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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人] 뮤지컬 ‘젊음의 행진’ 섹시 여고생 월숙·핑클 김려원, ‘사비타’의 애교충만 유미리로!

입력 2016-05-0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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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려원 인터뷰9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유미리 역의 김려원.(사진=양윤모 기자)

 

“오디션 보는 날 연락 받고 부랴부랴 달려갔어요.”
오후 5시 오디션을 2시간 전에야 전달받고 달려가 자신을 보여준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 전원만장일치로 김려원은 창작뮤지컬 21년차를 맞은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의 유미리에 캐스팅됐다. ‘맘마미아’ 최정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윤공주·린아, ‘마타하리’ 김소향 등 유미리를 스쳐간 이들은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준비한 게 딱히 없어서 ‘젊음의 행진’에서 월숙이가 했던 ‘칼국수송’을 했죠. 그리곤 ‘보이첵’에서 했던 앙상블 연기를 하고….”

김려원은 낯은 익지만 누군지 단박에 떠오르진 않는 뮤지컬 배우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영심이의 고등학교 때 친구 월숙과 핑클로, ‘베어 더 뮤지컬’ 카이라로, ‘셜록 홈즈’ 벨라로, ‘보이첵’의 앙상블로 무대에 섰지만 그의 이름이 ‘김려원’인 걸 단박에 알아차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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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유미리로 무대에 오른 김려원. 사진 왼쪽부터 유미리 김려원, 형 동욱 역의 안재모, 동생 동현 역의 박유덕.(사진제공=문화아이콘)

 

“미리는 형제들 사이에 끼어드는 불청객이잖아요. 호감을 얻어야하는데…. 외모는 귀염상이 아니어서 섹시하거나 차가운 역할을 많이 했지만 성격은 미리랑 비슷해요. 애교 많고 어리바리하고 덜렁대고….”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오히려 “왜 너한테 섹시하고 차가운 역할만 시키지?”라고 의아해할 정도다. 오롯이 배우로 승부하는 소극장 뮤지컬 ‘사비타’에 마냥 들떴다가도 걱정과 고민에 우울해지고 또 너무 재밌어 웃기도 잘 웃는다. 트리플로 캐스팅된 홍민아, 이경진과는 또다른 미리를 위해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민아는 자체가 귀엽고 경진이는 시원시원 보이시하다면 전 엽기발랄 4차원 미리예요. 조울증 걸린 애처럼 왔다갔다…좀 덜 정신사나워야할텐데. 동욱 역의 (전)병욱·(안)재모·(이)동준 오빠랑 동현 역의 (박)유덕·(김)견우·(원)성준·(은)경균까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데다 애드리브도 많아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그렇게 다소 조숙했던 섹시한 교복 차림의 월숙은 ‘사비타’의 미리가 됐다.

 



◇무한 긍정에너지 “지금 안되는 건 다 잘 되려고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배우 김려원 인터뷰
다소 조숙하고 깍쟁이 같은 뾰족한 외모, 큰 키에 김려원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그리 많지 않았고 상처로 남곤 했다.(사진=양윤모 기자)

 

“정말 궁금했어요. 왜 자꾸 오디션에서 떨어지는지요. 뭐가 부족한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죠. 신인이니 여쭤보기도 힘들고….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여쭤봤어요. 그 이유가 너무 성숙해서래요. 충격이었죠.”

‘젊음의 행진’이 끝나고 2개 작품의 비공개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긍정의 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그 이유가 김려원에겐 더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은 생계를 위해 참여하려 했던 가족뮤지컬까지 이어졌다. 그에게 주어진 배역은 ‘마녀’, 다소 조숙하고 깍쟁이 같은 뾰족한 외모, 큰 키의 그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그리 많지 않았고 상처로 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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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웨이 42번가'로 뮤지컬 배우 꿈을 키운 김려원.(사진=양윤모 기자)

“제가 ‘사비타’에 되려고 그 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졌나 봐요.지금 당장 안되더라도 준비하고 있으면 더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오디션에서 두번이나 떨어지긴 했지만 그를 위해 준비한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고 ‘사비타’에 합류한 것처럼요.”


그래서 상처는 받아도 김려원은 언제나 긍정 에너지로 충만하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도 그랬다.

 

‘아멜리’라는 이름으로 했던 가수활동은 옷 입는 것부터 연애까지 그의 표현대로 ‘관리의 연속’이었다. 

 

가수라는 직업에 흥미를 잃을 무렵 작곡가와 관람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신세계를 봤다. 

 

“어떻게 그렇게 신나서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할 수가 있는지….”

열아홉에 뮤지컬에 매혹됐지만 가수 활동으로 3년을 흘려보냈다. 스물둘에야 오롯이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아홉도 아니었고 뜻하는대로 풀리지 않는 가수활동으로 자신감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친구들의 격려로 명지대학교 뮤지컬공연과에 늦깍이로 입학해 많은 것을 배웠다.

“같은 과 친구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데 저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 친구들이 에너지를 주고 많은 걸 가르쳐줬죠. 이렇게 재밌는 걸 하려고 가수가 잘 안됐나 봐요.”


◇ 평생 봐야하는 오디션, 무섭지만 누군가를 꿈꾸게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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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뮤지컬 배우 김려원.(사진=양윤모 기자)

 

“평생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건 무서워요. 떨어지고 탈락하고 거절의 연속이겠죠.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면 그 역할에 안 어울리나보다 하지만 그래도 상처받고 매일매일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겠죠. 무대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 두려움이 앞설 때가 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좋아요.”

지금을 열심히 견뎌내고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김려원은 배우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다소 늦은 시작이 여전히 불안요소로 남아있지만 “지금 안되면 다 잘되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다잡으며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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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꿈꾸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려원.(사진=양윤모 기자)

“점점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 가지를 꾸준히 10년 하면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학교 다닐 땐 춤 못추는 걸로 유명했어요. 교수님께서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면 ‘노래는 잘하는데 춤을 못춰’라고 하셨죠. 그런데 춤추는 역할만 하다 보니 요즘은 잘 춘다는 소리까지 듣거든요.”


평생 오디션을 보며 상처를 감내할 수 있을까 걱정이더니 이번엔 까르륵 넘어간다.

 

내친 김에 “저 목소리도 잘 바꾸고 분장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이 되기도 한대요”라고 깨알같이 자신에 대한 평을 전하는 그는 이내 사랑스러운 얼굴이 된다. 

 

뮤지컬 ‘위키드’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는 “스태프들에게 ‘제일 잘한 유미리’로 남고 싶다”고 바람을 전한다.

“제가 황정민, 김미혜 등 선배님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꿨듯이 누군가를 꿈꾸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재능이 모자란다면 꼭 배우가 아니라도 뮤지컬 일을 하고 있을 거니까 누군가에게 어떤 꿈이든 나눠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 꿈을 위해 그는 또 되뇐다. 지금의 실패는 곧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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