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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국가채무 증가의 정치 경제학적 이해

입력 2023-08-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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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근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 레이팅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린 주된 이유는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로 설명했다. 지난 5월 미국 연방정부는 부채 한도 31.4조 달러의 돈이 고갈되어 더 이상 지출할 여력이 없어 한도를 늘리기 위한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채무 증가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근년에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여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총 1068.8조 원으로 1997년 60.3조 원에 비해 명목 금액을 기준으로 약17.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1.1%에서 49.4%로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증가는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국가마다 증가 속도는 다르다. 일부 국가들은 국가채무를 갚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2017년에는 증가하지 않았다. OECD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general government debt of GDP)은 2015부터∼2017년까지 그리고 2022년에는 다소 낮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는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세수보다 지출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지출이 많아지거나 세수가 감소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이후 COVID-19 팬데믹 기간에 국가채무가 더욱 증가했다. 하지만 국가의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국가채무가 증가할 수도 있다. 다름 아닌 정치적 요인에 의한 재정지출의 확대가 국가채무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자 사회복지 및 공공프로그램을 신설 또는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정부지출을 증가시켜 국가채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의무지출 프로그램(entitlement program)의 도입과 확대는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0년대 초에 신설되었던 노령수당제도가 1990년대 말 경로연금제도로 변경되었고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도로 바뀌면서 소득보장을 확대하였다.

이는 다시 2014년 기초연금제도로 진화하면서 소득보장수준이 대폭 향상되었다. 2014년에 기초연금 수급자는 435만 명이었는데 올해 약 665만 명으로 증가했고 2026년에는 약1,11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관련 예산도 도입 당시에는 6.9조 원이었는데 올해 22.5조 원, 2090년에는 366조 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기간 기초연금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고령인구에 대한 의무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고령인구가 더 많이 증가한 국가에서 국가채무는 더욱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고령가구는 상대적으로 젊은 가구에 비해 시간할인율이 높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정치적 지지를 유도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시안적인 공공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임기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유인이 존재한다.

특히 케인지언(Keynesian) 정책관점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선호하므로 적자 재정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의 단기적 이익은 특정 소수의 그룹에게 돌아가만 그 비용은 대다수 국민에게 중장기적으로 전가되기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정적자의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정당이 적자 재정에 따른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정당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경우 자칫 시간에 따른 공유의 비극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채무가 증가하여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연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70년 23.6세에서 2020년에는 42.7세, 그리고 2050년에는 53.4세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기간 중위연령도 18.5세에서 54.9세로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어가는 국가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른 정부지출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젊은 생산가능 인구 비중도 감소하고 있으므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가에 대한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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