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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돌릴 때만 ‘핑’하면 빈혈 아닌 귀 문제

어지럼증 원인 80%, 이석증 등 귀질환 … ‘에플리법’ 등 자세요법으로 치료

입력 2017-03-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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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에서 근육을 풀어주는 진동벨트를 목 부분에 대거나, 차에 오르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 외부충격이 가해지면 이석이 떨어져나와 어지럼증을 초래할 수 있다.

어지럼증은 10명 중 3명이 평생 한두 번은 겪을 정도로 흔한 만큼 오해도 많고 엉뚱한 치료를 받아 병을 키우기 쉽다. 2008년 약 50만명이던 어지럼증 환자는 2012년 80만명으로 늘었고 2016년엔 약 100만명을 넘어섰다.
흔히 어지럼증을 느끼면 빈혈을 의심해 철분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원인이 귀와 뇌의 이상일 경우도 많아 조금 어지럽다고 무작정 철분제를 복용하다간 철분 과다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어지럼증의 80% 정도는 귀 문제로 발생한다. 귀에는 소리를 듣는 내이 전정의 달팽이관 외에 평형기관이 존재한다. 평형기관은 회전운동을 감지하는 반고리관과 전후·좌우·상하 운동을 감지하는 이석기관(난형낭·구형낭)으로 구성된다. 반고리관은 림프액이 들어있어 액체의 움직임으로 회전감각을 감지한다. 이석기관은 이석이라고 하는 작은 칼슘덩어리의 움직임으로 직선 가속도를 감지하는 게 주 역할이다.


이석증은 외부충격 등으로 이석기관에 붙어 있어야 할 이석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평형감각을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석 일부가 몸의 회전과 가속을 느끼는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돌릴 때 자신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럽고 구역, 구토, 이명, 눈이 좌우로 움직이는 수평성 안진 등이 동반된다. 빈혈과 달리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는 등 머리를 움직일 때에만 어지럽고 자세를 바꿔주면 증상이 나아지는 게 특징이다.


발병 원인은 현재 50% 정도만 밝혀졌으며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은 경우가 가장 흔하다. 헬스클럽에서 근육을 풀어주는 진동벨트를 목 부분에 대거나, 차에 오르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물구나무서기 등 거꾸로 자세를 자주 취하면 이석이 떨어져나올 수 있다. 이밖에 노화, 칼슘대사장애, 골다공증, 중이염, 편두통, 돌발성난청, 귀수술 부작용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또 장기간 침대생활을 하면 고인 저수지에 잔돌이 뭉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이석이 생성되기도 한다.


뇌졸중 등 뇌 문제로 발생한 중추성 어지럼증은 증상이 1분 이상 몇 분간 지속되고 사물이 겹쳐보이는 복시, 발음 곤란, 사지감각 이상 등이 동반되는 점에서 이석증과 차이난다. 또 이석증이면 아무리 어지러워도 걸을 수 있지만 중추성일 경우 자세 불안으로 앉거나 서 있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뇌질환으로 뇌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소뇌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몸의 중심을 유지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어지럼증이 이보다 오래 지속돼 수십 분, 수 시간 나타나고 증상 발현 빈도가 잦다면 메니에르병일 가능성이 크다. 이 질환은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안에서 순환하는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많아져 전정기관이 부풀어 오르면서 어지럼증을 초래한다.


이석증의 주요 진단법인 비디오 안진검사는 환자 눈에 검사기를 씌우고 다양한 자세로 눕힌 뒤 눈의 움직임인 안진을 관찰한다. 한쪽으로 돌려 눕는 자세를 취하면 반고리관에 있는 돌이 움직이면서 회전성 안진이 나타난다. 대부분 2주나 한달 정도면 자연치유되지만 급성기엔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땐 자세를 바꿔 이석을 빼내는 방법을 실시한다.


자세요법 중 대표적인 ‘에플리법(Epley)’은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에서 고개만 양쪽 옆으로 돌려준다. 이 상태를 1분간 유지하다가 일어난 뒤 다시 반대편으로 누워 똑같은 자세를 취해주면 된다. 아침·저녁으로 10회 정도 실시하고 목과 허리를 다치지 않게 주의한다. 한 번으로 반응이 없으면 반복 시행하며, 당일 치료율이 60~80%에 달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 원래 좌우 한 방향으로 상체 전체를 기울이는 ‘시몽(Sememt)’법이 주로 시행됐지만 4~5년 전부터 에플리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임기정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전체 환자의 50%가 치료 후 다시 병원을 찾을 정도로 재발률이 높다”며 “노화, 외상, 귀질환 등이 재발 원인으로 꼽히며 병원 검사 후 비상약을 복용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적당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며 “염분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과음·과로, 커피·콜라·담배 등 신경자극물질과의 접촉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약물은 급성기에만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며, 장기 복용시 의존성이 생기거나 끊지 못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의사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어지럼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멀미, 체성감각성 어지럼증, 상륙증후군 등이다. 생리적 어지럼증으로 불리는 멀미는 균형유지에 필요한 감각정보가 비정상적으로 전달돼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부적절한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일종의 경고신호로 자극이 없어지면 바로 회복된다.
체성감각성 어지럼증은 푹신한 스펀지나 모래사장을 걸을 때처럼 다리를 통해 전달되는 감각이 교란돼 발생한다.
상륙증후군은 장기간 배·비행기·자동차 여행 후 육지에 내렸을 때 중심이 잡히지 않고 흔들거리는 느낌이 드는 증상이다. 멀미 같은 생리적 어지럼증의 하나다. 전정기관이 비정상적 자극에 적응했다가 정상적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개선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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