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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경연이 축제가 되는 순간

입력 2023-10-15 15:41 | 신문게재 2023-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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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콩쿠르(Concours)는 ‘경쟁’ 또는 ‘경연’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어로는 ‘Competition’으로 표기한다. 경연(競演)의 한자 역시 다툴 ‘경’을 써서 보통 음악, 무용 등의 예술 분야에서 각 개인이나 단체의 능력을 경쟁하는 형식으로 선보이는 대회를 일컫는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우리에게도 ‘콩쿠르’란 단어는 매우 익숙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일주일에도 몇번씩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한국 연주자들의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예술이라는 장르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물음은 차치하더라도 콩쿠르는 참가자의 음악적 완성도, 심사기준에 부합하는 각종 요소를 근거로 순위가 매겨진다. 상위 단계의 라운드에 오르기 위해 각국에서 모인 젊은 연주자들은 극심한 압박감을 견디며 무대에 오른다. 참가자 모두가 예민함으로 점철돼 긴장감이 감도는 현장이지만 때로는 콩쿠르에서 경쟁을 넘어 동료애가 발휘돼 음악보다 더 큰 감동의 순간이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9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도 뜻밖의 모습이 펼쳐졌다. 본선에 오른 10명 중 5명만이 최종 결선에 올라 각자 자신만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연주자 옆에는 악보를 넘겨주거나 스탑(오르간의 음색을 결정하는 장치)을 선택해주는 등의 보조역할을 하는 페이지터너가 필요하다.

노선경이 결선 연주를 앞두고 있을 때 결선 진출에는 실패한 미국 참가자 그랜트 스미스가 그녀의 곁에서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진출하지 못한 동료의 결선 무대를 위해 직접 페이지터너를 자처한 것이다. 노선경은 결국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고 수상자 갈라 콘서트에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갈라 콘서트에서도 그랜트는 다시 한번 노선경의 페이지터너로 함께 무대에 섰고 그녀가 청중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을 때 곁에서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콩쿠르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에서도 종종 이런 훈훈한 장면이 연출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과 바르심이 보여준 선의의 경쟁은 뛰어난 기록 이상의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은메달을 딴 우상혁은 아쉬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내 실력이 느는 것 같아서 흥미롭고 이렇게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기며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경기 매너로 주목 받았다. 우상혁과 바르심 선수는 경기 직후 상대가 있어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고 시상식에서도 함께 셀카를 찍거나 각자의 메달을 깨물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선뜻 도움을 주고 나를 넘어선 상대의 결과에 기꺼이 축하를 건넬 수 있는 연주자와 스포츠맨이 있어 우리는 어쩌면 콩쿠르와 스포츠 경기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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