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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데이트 앱보다 '사람'을 믿어라…영화 '동상이몽 시스터즈'

[#OTT] 티빙 '동상이몽 시스터즈'
국내 개봉하지 않은 흑인 슬랭의 진수
자매애로 풀어낸 '편견과 오해', 의외의 재미 갖춰

입력 2023-08-30 18:30 | 신문게재 2023-08-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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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S FOOL
자매들 사이에서도 ‘기싸움’은 존재한다. 백인 위주의 사회에서 흑인들이 주류가 된 지 꽤 시간이 흘렀어도 알게 모르게 차별이 존재함을 이 영화는 간과하지 않는다.(사진제공=티빙)

 

너무 다른 두 자매가 있다. 극은 동생 타냐(티카 섬터)가 남자친구의 화끈한(?) 모닝콜로 출근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연다. 모범생이자 집안의 자랑이었던 그는 도시 한복판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회사에서도 승승장구 하는 인물. 흑인 회초로 부사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 타냐는 중요한 광고 프로젝트를 맡게되는데 하필 그날 언니 다니카(티파니 해디쉬)의 출소 소식을 듣는다.

엄마는 골치덩이였던 맏딸의 기사회생을 타냐에게 부탁한다. 자신의 집에 머물 때도 돈 되는 것은 모두 훔쳐 달아날 정도로 같은 배에서 난 자매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티빙에서 볼 수 있는 ‘동상이몽 시스터즈’에서 5년 만에 만난 자매의 훈훈함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동상이몽 시스저트
극과 극의 자매로 나온 주연 배우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화제의 미드에 단골 출연하는 실력파들이다. (사진제공=티빙)

서로의 허물을 덮기는 커녕 흑인 특유의 바이브가 살아있는 슬랭(slang, 비속어)이 얼마나 현란한 세계인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쨌거나 갖은 핑계를 대고 언니의 마중과 시중만큼은 들고 싶지 않았던 타냐는 엄마의 읍소를 무시할 수 없다. 

 

엄마는 운명의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뤘고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젊음을 희생했다. 지금도 엄마가 아빠를 만나기 전 이상형 리스트를 종이에 적고 현실로 이뤄진 러브 스토리를 들으면 자신도 곧 꿈을 이룰 것만 같다.  

 

그렇지만 언니 입장에서 타냐는 헛똑똑이다. 5년이나 감옥에 있었던 탓에 출소 후 만난 남자의 차에서 회포 좀 풀겠다는데 극구 자신을 끌고 나온다. 비록 그가 이제 막 감방에 있는 아내를 면회 온 남자지만 말이다. 게다가 타냐의 아파트는 자신의 세계에서 매춘을 하거나 백인 스폰서를 잡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동생이 다니는 회사는 글로벌 광고회사로 학교도 좋은 곳에 다니더니 직업도 뭔가 폼 나는 게 믿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보호관찰자가 정해준 면접을 보러 가다 우연히 들린 동생 회사 건물의 1층 카페에서 동생의 실체를 마주한다. 

 

누가 봐도 타냐에게 한 눈에 반한 카페 사장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며 철벽을 치고 그동안 수도승 같은 삶을 살아왔던 것. 사실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는 석유 시추선에 근무하느라 만난적이 없고 원활하지 않은 인터넷 상황으로 얼굴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NOBODY'S FOOL
자신감은 높지만 자존감이 낮은 여성의 연애란 이런 것일까. 영화 ‘동상이몽 시스터즈’의 한 장면.(사진제공=티빙)

 

과거 타냐에게는 7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청혼이 예상되던 데이트에서 이별 통보를 받은 아픔이 있다. 미리 웨딩드레스도 사고 잔뜩 꿈에 부풀었지만 그 후로 이성을 향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왔다. 이후 데이트 앱으로 만난 남자친구는 비슷한 또래의 흑인으로 엄마의 영향을 받아 작성한 모든 리스트에 적합하다. 

 

실물만 못 봤지 프로필상 그는 훤칠한 키에 훈남이다. 전문직을 가지고 있고 약물중독이나 전과도 없다. 이혼전력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기에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언젠간 만날 거란 부푼 꿈을 안고서.

 

UNTITLED TYLER PERRY
미국 흑인들이 공감할만한 소재를 다뤄 할리우드에서 제작 대비 배 이상을 벌어들이는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타일러 페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사진제공=티빙)

 

‘동상이몽 시스터즈’는 미국 예능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실제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나지 않고 연애를 하며 당하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TV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교도소에서 TV를 즐겨본 언니는 동생 몰래 방송국에 연락하고 사연이 채택된 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극으로 치닫는다.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동상이몽 시스터즈’는 지난 2018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지금 보면 꽤 문제가 될 만한 설정이 가득하다. 인종차별적 발언과 수위 높은 음담패설이 10분 단위로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간의 외로움은 결국 데이트 앱의 성황을 이끌어냈고 이 영화는 지금 봐도 경각심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영화의 중후반부는 다소 현실적이지 않다. 퇴근 후 전화를 하겠다던 남자친구는 연락이 두절되고 방송국 입김으로 추적한 계정은 그가 고작 1시간 거리의 차고에서 사는 유부남이라고 가리킨다. 타냐는 충격과 외로움으로 칩거하지만 그를 오래 지켜본 카페사장의 순애보에 마음을 연다.

 

NOBODY'S FOOL
영화의 쿠키영상은 이 작품의 백미다. 그가 누구의 결혼식을 깽판치러 갔는지는 자매 사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사진제공=티빙)

 

영화 속 또다른 재미는 늘 촌철살인에 자애롭기만 하던 엄마의 진심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역할을 한 배우는 미국 영화계의 전설인 우피 골드버그다. 남편은 인간말종이었고 자신은 집에서 대마초를 키워 피우는 한량이지만 딸들을 위해 함구해 왔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웃음을 더한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건 시추선에 있던 남자친구의 등장이다. 하필 화재로 인해 모든 인터넷이 끊기고 겨우 목숨을 건진 그는 온라인상 여자친구가 그저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흑인 커리어 우먼이라는 사실만 가지고 이름을 물어 물어 찾아오지만 환상은 깨지는 법.

그의 본 모습은 ‘동상이몽 시스터즈’를 통해 확인하시라. 과연 온라인에서 만난 이성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인지, 엄청난 반전이 있을 것인지는 카페 사장의 비중이 꽤 크다는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직접 봐도 ‘편견’이 있다면 그 감정은 깊어질 수 없다. 이 영화는 5년 전 시대를 거슬러 너무 빨리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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