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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장애인⑧] 예외 없는 NO플라스틱 빨대 정책…'장애인은 어떻게 하라고'

예외 없는 친환경 규정, 장애인 ‘에코-에이블리즘’에 운다
생존에 필수불가결 물품 제공 않는 ‘섬세치 못한 방침’ 지적

입력 2023-10-29 13:48 | 신문게재 2023-10-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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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일러스트레이터 피비

 

한국의 환경정책이 장애인 등 건강취약 계층을 고려치 않은 획일성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걸쳐 에코-에이블리즘(Eco-Ableism)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음료를 자주 접하는 카페는 물론, 장시간 기내에 머물며 이동을 해야 하는 항공기 안에서도 건강취약계층에 플라스틱 빨대 제공이 안 되는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서울역 인근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라는 정부 정책의 취지를 고스란히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사람들로 꽉 찬 자리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하얀 종이 재질의 빨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장애인용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받을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매장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없다”라는 직원의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식당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일회용 합성수지) 빨대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제를 시행 했는데, 사용금지 품목에 플라스틱 빨대가 포함되면서다. 포장구매 시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 할 수 있지만, 매장 안에서는 쌀·종이·대나무 같은 재질로 만든 친환경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골자다.

문제는 기후위기의 원흉으로 플라스틱이 주적(主敵)으로 지목되며,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취약 계층이다. 관련 정책의 효과로 플라스틱 사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제고됐으나, 건강을 위해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한 일부 환자·장애인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장애인 등 건강취약 계층은 물을 플라스틱 빨대 없이 마셨다간, 폐렴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염려되는 곳은 항공기 안이다. 기자가 이달 중순 A 항공사의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해 플라스틱 빨대 제공 여부를 묻자, “기내 안에 플라스틱 빨대는 없습니다”라는 승무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A 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도부터 친환경 차원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기내에 종이빨대가 비치됐다. 다수 항공사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비치한 상태라고 A 항공사는 덧붙였다 .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한 건강취약계층 승객이 국제선 항공기에 탈승할 경우 10여 시간 넘는 시간동안 음료를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 에대해 A 항공사는 승객이 직접 플라스틱 빨대를 가지고 탑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항공사의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승객의 니즈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존에 필수불가결 한 물품을 제공하지 않는 섬세하지 못하는 방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거리 비행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여기서 먹고, 자고 식사도 제공된다. 숙식이 제공되는 환경으로 일상생활이 옮겨지는데 (건강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제거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장애가 있는 사람 배려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사가 ESG 경영 이후로 해서 친환경 기업이미지 만들려고 (플라스틱 빨대를) 싹 없애는 건 승객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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