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시장경제칼럼

[시장경제칼럼] 이타적 태도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입력 2023-09-11 19:38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20313010003111_1
전용덕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7월 27일 국회도서관에서 일부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이 초·중·고교에 사회봉사 과목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봉사활동 감소는 인성 함양의 기회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교과목 등과 연계한 봉사를 통해 이타적 태도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2017년 200만 명에서 2022년에는 45만 명으로 밑돌며 5년만에 78%나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학생들의 기본 인성을 책임지고 교육하기 위해 초·중·고교에 사회봉사 과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사회봉사 과목을 고교에서는 고교학점제와 연동해 교육 필수 과목이자 졸업 의무 과목으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지난 몇 년간 자원봉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은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서 각종 자원봉사 활동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교에서 졸업 의무 과목으로 지정하고 봉사활동 과정을 엄격히 감시·감독한다고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한 입시비리 의혹을 없앨 수 없다는데 있다. 대학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대학 졸업장으로 인한 대가가 큰 상황에서는 그런 입시비리 의혹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교 교육에서 자원봉사 과목을 졸업 의무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이제 그들의 주장을 하나씩 검토해본다. 첫째, 사회복지학자들은 국가가 학생들의 기본 인성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 인성에 대한 책임은 개인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 즉 기본 인성에 대한 교육은 피교육자 자신과 부모와 같은 가족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 인성 교육은 대부분 부모의 몫이고 부모가 밥상머리에 가르쳐야 한다. 작금에 대한민국 교육이 기본 인성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부모가 그런 밥상머리 교육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타적 태도는 물론 좋은 것이지만 사회봉사 과목을 청강함으로써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타적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스스로 그런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가지도록 훈련하거나 부모가 그런 훈련을 시켜야 한다. 타인이 강제한 이타적 태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학생들은 사회봉사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국가가 강제하는 이타적 태도에 대해 학생들이 반항 수도 있다.

셋째, 고교의 경우에 사회봉사 과목을 필수과목이자 졸업 의무 과목으로 부과할 것을 사회복지과 교수들은 주장했다.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사회봉사 과목 이수를 마치 조세나 징병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것과 같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사회봉사 과목을 필수과목이자 졸업 의무 과목으로 부과한다는 것은 국가가 학교와 학생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때 학교와 학생의 자율성이란 두 주체가 교과과정을 스스로 수립하는 권리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학교와 학생의 자율성이 너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봉사 과목을 졸업 의무 과목으로 부과하는 행위는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직접 발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강제성을 띤다는 점에서 말이다. 역사 교과서를 민간 역사가들이 집필하듯이 졸업 과목도 학교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학교들은, 국공립 또는 사립 구분 없이, 모두 자율성이 너무너무 부족하다. 그런 부족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가가 도덕을 강제하면 전체주의 사회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 학교와 학생에게 자율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