코프(Eugene Polyakov)가 1991년 재안무한 버전이다.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 바야데르’ 등 다양한 작품 중 ‘지젤’인 이유에 대해 마르티네즈 감독은 “프랑스 발레 전통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트리스는 당시의 무대장식과 의상에 충실하면서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재안무를 진행했습니다. 재해석과 변화도 있지만 원작이 가진 미학적 부분들을 최대한 존중한, 원작과 상당히 유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고전발레의 정수를 존중하면서도 현재의 무용수들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안무로 프랑스 발레를 이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작품이죠.”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지젤’에서 지젤과 알브레히트로 호흡을 맞출 도로테 질베르(왼쪽)와 기욤 디옵(사진제공=LG아트센터)

 

지젤 역의 에투알 도로테 질베르(Dorothee Gillbert)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은 테크닉, 특히 다리의 움직임이 중요한 작품이다. 2막 같은 경우에는 푸앵트(Pointe), 데벨로빼(Developpe), 점프 후 착지 등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라며 “이러한 기술적 난이도가 다른 무용단의 ‘지젤’과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각 무용수마다 자신만의 지젤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다릅니다. 무용수가 갖고 있는 저마다의 개성과 기술적 성숙도가 공연에서 드러나기 때문이죠. 저 자신도 15년 전 추던 지젤과 지금이 다르다고 생각될 정도예요. 이전에 훌륭한 무용수들이 수도 없이 ‘지젤’을 공연했음에도 지금까지 계속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임 3개월을 맞은 마르티네즈 감독은 “지금까지는 무용수들의 이야기들을 들었다”며 “이제 조금씩 중요한 결정들, 파리 오페라 발레의 미래를 이끌어갈 결정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리 오페라 발레 강호현(인터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중 윌리로 분할 쉬제 강호현(사진제공=LG아트센터)

“고전 무용요소인 ‘푸앵트’라는 발끝으로 서는 기술을 현대와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 중입니다. 더불어 무용수들이 연습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각 무용수들이 자신의 경력을 구축해 나가는 방식 등이 변해가고 있으니 저희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고요함 속에서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이어 “2023년까지는 전 예술감독인 오렐리 뒤퐁(Aurelie Dupont)의 프로그래밍을 따르면서 24/25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젊은 무용가들이 어떻게 예술적인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감독으로서 젊은 무용수들에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곤 이번 ‘지젤’에서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내한하지 못한 위고 마르샹(Hugo Marchand)을 대신해 알브레히트 역으로 첫 주역을 맡은 쉬제 기욤 디옵(Guillaume Diop)과 한국의 강호현을 “파리 오페라 발레의 미래를 이끌어갈 무용수”라고 소개했다.

기욤 디옵은 “엄청난 기회에 감사하고 있다. 알브레히트 역을 가장 위대한 에투알 중 하나인 도로테 질베르와 함께 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도로테와 함께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무용수로서의 전문성,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등 성숙할 수 있는 기회”라고 털어놓았다.

“알브레히트는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역할이에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극적인 장면도 많죠. 그 극적인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큰 도전이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진 데 감사하며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젤’의 하이라이트인 윌리들의 군무에 전 회차, 솔리스트로 두 차례 참여하는 한국의 발레리나 강호현은 “오리지널 ‘지젤’의 발 테크닉을 잘 보여줄 수 있게 재해석된 안무로 의상도 발목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는다”며 “그래서 어떻게 정확히 발 포지션을 표현해낼지, 푸앵트에서 발 포인트를 어떻게 이용할지, 어떻게 조화로운 군무를 만들어낼지를 가장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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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왼쪽부터)과 무용수들. 지젤’ 중 알브레히트 역의 기욤 디옵, 지젤 도로테 질베르, 윌리 강호현(사진제공=LG아트센터)

마르티네즈 감독은 파리 오페라 발레 내 한국인 무용수들에 대한 물음에 “발레는 국제언어이기 때문에 국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무대에서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것이 발레”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발레리노로 일할 때도 김용걸이 솔리스트로 있었다.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 참여해주실 때 파리 오페라 발레가 더욱 풍성하고 풍요로운 공연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30년만의 내한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파리 오페라 발레가 어떻게 발전했고 어떤 감동을 주는지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각 무용수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보여드릴 겁니다. 그러한 변화들이 파리 오페라 발레의 특성이 되는 일련의 현상들을 함께 봐주시길 바랍니다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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