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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순살아파트' 희화화 멈춰야

입력 2023-08-01 14:03 | 신문게재 2023-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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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동부건설은 2000년대 초 센트레빌이란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론칭과 브랜드 관리를 위해 수년간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 대치센트레빌 아파트를 지으면서 남은 이익금을 모두 조경에 투자하기도 했다. 센트레빌은 2010년대 초까지 아파트 브랜드 톱5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건설 역시 2000년대 초 힐스테이트를 내놓으면서 론칭 비용으로만 250억여원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광고를 비롯한 브랜드 관리비를 합하면 지금까지 수천억원은 될 것이다. 그런 브랜드파워로 반포 재건축과 한남3구역 재개발을 수주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아파트 브랜드 강자인 래미안, e편한세상의 바통을 받아 파워브랜드로 성장한 아파트는 자이, 푸르지오, 아이파크 그리고 롯데캐슬이었다. 2010년대 이후 브랜드 조사에서 항상 톱10 자리에 이름을 올렸던 브랜드들이다.

중견건설사들도 브랜드에 올인하고 있다. 호반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써밋’에, 태영은 ‘데시앙’에 수백억원대를 투자해왔다. 한화는 기존 브랜드를 바꿔 포레나란 새 이름을 내놨다.

이들 브랜드들이 선호받는 배경에는 단지 익숙한 이름이라기 보다는 품질이나 서비스 그리고 평판까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출의 70% 이상이 아파트인 건설회사에겐 회사명보다 브랜드가 더 중요한 간판이다.

그런 측면에서 붕괴사고와 재시공 사태로 곤란을 겪고있는 자이와 아이파크는 최대의 브랜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GS건설과 HDC현산이 신속하게 재시공을 결정해 입주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고 국민들에게 책임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브랜드관리 측면에서 잘 한 결정이라고 본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이 들어간 아파트 브랜드들. 이것은 건설사의 생명줄이기도 한데 LH아파트 부실 사태로 한동안 브랜드 피알은 더 어렵게 됐다.

비올 때는 우산 뺏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엎어진 놈 더 밟는 분위기다.

일련의 사고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주택건설의 강자인 GS, HDC가 그런데 우리는 괜찮겠냐는 말과 함께 정부나 사회여론이 마녀사냥 하듯 지나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순살아파트’라고 희화화한 표현이 SNS는 물론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브랜드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 건설사의 입장은 접어두고, 해당 아파트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난처해졌다.

정부도 문제다. 국민 불안을 감안해 신중한 처방과 발표를 해야 하는데 요란스러움이 다분히 정치적이고 민심을 얻기 위한 판단이란 생각이 든다. 이러한 무차별적 공격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잊지말아야 한다. 700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1200조원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비롯한 해외건설 수주전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국내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들은 건설 관련 외국 귀빈들의 필수 견학코스이기도 하다.

건설사는 진정한 브랜드경영을, 정부는 징벌적 처분 자제를, 국민은 조리돌림 중단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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