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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뽕짝’이 효리를 이기다니… ‘미스트롯’의 반란

종편 예능 역사 새로쓴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입력 2019-05-03 07:00 | 신문게재 2019-05-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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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사는 최미자(77)씨는 매주 목요일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평소 초저녁잠이 많아 8시만 되면 졸음이 몰려오지만 요즘은 눈을 부릅뜨고 10시를 기다린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을 보기 위해서다.  


“요즘 송가인 노래 듣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어쩜 그렇게 노래를 차지게 부르는지. 트로트가 이렇게 재미있는 장르인지 70 평생 처음 알았어요. 이제 무슨 낙으로 TV를 봐야할지 모르겠네요.”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물리치료사 정혜원(31)씨도 ‘미스트롯’의 열성 팬이다. 부모님과 함께 ‘미스트롯’을 시청한다는 정씨는 “아버지 세대 가수의 노래라 잘 알지 못했는데 실력 있는 젊은 가수들이 직접 부르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직 가수들이 도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새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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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트롯’ (사진제공=TV조선)

 

한때 ‘북한 방송’ 같다며 조롱받던 TV조선은 ‘미스트롯’의 선전으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예능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 2월 28일 첫방송에서 5.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 ‘미스트롯’은 나날이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준결승전은 14.4%의 시청률로 종합편성 채널 예능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JTBC ‘효리네 민박’의 10.7%였다. 미스트롯이 종편의 역사를 쓴 셈이다.

처음에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무명의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는 구성진 가락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선이 쏠린 결과다.  

 


◇출연자들의 절박함에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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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트롯’ (사진제공=TV조선)

‘미스트롯’은 척박한 트로트 시장에 새로운 활로였다. 지난해 8월 ‘트로트 오디션’이 방송된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1만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 중 사전심사를 통해 합격한 100명의 출연자들이 본격적인 오디션에 도전했다. 첫 녹화는 1월 26일 오전 11시에 시작해 27일 새벽 3시까지 이어졌지만 출연자들은 개의치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에 섰다.

현직 개그우먼, 무명 트로트 가수, 걸그룹과 아이돌 연습생 출신 등 연예계 종사자들부터 다둥이 맘, 떡집 딸 등 나이도, 직업도, 사연도 각양각색인 이들의 절박한 심정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경제도, 미래도 불안한 우울의 시대에 투박하리만큼 진솔하게 삶을 표현하는 트로트야말로 시청자들을 위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여기에 출산 4개월 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수 장윤정의 똑 부러지는 지도와 전통 트로트를 벗어나 정수라의 ‘환희’나 민혜경의 ‘보고싶은 얼굴’ 같은 80년대 히트곡을 재해석한 선곡, 걸그룹 못지 않은 지원자들의 댄스실력은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미스트롯’이 장안의 화제를 모으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송가인과 홍자의 일대일 데스매치다. ‘모태 가창력’으로 전국 ‘톱’을 찍겠다는 포부에 찬 전라도 트로트퀸 송가인과 우려낼 대로 우려낸 곰탕같은 목소리의 소유자 홍자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안겼다.

‘미스트롯’을 통해 홍자를 알게 됐다는 송가인은 “평소 감정을 전달하는 스킬이 부족했는데 (홍자)언니를 통해 배우게 됐다”며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감정을 가지고 노래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겸허히 말했다. 홍자는 “가인이의 노래는 흡수력이 크다. 흡수력만큼 가창력이 탁월하고 파워도 톱클래스”라고 치켜세웠다.


◇선정성 논란은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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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포스터 (사진 제공=컬쳐팩토리)

 

그러나 ‘미스트롯’에 호평만 있었던 건 아니다. 초반의 ‘미스코리아’ 콘셉트는 선정성 및 성 상품화 논란에 휘말렸다.

 

참가자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일렬로 서 있는 것이 미스코리아 대회를 연상 시킨다는 것. 또 15세 이상 시청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자들의 지나친 노출이 구설수를 빚기도했다.

출연진 중 맏언니 숙행은 ‘미스트롯’ 전국투어 라이브 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무대 콘셉트를 위해 ‘가터벨트’ 같은 의상을 준비하려 했지만 오히려 제작진이 만류했다”며 “성 상품화를 위해 일부러 착용한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연출자인 문경태PD는 “프로그램의 진정한 힘은 무대와 노래, 그리고 출연자들의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들로 극복하리라 여겼다”고 말했다.

방송을 위해 무명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집하면서 성인가요전문 케이블TV인 ‘아이넷TV’ 자료화면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었다. ‘아이넷TV’ 역시 ‘미스트롯’의 인기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현직 트로트 가수들 역시 행사 요청이 급증하면서 ‘미스트롯’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막 내린 미스트롯… 콘서트로 다시 만난다

2일 결승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미스트롯’은 4~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의 서막을 연다.

당초 서울 공연은 4일 하루만 열릴 계획이었지만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5일 공연이 추가됐다. 공연은 인천(25일), 광주(6월 8일), 천안(6월 22일), 대구(6월 29일), 부산(7월 13일), 수원(7월 20일)으로 이어지며 미국 공연도 추진 중이다. 또한 연내 시즌 2격으로 남자 트로트 가수들의 오디션인 ‘미스터 트롯’을 방송할 예정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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