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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다변화·한 우물 파기"…중소가전업체, 3高·중국산에 생존전략 마련 '고심'

신일·쿠쿠 일반가전 확대 노력 지속…쿠첸·스마트카라 주력제품에 '집중'

입력 2023-12-26 06:00 | 신문게재 2023-1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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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 서울 선유도 전경
신일 서울 선유도 본사 전경. (사진=신일)
국내 중소가전업체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와 내수시장 위축 등의 외부 악재로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가전업체는 최근 소비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 중소가전업체 관계자는 “지갑 사정이 좋지 않게 될 때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전자제품”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년 이상 사용 가능하고 고가인 승용차, 가전제품, 컴퓨터 및 통신기기, 가구 등의 상품을 의미하는 ‘내구재’ 판매액 지수는 지난 8월부터 감소세에 있다. 해당 지수는 8월 102.3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1.9% 줄었고, 9월에는 3% 줄어 99.8로 내려앉았다. 10월에는 감소폭이 늘어나 이전해 같은 시기 대비 5.2% 줄어든 100.8을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가전업체의 진출도 매섭다. 또 다른 중소가전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은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매해 성능 개선도 거듭하고 있어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제품군 매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중소가전업체의 생존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먼저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한 제품군을 확대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기존 주력 제품 집중하는 업체도 있다.

수익 구조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는 신일이 있다. 선풍기 등 계절가전 강자인 신일은 2019년 ‘종합가전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지속적으로 가습기 등 생활가전을 출시하며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다만 신일의 노력에도 종합가전기업을 향한 도약의 꿈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신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2억원과 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5.6%, 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64.3%에서 69.8%로 늘었다.

신일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이사·혼수 가전 수요가 둔화된 데다, 물가 상승과 환율 변동 등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신일은 앞으로도 프리미엄 가전 등을 중심으로 다변화를 꾀할 예정이지만 기업의 변화와 성장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밥솥’으로 이름을 알린 쿠쿠도 제품 다각화에 나섰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3분기 쿠쿠홈시스는 매출 2407억원과 영업이익 2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해 각각 3.8%, 53% 감소한 수치다.

쿠쿠 역시 인덕션레인지, 식기세척기, 에어프라이어 등을 출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매출발생 품목 중 전기밥솥과 일반가전이 차지하는 비율(쿠쿠홀딩스, 쿠쿠홈시스 합산)은 각각 65%와 35%로 여전히 전기밥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쿠쿠 관계자는 “인덕션레인지 등 주방가전의 브랜드와 품질력을 충분히 인정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전통적인 렌털 및 생활 가전 강자였던 제품 외에도 청소기, 이미용 기기 등 쿠쿠홈시스를 중심으로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제품군을 발굴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첸 강남 사옥
쿠첸 서울 강남 사옥 전경. (사진=쿠첸)
반면 쿠첸·스마트카라 등은 기존의 주력 제품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입증된 캐시카우를 고도화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쿠첸 역시 경쟁사 쿠쿠와 마찬가지로 실적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쿠첸의 모기업 부방의 올해 3분기 기준 가전사업 누적 매출은 10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284억원)와 비교해 14.9% 감소했다.

쿠첸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전기밥솥에 더욱 집중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내년에도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밥솥 등 주력 카테고리 중심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 신기능을 계속 접목해 인기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외길을 걸어온 스마트카라도 당분간은 기존 인기제품인 ‘400 프로(Pro)’와 관련 제품의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카라 관계자는 “스마트카라 음식물처리기 수분제로기술의 핵심인 건조분쇄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성능 향상을 통해 더 높은 감량율과 처리 시간이 단축된 제품을 선보여 음식물처리기의 편의성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의 전략이든 해결해야 하는 숙제와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중소가전업체일수록 제품 기술력은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원빈 기자 uoswb@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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