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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트랙스 제이 김견우, “벌거벗은 느낌이에요”

[Pair Play 인터뷰] 안재모와 김견우, 스물한 살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형제되다!

입력 2016-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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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부터 이방원까지 남성적이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던 안재모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에서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대고 요리법을 줄줄 읊는가 하면 여동생들 속옷빨래까지 마다 않는 ‘아줌마’ 같은 큰 오빠 정동욱으로 변신한다.

비주얼 록밴드 트랙스의 보컬이며 연기자 전향 후 대통령 아들, 기업후계자 등 귀한(?) 신분을 주로 연기한 제이 김견우(이하 김견우)는 한때의 반항기로 가출했다 만신창이가 돼 7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막내 정동현으로 무대에 오른다.

안재모와 김견우는 드라마 ‘객주’에서도 친척 형·동생으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에는 김견우가 형이었고 안재모가 동생이었다. 묘한 인연으로 얽힌 두 사람은 뮤지컬 ‘사비타’에서 형 동욱과 동생 동현으로 다시 형제가 됐다.


◇모험도 마다 않는다, ‘사랑은 비를 타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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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동생 동현 역을 연기하는 트랙스 제이 김견우.(사진=양윤모 기자)

 

“벌거벗은 기분이에요.”

동현을 연기하는 김견우는 ‘사비타’ 개막을 앞두고 떨리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롯이 형 동욱과 결혼정보회사 직원 유미리 그리고 동생 동현 셋이서 이끌어가는 뮤지컬, 게다가 소극장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조명도 흥을 한껏 끌어올리는 앙상블도 없다.

‘삼총사’, ‘싱잉 인 더 레인’, ‘락 오브 에이지’ 등 대극장 공연이나 다양한 캐릭터들과 한데 어울려 무대에 오르는 ‘군수선거’에 출연했던 김견우에게 단점 커버의 여지라고는 없는 소극장용 뮤지컬 ‘사비타’는 큰 모험이었다.

“형제 얘기라 좋았어요. 남녀가 ‘썸’타는 걸 연기하면 싫은 건 아닌데 쑥스럽다고 해야 하나…확 와닿지를 않는데 ‘사비타’는 가족 이야기다 보니 정말 마음에 와닿았어요.”

‘사비타’가 가족이야기라 더 좋다는 김견우는 그래서 형 동욱과 동현이 슬프고 마음 아프다고 했다.

“형 동욱이를 보면 미국에서 할아버지랑 지낼 때가 생각나요. 10대 후반의 혼란스러운 나이였는데 할아버지가 그렇게 잔소리를 하시고 군기를 잡으셨죠. ‘사비타’의 동욱이를 보면 꼭 할아버지 같아요.”

‘사비타’ 연습에 매진하면서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즐겁게 하고 있는 건지…늘 아들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를 떠올리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있던 아들을 보겠다고 공연마다 수차례씩 극장에 와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사비타’의 형 동욱을 대할 때를 꼭 닮았다.

동욱은 그렇게 세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부모를 대변하는 듯하다. 동현은 그런 부모가 귀찮다가도 그리운, 사는 게 힘들어 기댈 곳이 필요한 현재의 20대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김견우는 동현이를 표현하는 데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 이유 없는 반항아 아닌 따뜻한 동현이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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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츤데레 아닌 마음 따뜻한 동현을 그려보고 싶다는 김견우.(사진=양윤모 기자)

“동현이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궁금했어요. 꿈을 포기해야하는 그 마음은 이해를 해요. 저도 성대가 아파서 노래를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절망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대본을 봤을 때는 틱틱 대고 짜증내고 소리 지르고…왜 나가서 고생을 할까 싶었죠.”


이에 김견우는 자신만의 동현을 “이유 없는 츤데레(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하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는 성격이 드러나는 성격유형)가 아닌 형에 대한 사랑과 마음이 잘 묻어나는 따뜻한 동현으로 그려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한다.

“저는 제 고집을 부리기보다 다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에요. 느껴지는 대로 연습하면서 다듬고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동욱) 형이 강압적으로 나오면 더 욱하게 되고 엄마처럼 ‘왜그래’ 그러면 또 좀 수그러들기도 하는 등 즉각적인 느낌이 좋아요. (전병욱·안재모·이동준) 형들과의 페어마다 감정은 같지만 표현방법은 확연하게 달라질 것 같아서 더 설레요.”

전혀 다른 배우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니 조합별로 같을 수가 없는 동욱과 동현을 위해 김견우는 “기본 감정선을 지키면서 제일 좋은 걸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한다.


◇뮤지컬은 ‘사비타’의 첫 장면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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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타’ 동현 역의 김견우 “살아 움직이는 뮤지컬 무대가 너무 좋아요”.(사진=양윤모 기자)

 

“빨리 잘 돼야하는데…”라고 마음을 졸이며 우울하고 말도 없이 웃지도 않던 김견우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서른넷이 됐는데도 안뜨니까…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하는 순간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하기 전에는 뭐든지 다 힘들었어요. 해도 해도 잘 안되니까 지쳐선지 이 길이 아닌가, 끼도 없는 것 같고…. (그런 답답증이) 뮤지컬을 하면서 뻥 뚫린 느낌이었어요. 처음 ‘형제는 용감했다’(2010)를 하면서 받은 에너지로 지금까지 오고 있어요.”

매 작품마다 ‘우아~’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대가 주는 에너지에 그는 힘을 얻었다. 연습실과 무대 위에서 동료 배우들과 주고받는 에너지, 관객들이 주는 힘 등이 그는 마냥 좋았다.

“드라마나 TV는 카메라 앵글 안에서 제약을 받곤 해요. 저는 연기 내공도 부족해 그런 부분이 더 힘들었죠.”

틀에 갇히는 느낌, ‘이 정도면 오케이다’ 싶은 순간을 느끼면서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대하는 것도 힘들기만 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잘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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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우는 군 제대 후 첫 작품인 ‘싱인 인더 레인’ 선배들의 다독임으로 해보자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사비타’에 올인 중이다.(사진=양윤모 기자)

 

“뮤지컬 무대가 좋아요. 자유로워서. 200가지를 다 해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 과장되면 연출님이나 선배들이 낮춰주시고…제가 가진 걸 다 보여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해서 걱정도 많지만 순간순간 살아 움직이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김견우는 군 제대 후 첫 작품인 ‘싱인 인더 레인’ 선배들의 다독임으로 해보자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사비타’에 올인 중이다.

“오래 그리고 즐겁게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헤드윅’을 해보고 싶어요. 음악과 무대가 너무 좋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돼요. ‘내가 짱이다’ 할 만큼 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꿈 이야기에 김견우는 마냥 들떠 보였다. 뮤지컬이 그에게 주는 긍정적 에너지도 엿볼 수 있었다. 뮤지컬에 대한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뮤지컬은 ‘사비타’의 첫 장면처럼 동현이 다시 동욱이 있는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음이 들게 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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