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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장애인⑥] “우리에겐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해요”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

입력 2023-10-15 13:11 | 신문게재 2023-10-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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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일러스트레이터 피비)

 

지구온난화를 넘어선 끓는 지구의 시대가 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지난 7월 미국 UN본부에서 열린 인사말에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전 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각국이 추진하던 탄소중립 정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대로 ‘끓는지구’를 맞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은 브릿지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러한 기후위기 대응 논의 과정에 장애인이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위기가 장애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응 정책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노력은커녕 ‘에코-에이블리즘’ 개념조차 생소하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교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다. 교통 부문에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 유도 정책이 있다. 최근 환경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일회용 보증금제도 그 일환이다. ‘끓는지구’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한 만큼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서 김 국장은 “대중교통 이용 유도 정책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어려워 자가용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배제하고 있다”며 “정부는 전기차 이용을 권장하지만 전기차 충전소의 장애인 접근성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의 사용하는 위루관이나 척수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소변줄 등 일상영역에서 사용되는 의료용 폐기물에 대한 문제도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고민되고 있지 않다”며 현재의 환경정책이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환경부가 추진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은 ‘에코-에이블리즘’이 투영된 것이라고 봤다. 김 국장은 “빨대가 없으면 음료를 마실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상당히 난감한 정책”이라며 “대안으로 스테인리스, 종이, 실리콘 등 다양한 빨대가 나왔지만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씹으면서 마실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겐 치아를 상하게 할 수도 있고, 종이의 경우엔 침이 많이 나오는 사람은 쉽게 헤져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경정책이 장애 특성상 일회용품을 비장애인보다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심리적 부채를 안긴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뇌병변장애인은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아 성인이 돼서도 기저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물티슈도 비장애인보다 많이 사용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다만 최근에는 ‘소변수집장치’ 같은 보조기기가 개발되고 지원품목으로 포함되기도 하면서 향후 뇌변병장애인성인 기저귀의 대체용품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과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한 고민도 이뤄지지 않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철저하게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그 논의의 자리에 장애인이 초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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