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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3년차 배우 심은경의 속내… '걷기왕'에서 엿보다

[人더컬처]인생 캐릭터 만난 영화 '걷기왕' 심은경

입력 2016-10-19 07:00 | 신문게재 2016-10-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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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은경 인터뷰1
영화 ‘걷기왕’ 심은경.(사진=양윤모 기자)

여고생의 이름이 만복이라니. 영화 ‘걷기왕’의 주인공은 선천성 멀미 증후군으로 바퀴 달린 것만 타면 바로 토해버리는 비운의 소녀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자 친구인 소순이(암소)와 대화를 나누고 수업시간에 자기 바쁜 평범한 여자주인공은 평범함을 무기로 ‘충무로 최연소 흥행퀸’ 심은경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목 빠지게 기다리던 작품이 왔구나” 싶었다. 연기경력 13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만복이는 그렇게 스물셋 심은경을 통해 완성됐다.

“‘써니’, ‘광해’, ‘수상한 그녀’ 에서 맡은 캐릭터들은 콘셉트가 확실한 영화였어요. 제가 완성한 연기라고 하기에는 많이 민망하죠.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왔는데 운 좋게 여러 흥행작에 출연하면서 붙여진 ‘신들린 연기력’, ‘흥행 퀸’이라는 수식어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이렇게 단번에 출연을 결정한 것도 오랜만이었어요. 한번에 훅 읽히는 시나리오도 간만이었죠. 그렇게 물 흘러가듯이 하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걷기왕’을 찍으면서 즐기면서 하는 게 정답이구나를 절감했죠.”

심은경은 ‘걷기왕’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 못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자신의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냉정한 평가자였던 자신에게 이 영화는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였던 것. 실제로 촬영 현장의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네가 만복이인지, 만복이가 심은경인지 헷갈린다”고 할 정도로 동화됐고 자신과 똑닮은 쌍둥이 자매와 헤어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여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영화가 전무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심은경은 20대 초반이면서 10년이 넘는 연기내공을 가진 배우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것으로 해석하는 안정된 연기력과 주변의 과도한 기대는 그에게 이른 슬럼프를 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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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걷기왕’.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가서인지 사춘기의 방황과 물음이 유독 많았어요. 일찌감치 공부는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학 진학도 하지 않았죠. 불안함이 가득찬 그 때가 지금은 굉장히 고마워요. 또래답지 않은 일상을 보낸 과거가 불안함과 상처일수도 있지만 요즘은 제가 생각했던 연기라는 개념이 바뀌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걷기왕’은 연기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일상을 반성하고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설렘과 감정을 찾아가게 해 준 작품이라 애착이 많아요.”

극중 만복이는 한없이 긍정적이고 걱정이라고는 없다. 단지 공부보다 쉬워 보였던 경보라는 운동을 통해 난생 처음 욕심을 내 경기에 참여한다. 문제는 경기장까지 차를 탈 수 없는 만복이의 상황이다. 게다가 뛰지도 걷지도 못하는 경보라는 운동은 어쩌면 평범하고는 거리가 있는 만복이의 현실과 묘하게 닮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이동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학업에 충실한 학생도 아닌 주인공의 모습은 조금이라도 뒤쳐지고, 다른 인생에게 ‘남들과 다른 길을 걷지 말라고 재촉하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다. 심은경 역시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라는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연했다가 스스로 위안 받았노라고 고백했다.

 

배우 심은경 인터뷰12
영화 ‘걷기왕’ 심은경.(사진=양윤모 기자)

 

‘걷기왕’에는 주변인물이면서 현실의 핵심을 짚어주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자기계발서 마니아로서 아이들에게 꿈과 열정을 강조하는 담임, 칼퇴해서 안정된 삶을 목표로 하는 여고생, 승부욕 강한 운동부 선배, 딸이 그저 평범하게만 살았으면 하는 부모의 모습등은 과연 경쟁사회에서 어떤 삶이 제대로 된 것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걷기왕’은 한마디로 힐링을 안겨주는 영화죠. 뭐든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걸어도 괜찮아’라고 어깨를 토닥여 준달까요. 13년간 연기를 해오면서 이제 뭔가 좀 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평생 해도 모르는 거고 오히려 하면 할 수록 알 수가 없다는 걸 깨닫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사람마다 각자의 인생이란 내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걸, 이 영화를 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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