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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적당히가 없는 배우, '무뢰한' 전도연

입력 2015-05-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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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욕심 많아요. 적당히가 안되는 것 같아요. 내 사전에 만족이란 없어요.”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웃음소리, 동그랗고 단단한 이마. 전보다 약간 마른 듯한 얼굴. 네일 케어를 하지 않은 맨 손이 매끈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어린 딸의 엄마, 아내이자 한명의 여자로서 여전히 반짝였다. 전도연은 사랑지상주의자다. 데뷔 20년차가 넘어서도 멜로가 잘 맞고 영화에서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게 좋다.

 

우연한 기회에 사랑을 못 느끼는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나리오를 발견하고는 주저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여러 제작사를 거치고 오랜 시간 숨을 고르고 있었던 영화는 전도연의 캐스팅을 시작으로 날개를 달았다.

 

전도연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포즈를 취한 전도연.(연합)


지난달 28일 개봉한 '무뢰한'의 혜경은 밤을 주름잡던 텐프로에서 바닥의 끝까지 추락하는 여자다. 반주 삼아 소주를 원샷하고 위스키의 안주로 얼음을 씹어 먹는 강한 캐릭터다. 자신으로 인해 살인자가 된 애인(김성웅)과의 미래를 꿈꾸면서 고단한 현실을 견뎌낸다.

 

그의 곁에는 술집의 영업부장으로 위장해 있는 형사 재곤(김남길)이 있다. 단 한번도 진심을 말 해 본적이 없는 남녀의 치명적인 감정은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른 채 흘러간다.

“이 영화는 제게 늪 같아요. 사실 걱정도 많고요. ‘전도연인데 어련히 잘했겠어?’ 그런 기대치가 있잖아요. 관객들이 무겁게 느낄까봐 우려가 많아요. 사실 저 역시 흥행을 바라거든요. 1000만 영화는 찍어봐야 ‘흥행이야 뭐...’라고 쿨하게 넘길 것 같아요.”

평소 크랭크업과 동시에 영화와는 이별하는 편이라는 전도연은 ‘무뢰한’의 잔상이 꽤 오래갔다고 고백한다. 전도연이 본 혜경은 느와르 장르에서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남자가 보고 싶어하는 여자가 아닌’ 역할이었기에 더욱 지우기가 힘들었단다.

“그들의 사랑이 안타까웠어요. 밝은 영화가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죠.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장르도 좋았지만 한마디로 혜경은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는 여자예요. 재곤도 마찬가지고요. 남자를 상대하는 여자가 남자를 모른다니, 끌렸던것 같아요.”

 

포즈취하는 전도연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 ‘무뢰한’의 주연 전도연이 16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린 포토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전도연의 영화에 대한 첫 인상은 그랬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그는 ‘무뢰한’을 들고 생애 4번째 칸 영화제를 방문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영화 ‘밀양’)과 심사위원을 거치면서 이제는 즐길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천생 여배우답다.

“그곳에서는 최고의 정점을 찍은 여배우가 아니기에 감사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요. 사실 처음에는 ‘칸의 여왕’이란 호칭이 부담스럽고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요. 끊임없이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의 기준이요? 저는 뭔가를 염두해 두고 연기를 하진 않거든요. 재미있고,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궁금한 영화가 좋아요.‘무뢰한’이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요.”
 

 

전도연은 시나리오에 충실한 배우다. 그림의 틀을 바꾸지 않고 끊임없이 디렉션에 대한 감독의 조언과 자신이 가진 연기의 교집합을 찾는다.

 

영화의 완성도는 배우의 몫이 아닌 감독이란 걸 알기에 소통을 통해 영화를 완성해 나간다. 잘 하고 있는지 항상 질문하고 체크하는 편이라고.

사실 이 영화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협녀: 칼의 기억’과 ‘남과 여’의 촬영이 잡혀 있었고 시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들게 뻔했다. 

 

게다가 중간에 상대배우가 부상으로 하차하자 ‘이 기회에 빠질까’란 생각도 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항상 궁금했던 김남길이 캐스팅되고 너무 낙심하고 있는 오승욱 감독을 보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꼽으라면 아마도 ‘접속’일 것 같아요. 데뷔작이니까요. ‘해피엔딩’을 통해 연기의 맛을 알았고 지금은 뭐가 정상인지 모르겠어요. 배우로서 톱인 것같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나중에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아이, 일, 작품’이 남아있을테니 분명 행복할거예요. 저 의외로 슈퍼맘이거든요. 말했잖아요. 적당히가 안된다고.”

그녀의 웃음은 여전히 해사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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