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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맏형 ‘사랑은 비를 타고’,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다

입력 2016-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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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차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동생 동현 역의 원성준(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박유덕, 김견우(트랙스 제이), 은경균.(사진제공=문화아이콘)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됐고 홍광호의 합류로 매진사례 중인 ‘빨래’,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김종욱 찾기’,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젊은 배우들을 배출하는 보고(寶庫) ‘형제는 용감했다’, 한국 뮤지컬史를 새로 쓴 ‘명성황후’ 등 수년 동안 공연되며 사랑받는 순수 창작 뮤지컬들이 있다.

이들의 맨 앞에는 1995년 초연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가 있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여동생 둘과 막내 남동생을 위해 자신의 꿈도, 사랑도 포기한 채 살아가는 형 정동욱과 그 집착이 싫어 가출해 7년 만에 돌아온 동생 정동현 그리고 형제의 삶에 갑자기 뛰어든 ‘N포 세대’ 유미리가 엮어 가는 가족 뮤지컬이다.

초대 뮤지컬협회장이었던 故최창권 작곡가의 아들이자 ‘세월이 가면’,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등의 작곡가인 최귀섭 ㈜초이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오은희 작가가 1995년 창작해 무대에 올렸던 작품이다. 이후 21년 동안 여러 제작사에서 만들어져 다양한 버전으로 무대에 올랐고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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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꿈과 사랑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형 동욱 역의 안재모(사진 왼쪽부터), 전병욱, 이동준.(사진제공=문화아이콘)

 

초연멤버 남경읍·남경주 형제와 최정원을 비롯해 엄기준, 오만석, 박건형, 김무열, 송창의, 신성록, ‘마타하리’ 김소향 등 ‘사비타’를 거쳐 간 어마어마한 배우들 덕분에 ‘신인등용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 ‘사비타’가 캐스팅부터 편곡, 안무, 무대 등을 새롭게 단장하고 향후 20년을 이어갈 2016년 버전을 선보인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악어연습실에서 새로운 ‘사비타’가 공개됐다. 연습현장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동욱·동현·미리의 오프닝 ‘모두 모이는거야’ 합창신부터 세 사람의 첫 만남까지를 시연했다.

현장에는 프로듀서 정유란 문화아이콘 대표와 오은희 작가, 김명환 연출, 허수현 음악감독, 최인숙 안무가와 형 동욱 역의 안재모·전병욱·이동준, 동생 동현 역의 박유덕·김견우(트랜스 제이)·원성준·은경균, 미리 역의 김려원·이경진·홍민아 등 배우들이 전원 참석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크리에이터들, 오래도록 사랑 받는 것이 ‘사비타’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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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의 작가 오은희(사진 위 왼쪽)·프로듀서 정유란, 김명환 연출(사진 아래 왼쪽부터)·음악감독 허수현, 최인숙 안무가.(사진제공=문화아이콘)

 

이 자리에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 ‘구름빵’, ‘마당을 나온 암탉’,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제작 혹은 기획한 문화아이콘의 정유란 대표는 “많은 창작 뮤지컬의 시작이 ‘사비타’다. 나 역시 ‘사비타’ 초연을 보며 뮤지컬의 꿈을 꿨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처음 오은희 작가께 ‘사비타’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새 작품 중 좋은 것도 많은데 왜 오래된 걸 하려고 하냐고 하셨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고 오래도록 사랑 받으면서 상징적인 창작뮤지컬로 남기를 바라며 정성껏 준비 중”이라며 “이 작품이 가진 운명으로 오래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묵화마녀 진서연’, ‘완득이’ 등 뮤지컬에 참여했던 김명환 연출은 새 버전의 변화에 대해 “초연부터 대본을 다 구해 읽었다. 오리지널이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 있다”며 “‘사비타’의 20년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20년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소 폐쇄적이던 무대의 앞뒤를 바꿔 배우의 등쪽에 베란다를 배치해 관객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고 현관도 만들었다”며 “무거운 마음이다가도 형 집에 들어오면서 편안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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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신각신하는 형 동욱 전병욱(사진 오른쪽)과 동현 김견우.(사진제공=문화아이콘)

 

음악의 변화에 허수현 감독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음악 구조를 바꾸었다. 드라마가 음악 안으로 스며들어 좀 더 뮤지컬적”이라며 “최귀섭 작곡가님이 쓰신 곡을 좀 느리게 해 마지막에 새로운 노래를 배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동욱과 동현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에서는 노래와 대사를 동시에 주거니 받거니 하고 대사였던 부분이 노래로 표현되기도 한다.

‘위대한 캣츠비: RE:BOOT’, ‘살리에르’, ‘곤, 더 버스커’, ‘두 도시 이야기’, ‘마마 돈 크라이’, ‘마리아 마리아’, ‘렌트’ 등의 최인숙 안무가는 “오프닝과 ‘실수투성이’의 안무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사비타’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다.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드라마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할머니 안무가가 될 때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특히 움직임이 격렬한 미리 역의 김려원·이경진·홍민아는 셋이 모여 줄넘기 1000개씩을 하며 체력을 다지는 중이라는 귀띔이다.


◇대부분 배우들의 첫 뮤지컬, “21년차 ‘사비타’에 누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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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동욱 역의 전병욱(사진 왼쪽부터), 안재모, 이동준.(사진제공=문화아이콘)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본 첫 뮤지컬이 ‘사비타’였다는 동욱 역의 안재모는 “안재모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마음으로 다가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출연 각오를 전했다.

10년도 전에 동현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가 대상포진으로 포기해야 했던 전병욱은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을 오래 함께 하다 ‘사비타’를 하니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라며 “드라마의 힘, 음악의 매력을 살리면서 최대한 거짓말 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형들 중 막내인 이동준은 “12~13년 전 경외심을 가지던 ‘사비타’를 하게 돼 감격 중이다. 연습은 제일 많이 하는데 재모·병욱 형님의 내공은 따라갈 수가 없다”고 연습실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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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동현 역의 은경균(사진 왼쪽부터), 원성준, 박유덕, 김견우.(사진제공=문화아이콘)

 

‘살리에르’, ‘빈센트 반 고흐’, ‘마이버킷리스트’,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등의 박유덕은 “고등학교, 대학교 워크샵 때면 ‘사비타’를 했다. 그때 기억을 살려 선생님과 선배들이 표현했던 정서에 제 정서를 더해 잘 만들어 보겠다”며 “예전보다 즐길 수 있는 공연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젊음의 행진’, ‘보이첵’, ‘셜록 홈즈’ 등에 출연했던 미리 역의 김려원은 “음악이 너무 사랑스럽고 좋다. 극도 아름답고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어 다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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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역의 김려원(사진 왼쪽부터), 이경진, 홍민아.(사진제공=문화아이콘)

 

저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배우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21년차 뮤지컬 ‘사비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매일 모여 연습해 속이 꽉찬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뮤지컬 배우는 물론 제작진들에게도 첫 뮤지컬로 스물한 살이 된 ‘사비타’는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4월 15일 개막해 오픈런(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공연)된다. “동양예술극장이 허락하는 한 계속될 것”이는 정유란 프로듀서의 귀띔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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